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수준차 난다” 학교 편 가르기

입력 2009.05.15 (22:12) 수정 2009.05.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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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소득층 아이들과 섞이는게 싫다며 일부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학교 배정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관할 교육청도 두 손을 들 정도인데 이 문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은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포공항 근처의 한 중학교 교실, 학생들이 23명에 불과해 교실 한 쪽은 텅 비어 있습니다.

현재 20여개의 교실이 남아 돌 만큼 추가 수용 여력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18학급 규모의 중학교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인터뷰> 오건오(송정중학교 교감) : "우리 시설이 이렇게 남아 있는데 또 학교를 짓는다는게 이해가 안됐죠."

신축 대규모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 교실이 남아도는 교실이 있는데도 통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쁜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새로 학교를 지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존 학교 학부모 :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기존의 학교를 살려주는게 낫지, 이기적인것 같은데..."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관할 교육청은 학교 신설이 신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적법한 결정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목동의 한 중학교 교실.

무려 48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정한 기준 34명보다 1.5배 가까이 많습니다.

<녹취> 목일중학교 교사 : "애들이 많으니까 예를 들어 소풍을 가도 안전지도에 더 신경쓰이고 여러가지로 진이 빠지죠, 선생님들이."

그러나 이 학교에 이웃한 다른 여중은 올 신입생을 2백명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인근학교는 학급 인원 기준치를 1.5배 가까이나 초과하면서도 이 학교로 배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녹취> 학부모 :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고 그러다보면 우리 애가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공부에도 소홀하게 되고 그럴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죠..."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의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는 콩나물 수업이 낫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교육청도 손을 든 것입니다.

<인터뷰> 교육청 관계자 : "기존에 있는 (배정)지역을 허물고 더 넓게 잡아주면 이쪽 지역 학부모들이 자기를 잡아 먹는다, 난리가 난다, 그래서 손을 든 사항이에요."

출산률 저하와 시설 투자 등으로 서울의 학급당 평균 인원은 초등학교가 30명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외형적인 교육 환경은 매년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 외적인 이유로 학교별 학습 여건의 불균형은 계속되고 있고 그 가운데에는 지역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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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수준차 난다” 학교 편 가르기
    • 입력 2009-05-15 21:37:41
    • 수정2009-05-15 2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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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저소득층 아이들과 섞이는게 싫다며 일부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학교 배정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관할 교육청도 두 손을 들 정도인데 이 문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은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포공항 근처의 한 중학교 교실, 학생들이 23명에 불과해 교실 한 쪽은 텅 비어 있습니다. 현재 20여개의 교실이 남아 돌 만큼 추가 수용 여력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18학급 규모의 중학교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인터뷰> 오건오(송정중학교 교감) : "우리 시설이 이렇게 남아 있는데 또 학교를 짓는다는게 이해가 안됐죠." 신축 대규모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 교실이 남아도는 교실이 있는데도 통학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쁜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새로 학교를 지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존 학교 학부모 :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기존의 학교를 살려주는게 낫지, 이기적인것 같은데..."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관할 교육청은 학교 신설이 신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적법한 결정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목동의 한 중학교 교실. 무려 48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정한 기준 34명보다 1.5배 가까이 많습니다. <녹취> 목일중학교 교사 : "애들이 많으니까 예를 들어 소풍을 가도 안전지도에 더 신경쓰이고 여러가지로 진이 빠지죠, 선생님들이." 그러나 이 학교에 이웃한 다른 여중은 올 신입생을 2백명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인근학교는 학급 인원 기준치를 1.5배 가까이나 초과하면서도 이 학교로 배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녹취> 학부모 :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고 그러다보면 우리 애가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공부에도 소홀하게 되고 그럴까봐 신경이 많이 쓰이죠..." 저소득층이 많은 동네의 학교에 보내는 것보다는 콩나물 수업이 낫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교육청도 손을 든 것입니다. <인터뷰> 교육청 관계자 : "기존에 있는 (배정)지역을 허물고 더 넓게 잡아주면 이쪽 지역 학부모들이 자기를 잡아 먹는다, 난리가 난다, 그래서 손을 든 사항이에요." 출산률 저하와 시설 투자 등으로 서울의 학급당 평균 인원은 초등학교가 30명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외형적인 교육 환경은 매년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 외적인 이유로 학교별 학습 여건의 불균형은 계속되고 있고 그 가운데에는 지역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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