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BTL 학교, 대충 지어도 ‘A’…관리 허술

입력 2009.04.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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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는 4년 전부터 20조 원에 이르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학교와 체육관 시설을 지어왔습니다.
그런데 부실 시공이 많아 정부 예산만 갈아 먹고 있습니다.
이수정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유치원 아이들이 노는 교실 벽 한 가운데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가려놓은 책꽂이를 치우니 균열은 바닥까지 이어집니다.

이 학교는 지난 2007년 민간업체가 건설하고 운영하는 대신, 정부에서 임대료를 받는 이른바 BTL 사업으로 지어졌습니다.

선생님이 운영 업체에 연락했지만, 퉁명스런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 녹취 > 유치원 선생님 : "관리사무소에 말씀드렸는데 오셔서 보고는 괜찮다고..."

역시 1년 전 BTL 사업으로 지어진 이 고등학교는 옥상 콘크리트 바닥이 여기저기 들떠 과자처럼 부서집니다.

<인터뷰> 서울산업대 건축학과 교수 : "요즘 건설 기술로는 충분히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사항인데, 시공하면서 성의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시설물 설치도 주먹구구식입니다.

지난 2월 인천의 한 지역 교육청은 BTL 방식의 학교 4곳의 커튼과 조명 예산으로 8천여 만원을 따로 신청했습니다.

계약상으론 건설업체가 설치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전화녹취> 인천시 동부교육청 : "실무자 착오로 누락된겁니다. 사람이 그럴수있냐 물으면 할 말은 없는데...(예산 신청) 취하하고 재시공했어요"

이런데도 문제의 업체들은 해당 교육청의 분기별 성과평가에서 항상, 최고인 A 등급을 받았습니다.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임대료와 운영비도 당연히 모두 100% 지급됐습니다.

교육청의 BTL 사업 평가위원들은 절반 가까이가 업체 측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인천시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 "설계부터 시공. 감리 모든 것을 민간 사업자가 하다보니 이런 누락.부실 시공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잇따르자 인천시 교육청은 인천시내 26개 BTL 학교 전체에 대해 근본적인 건물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추적 이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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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BTL 학교, 대충 지어도 ‘A’…관리 허술
    • 입력 2009-04-21 21: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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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는 4년 전부터 20조 원에 이르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학교와 체육관 시설을 지어왔습니다. 그런데 부실 시공이 많아 정부 예산만 갈아 먹고 있습니다. 이수정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유치원 아이들이 노는 교실 벽 한 가운데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가려놓은 책꽂이를 치우니 균열은 바닥까지 이어집니다. 이 학교는 지난 2007년 민간업체가 건설하고 운영하는 대신, 정부에서 임대료를 받는 이른바 BTL 사업으로 지어졌습니다. 선생님이 운영 업체에 연락했지만, 퉁명스런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 녹취 > 유치원 선생님 : "관리사무소에 말씀드렸는데 오셔서 보고는 괜찮다고..." 역시 1년 전 BTL 사업으로 지어진 이 고등학교는 옥상 콘크리트 바닥이 여기저기 들떠 과자처럼 부서집니다. <인터뷰> 서울산업대 건축학과 교수 : "요즘 건설 기술로는 충분히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사항인데, 시공하면서 성의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시설물 설치도 주먹구구식입니다. 지난 2월 인천의 한 지역 교육청은 BTL 방식의 학교 4곳의 커튼과 조명 예산으로 8천여 만원을 따로 신청했습니다. 계약상으론 건설업체가 설치했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전화녹취> 인천시 동부교육청 : "실무자 착오로 누락된겁니다. 사람이 그럴수있냐 물으면 할 말은 없는데...(예산 신청) 취하하고 재시공했어요" 이런데도 문제의 업체들은 해당 교육청의 분기별 성과평가에서 항상, 최고인 A 등급을 받았습니다.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임대료와 운영비도 당연히 모두 100% 지급됐습니다. 교육청의 BTL 사업 평가위원들은 절반 가까이가 업체 측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인천시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 "설계부터 시공. 감리 모든 것을 민간 사업자가 하다보니 이런 누락.부실 시공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잇따르자 인천시 교육청은 인천시내 26개 BTL 학교 전체에 대해 근본적인 건물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추적 이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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