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개성공단 어디로?

입력 2009.04.22 (07:14) 수정 2009.04.2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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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해설위원]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이 중대한 기로를 맞게 됐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남측에 부여했던 임금과 토지 사용 등 모든 제도적 특혜 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측도 이에 맞서 우리의 요구 사항과 입장을 담은 통지문을 낭독하려 했으나 도중에 제지당했으며, 북한은 통지문 자체를 되돌려 보냈습니다.

우리 측은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 씨의 신병 인도와 접견을 북한에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번 접촉과 무관하다며 접견조차 거부했습니다.

어제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당국 간 접촉의 결과입니다.

이번 접촉 과정을 통해 본 북한의 태도는 국제 외교 관례를 벗어난 대단히 비정상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선 북한은 하루아침에 국제적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입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지난 2000년 8월 북한과 현대아산이 공동으로 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시작됐지만 북한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것입니다.
북한은 오는 2014년부터 받게 돼있던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를 입주기업들로부터 당장 내년부터 받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근로자 임금도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개성공단의 101개 입주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통보한 것은 아니어서 향후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로 볼 때 향후 개성공단 사업은 상당한 차질이 예상됩니다. 입주 기업들이 경제성이 떨어지고 신변 보장마저 안 된다면 더 이상의 투자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 체제 출범 이후 선군 정치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동안의 대남 창구도 대부분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바꿨습니다.

군부가 대남 전략도 장악한 구도입니다. 향후 남북 관계는 북한 군부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남한에 대해 종전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도 이제는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특히 기존 합의와 신뢰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 협력도 가능하고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상호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할 때 지속되고,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민족 공동 번영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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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개성공단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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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9-04-22 07:17:44
    뉴스광장 1부
[박상수 해설위원]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이 중대한 기로를 맞게 됐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해 남측에 부여했던 임금과 토지 사용 등 모든 제도적 특혜 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측도 이에 맞서 우리의 요구 사항과 입장을 담은 통지문을 낭독하려 했으나 도중에 제지당했으며, 북한은 통지문 자체를 되돌려 보냈습니다. 우리 측은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 씨의 신병 인도와 접견을 북한에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번 접촉과 무관하다며 접견조차 거부했습니다. 어제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당국 간 접촉의 결과입니다. 이번 접촉 과정을 통해 본 북한의 태도는 국제 외교 관례를 벗어난 대단히 비정상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선 북한은 하루아침에 국제적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입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지난 2000년 8월 북한과 현대아산이 공동으로 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시작됐지만 북한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것입니다. 북한은 오는 2014년부터 받게 돼있던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를 입주기업들로부터 당장 내년부터 받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근로자 임금도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개성공단의 101개 입주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통보한 것은 아니어서 향후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로 볼 때 향후 개성공단 사업은 상당한 차질이 예상됩니다. 입주 기업들이 경제성이 떨어지고 신변 보장마저 안 된다면 더 이상의 투자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 3기 체제 출범 이후 선군 정치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동안의 대남 창구도 대부분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바꿨습니다. 군부가 대남 전략도 장악한 구도입니다. 향후 남북 관계는 북한 군부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남한에 대해 종전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도 이제는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특히 기존 합의와 신뢰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 협력도 가능하고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상호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할 때 지속되고,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민족 공동 번영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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