[현장] 불황 속 택시 면허 시험장 ‘천태만상’

입력 2009.03.31 (20:40) 수정 2009.03.3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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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습니다.

택시 면허를 따기 위한 시험장 이야기인데요.

불황이 이어지다보니 요즘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이철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매주 금요일마다 치러지는 서울시 택시 면허시험...

시험장에는 항상 택시 회사 사람들이 먼저 나와 예상 문제를 찍어 주고 유치작전을 벌입니다.

<녹취> 윤일근(택시회사 직원) : "화계사가 무슨 구에 있어요? 그러면 떨어져. 강북구야, 강북구. 프랑스 대사관은 서대문구에 있고 문화원은 틀리게 있어, 중구."

수험생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입니다.

<인터뷰> 맹순옥(60살/택시면허시험 응시생) : "노는 노인이 많잖아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고 일을 해야 되겠다...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불황 속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택시 면허 응시생 : "조그만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쳤는데 산재보험도 안돼 가지고 많이 힘들죠."

<인터뷰>51살 화이트칼라 아저씨 : "갑자기 대기발령을 낸 거에요. 배운 기술은 없지, 넥타이만 매고 다녔으니까. 나갈 데가 없이 쉰다는 건 감옥이에요."

드디어 시험 시작......

교통법규와 서울 지리, 영어, 일어 문제까지 나옵니다.

트럭 행상을 하는 이종철 씨는 오늘이 벌써 네 번째 시험입니다.

<인터뷰> 이종철(택시면허 응시생/60살) : "나라가 이 모양이니까 전부 하던거 포기하고 막바지로 오는 거에요. 그래도 자살한 사람들 이해가 안가. 자기가 하는데 까지는 움직여야 할 것 아니에요. 나도 나이가 60인데."

응시생은 매주 450명 정도... 지난해에 비해 60% 늘었고, 이 중 200명 정도가 합격하지만, 서울 시내 택시회사가 250여 곳이어서 한 회사에 한 명꼴도 안됩니다.

택시를 몰아도 벌이가 시원찮다는 인식 때문에 합격을 해도 택시 회사에 바로 취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유치경쟁도 치열합니다.

<인터뷰> 손성용(택시회사 관리차장) : "굉장해요. 아주 피터집니다. 성질 안좋은 사람들은 책상도 날라다니고 그래요."

택시 면허 시험에는 모두 80문제가 출제됩니다. 이 중에 48문제, 60점이 넘으면 합격입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시간...

<녹취> 불합격생 : "아 59점이 뭐야. 차라리 50점이면 말도 안할텐데. 1점 차이잖아요."

<녹취> 합격생 : "(전화통 붙잡고) 61점! 61점!"

<인터뷰> 이종철(택시면허 합격자) : "야! 이거 간신히 턱걸이 했네. 기분 최고죠."

택시 회사들도 합격생을 몇 명이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인터뷰>손성용(택시회사 관리차장) : "다섯 명 했습니다. 상위 클래스는 되죠. (자신감이 가득하시네요?) 자신감이 없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데려갈 수 있겠습니까."

응시생이 점점 늘고 있는 택시 면허 시험장.

그런데도 사람 구하기는 힘든 택시회사.

불황 속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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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불황 속 택시 면허 시험장 ‘천태만상’
    • 입력 2009-03-31 19:58:17
    • 수정2009-03-31 20:54:32
    뉴스타임
<앵커 멘트>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습니다. 택시 면허를 따기 위한 시험장 이야기인데요. 불황이 이어지다보니 요즘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이철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매주 금요일마다 치러지는 서울시 택시 면허시험... 시험장에는 항상 택시 회사 사람들이 먼저 나와 예상 문제를 찍어 주고 유치작전을 벌입니다. <녹취> 윤일근(택시회사 직원) : "화계사가 무슨 구에 있어요? 그러면 떨어져. 강북구야, 강북구. 프랑스 대사관은 서대문구에 있고 문화원은 틀리게 있어, 중구." 수험생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입니다. <인터뷰> 맹순옥(60살/택시면허시험 응시생) : "노는 노인이 많잖아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고 일을 해야 되겠다...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불황 속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택시 면허 응시생 : "조그만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쳤는데 산재보험도 안돼 가지고 많이 힘들죠." <인터뷰>51살 화이트칼라 아저씨 : "갑자기 대기발령을 낸 거에요. 배운 기술은 없지, 넥타이만 매고 다녔으니까. 나갈 데가 없이 쉰다는 건 감옥이에요." 드디어 시험 시작...... 교통법규와 서울 지리, 영어, 일어 문제까지 나옵니다. 트럭 행상을 하는 이종철 씨는 오늘이 벌써 네 번째 시험입니다. <인터뷰> 이종철(택시면허 응시생/60살) : "나라가 이 모양이니까 전부 하던거 포기하고 막바지로 오는 거에요. 그래도 자살한 사람들 이해가 안가. 자기가 하는데 까지는 움직여야 할 것 아니에요. 나도 나이가 60인데." 응시생은 매주 450명 정도... 지난해에 비해 60% 늘었고, 이 중 200명 정도가 합격하지만, 서울 시내 택시회사가 250여 곳이어서 한 회사에 한 명꼴도 안됩니다. 택시를 몰아도 벌이가 시원찮다는 인식 때문에 합격을 해도 택시 회사에 바로 취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유치경쟁도 치열합니다. <인터뷰> 손성용(택시회사 관리차장) : "굉장해요. 아주 피터집니다. 성질 안좋은 사람들은 책상도 날라다니고 그래요." 택시 면허 시험에는 모두 80문제가 출제됩니다. 이 중에 48문제, 60점이 넘으면 합격입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시간... <녹취> 불합격생 : "아 59점이 뭐야. 차라리 50점이면 말도 안할텐데. 1점 차이잖아요." <녹취> 합격생 : "(전화통 붙잡고) 61점! 61점!" <인터뷰> 이종철(택시면허 합격자) : "야! 이거 간신히 턱걸이 했네. 기분 최고죠." 택시 회사들도 합격생을 몇 명이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인터뷰>손성용(택시회사 관리차장) : "다섯 명 했습니다. 상위 클래스는 되죠. (자신감이 가득하시네요?) 자신감이 없으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 데려갈 수 있겠습니까." 응시생이 점점 늘고 있는 택시 면허 시험장. 그런데도 사람 구하기는 힘든 택시회사. 불황 속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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