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학교·병원 늑장 대처가 부른 ‘결핵 공포’

입력 2009.05.07 (09:02) 수정 2009.05.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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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북 경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으로 결핵이 발병한데는 학교와 병원측의 미숙한 대응이 원인이었습니다.

석달 전 첫 환자가 나왔을 때 대처만 잘 했더라도 결핵이 이렇게까지 번질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최서희 기자! 학생들이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구요?

<리포트>

네, 현재 이 고등학교 학생 17명이 결핵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다른 학생 백여 명이 결핵 양성반응을 보여 약물 치료에 들어갔는데요. 이렇게 한 학교의 학생들이 무더기로 결핵에 걸린 데는 최초 감염환자가 나왔을 때 학교와 병원측이 초기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핵 공포에 떨고 있는 학교 현장과, 학교와 병원의 안일한 대응, 취재했습니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입니다.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이 무더기로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이 반에 결핵 환자 몇 명 있어요?) "18명이요 한 명은 결핵감염이고 나머지는 결핵 보균자예요"

다른 학급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요.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반에 결핵환자 몇 명 있어요?) "3, 4명 정도 있어요 이 고등학교에서 최근 2개월 여 사이에 결핵에 감염된 학생은 2,3학년 모두 17명!"

여기에 112명은 결핵반응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검사한 결과, 이 가운데 105명 이 결핵잠복감염자로 판정돼 약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학생들로선 불안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저는 검사 결과가 괜찮게 나와서 별로 걱정되는 건 없는데 다른 애들은 좀 꺼림칙할 수도 있고...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부모님이) 처음에 걱정 되게 (많이) 하셨죠 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어제는 학교와 학부모 대표가 긴급회의를 열어, 수업 중단과 휴교 조치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학부모 : "이 기회를 통해서 결핵 뿐만 아니라 집단 생활에서 다른 질병에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건의를 했고..."

<인터뷰> 박찬진(학부모) : "보건당국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정말로 이게 심각하면 다른 학교도 휴교령을 내려야죠 이 학교 뿐만 아니고..."

그런데 이 학교 안에서 이처럼 결핵이 집단 발병한데는 초기 안이한 대응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처음 결핵 감염자로 판명돼 입원치료를 받은 건 지난 2월 4일이었는데요.

<인터뷰> 첫 결핵감염 학생 : "(병원에 얼마 정도 치료를 받았어요?) 2주요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했어요?) 격리하고 약 먹고 주사 하루에 3개랑 링거 하나 맞았어요"

학교 안에서 전염 가능성이 큰 결핵 환자가 발생해, 병원에 입원해 격리 치료까지 받았지만 학교 측은 곧바로 관할 보건소에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미경(경주시 보건소장) : "학교에 전화해서 왜 양성이 나왔는데 우리한테 얘기 안 했느냐 그랬어요. 그래서 16,17일 검사하자고 했는데 애들 방학이라고 전부 다 집에 간다고 해서 안 된다고 해서 24일 날 했잖아요 아니 27일 날 했어요"

<인터뷰> 경주 00고 양호 선생님 : "제가 결핵감염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안 시기가 보건소에서 안 시기랑 비슷했는데 보건소에서 더 빨리 알아서 저한테 얘기를 해준 거고요"

결핵 발병 학생이 치료를 받은 병원 측도 신고가 늦긴 마찬가지였는데요. 현행법상 결핵 환자가 발견되면 해당 병원은 1주일 안에 관할 보건당국에 신고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 병원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에 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렸 습니다.

<인터뷰> 채기수(병원 의무기록실 파트장) : "14일 날 퇴원했는데 15일 토요일 쉬는 날이잖아요 그렇죠? 16일 일요일이고 그러니까 월요일에 보고를 한 거죠. (늦은 거 아닌가요?) 굳이 법적으로 따지자면 하루, 이틀 차이에요."

이렇게 학교와 병원의 신고가 늦어지는 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학생들은 속수무책 일 수 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전교생 가운데 2백 명 가까이를 대형 교실에 모아놓고 야간 자습을 하도록 하면서, 결핵은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저도 친구한테 감염됐어요 많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자율학습을 시키고 공기도 안 좋은데, 처음에는 아무 조치 없다가 최근에 와서..."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최근에 한 2주전인가까지 전체 자율학습을 했어요 결핵 감염자가 갑자기 많이 생기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 교실에서 했어요.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 측은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지난 1일부터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지난 4일 하루 휴교 조치를 내렸는데요. 결국 학생들의 건강보다는 당장에 성적을 앞세우는 학교 측의 대응이 피해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주 00고 교감 : "결핵 이것만 생각할 것 같으면 학생들 단축수업하든지 휴교하든지 하는데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대학진학도 중요하니까 어떻게 할까 많은 고민을 하고 그랬습니다"

이처럼 학교 내 결핵 집단 발병은 비단 이번 뿐 만이 아닌데요. 지난 3월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111명이 결핵에 집단으로 감염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녹취> 충남 연기군 보건소 관계자 :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에요 결핵환자가 6개월 치료해야 완치가 되거든요 결과 같은 거 봐가면서 치료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하고 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옛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결핵. 그러나 최근 발병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수면 부족과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발병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교와 병원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데요.

결핵의 경우 환자 발생 초기 대응만 잘하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치료 를 잘 받을 경우 완치가 가능한 만큼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터뷰> 서해숙(서울시립서북병원 결핵과장) :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검사를 요하는 질환이 있다고 생각하고 즉시 보건소나 병원에 가셔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빨리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환자분은 빨리 조기에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는 게 전염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무엇보다 많은 학생이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의 경우, 급속도로 결핵이 전파될 가능 성이 큰 만큼, 결핵 발병 시 학교와 보건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예방 치료 기준 등 보다 체계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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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학교·병원 늑장 대처가 부른 ‘결핵 공포’
    • 입력 2009-05-07 08:37:17
    • 수정2009-05-07 10: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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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북 경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으로 결핵이 발병한데는 학교와 병원측의 미숙한 대응이 원인이었습니다. 석달 전 첫 환자가 나왔을 때 대처만 잘 했더라도 결핵이 이렇게까지 번질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최서희 기자! 학생들이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구요? <리포트> 네, 현재 이 고등학교 학생 17명이 결핵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다른 학생 백여 명이 결핵 양성반응을 보여 약물 치료에 들어갔는데요. 이렇게 한 학교의 학생들이 무더기로 결핵에 걸린 데는 최초 감염환자가 나왔을 때 학교와 병원측이 초기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핵 공포에 떨고 있는 학교 현장과, 학교와 병원의 안일한 대응, 취재했습니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입니다.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이 무더기로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이 반에 결핵 환자 몇 명 있어요?) "18명이요 한 명은 결핵감염이고 나머지는 결핵 보균자예요" 다른 학급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요.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반에 결핵환자 몇 명 있어요?) "3, 4명 정도 있어요 이 고등학교에서 최근 2개월 여 사이에 결핵에 감염된 학생은 2,3학년 모두 17명!" 여기에 112명은 결핵반응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검사한 결과, 이 가운데 105명 이 결핵잠복감염자로 판정돼 약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학생들로선 불안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저는 검사 결과가 괜찮게 나와서 별로 걱정되는 건 없는데 다른 애들은 좀 꺼림칙할 수도 있고...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부모님이) 처음에 걱정 되게 (많이) 하셨죠 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어제는 학교와 학부모 대표가 긴급회의를 열어, 수업 중단과 휴교 조치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학부모 : "이 기회를 통해서 결핵 뿐만 아니라 집단 생활에서 다른 질병에 아이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건의를 했고..." <인터뷰> 박찬진(학부모) : "보건당국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정말로 이게 심각하면 다른 학교도 휴교령을 내려야죠 이 학교 뿐만 아니고..." 그런데 이 학교 안에서 이처럼 결핵이 집단 발병한데는 초기 안이한 대응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처음 결핵 감염자로 판명돼 입원치료를 받은 건 지난 2월 4일이었는데요. <인터뷰> 첫 결핵감염 학생 : "(병원에 얼마 정도 치료를 받았어요?) 2주요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했어요?) 격리하고 약 먹고 주사 하루에 3개랑 링거 하나 맞았어요" 학교 안에서 전염 가능성이 큰 결핵 환자가 발생해, 병원에 입원해 격리 치료까지 받았지만 학교 측은 곧바로 관할 보건소에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미경(경주시 보건소장) : "학교에 전화해서 왜 양성이 나왔는데 우리한테 얘기 안 했느냐 그랬어요. 그래서 16,17일 검사하자고 했는데 애들 방학이라고 전부 다 집에 간다고 해서 안 된다고 해서 24일 날 했잖아요 아니 27일 날 했어요" <인터뷰> 경주 00고 양호 선생님 : "제가 결핵감염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안 시기가 보건소에서 안 시기랑 비슷했는데 보건소에서 더 빨리 알아서 저한테 얘기를 해준 거고요" 결핵 발병 학생이 치료를 받은 병원 측도 신고가 늦긴 마찬가지였는데요. 현행법상 결핵 환자가 발견되면 해당 병원은 1주일 안에 관할 보건당국에 신고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 병원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에 보건소에 이 사실을 알렸 습니다. <인터뷰> 채기수(병원 의무기록실 파트장) : "14일 날 퇴원했는데 15일 토요일 쉬는 날이잖아요 그렇죠? 16일 일요일이고 그러니까 월요일에 보고를 한 거죠. (늦은 거 아닌가요?) 굳이 법적으로 따지자면 하루, 이틀 차이에요." 이렇게 학교와 병원의 신고가 늦어지는 동안 아무 것도 몰랐던 학생들은 속수무책 일 수 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전교생 가운데 2백 명 가까이를 대형 교실에 모아놓고 야간 자습을 하도록 하면서, 결핵은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저도 친구한테 감염됐어요 많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자율학습을 시키고 공기도 안 좋은데, 처음에는 아무 조치 없다가 최근에 와서..." <인터뷰> 경주 00고 학생 : "최근에 한 2주전인가까지 전체 자율학습을 했어요 결핵 감염자가 갑자기 많이 생기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 교실에서 했어요.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 측은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지난 1일부터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지난 4일 하루 휴교 조치를 내렸는데요. 결국 학생들의 건강보다는 당장에 성적을 앞세우는 학교 측의 대응이 피해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주 00고 교감 : "결핵 이것만 생각할 것 같으면 학생들 단축수업하든지 휴교하든지 하는데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대학진학도 중요하니까 어떻게 할까 많은 고민을 하고 그랬습니다" 이처럼 학교 내 결핵 집단 발병은 비단 이번 뿐 만이 아닌데요. 지난 3월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111명이 결핵에 집단으로 감염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녹취> 충남 연기군 보건소 관계자 :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에요 결핵환자가 6개월 치료해야 완치가 되거든요 결과 같은 거 봐가면서 치료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하고 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옛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결핵. 그러나 최근 발병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수면 부족과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발병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교와 병원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데요. 결핵의 경우 환자 발생 초기 대응만 잘하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치료 를 잘 받을 경우 완치가 가능한 만큼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터뷰> 서해숙(서울시립서북병원 결핵과장) :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검사를 요하는 질환이 있다고 생각하고 즉시 보건소나 병원에 가셔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빨리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환자분은 빨리 조기에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는 게 전염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무엇보다 많은 학생이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의 경우, 급속도로 결핵이 전파될 가능 성이 큰 만큼, 결핵 발병 시 학교와 보건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예방 치료 기준 등 보다 체계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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