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장례업체, 화장 예약 ‘싹쓸이’

입력 2009.05.2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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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가족이나 친지의 장례 치른 분들, 화장장 잡느라 무척 애먹었다는 얘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화장시설은 태부족인데 화장예약에 장례 관련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끼어들고, 예약시스템마저 엉망이다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사회팀 범기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범 기자!

<질문>

화장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던데, 상황이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장례 일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3일이나 5일장으로 치르는 게 일반적인데요.
최근 수도권에서는 4일장 치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고인이 숨진지 사흘째 되는 날 발인을 해야 하는데 그날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하면 장례를 하루 연장하는 겁니다.

고인이 오후에 사망하면 3일장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화장장 예약을 인터넷을 통해 받으니까 어쩌다 나오는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유족들이 빈소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유족 중에는 빈소는 서울에 차렸지만 충북 청주에서 화장을 한 뒤에 다시 경기도 성남 장지로 돌아오는 일정을 앞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질문>

화장장 때문에 유족들이 경제적인 문제를 겪기도 한다고요?

<답변 2>

화장장은 주로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공기업에 위탁 운영하는데요.
그래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특히 저소득층에게는 할인 혜택을 줍니다.

그런데 화장장 예약이 잘 안 되다보니까 다른 지역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에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 시립 벽제화장장을 이용하면 9만 원,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지만 가까운 성남이나 수원화장장으로 가면 무려 1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절대 적지 않은 돈이죠.

<질문>

산이 묘지로 뒤덮인다, 화장해야 한다, 이런 캠페인이 귀에 익은데 화장장이 부족하다니까 의아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얼마나 부족한 겁니까?

<답변>

매장보다 화장한 시신이 더 많아진 게 지난 2005년이니까 이제 4년 됐습니다.

화장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수도권입니다.

2천만 명 넘는 인구가 모인 수도권에 화장장은 단 네 곳 뿐입니다.

서울시립 화장장이 벽제에 있고 인천과 수원, 성남에 한 곳씩입니다.
화장로를 일일이 세봐도 62개 뿐이고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수도권 하루 사망자는 256명인데 화장시설 모두를 가동해도 172구밖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시신 84구는 다른 지역 화장장으로 가든지 매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질문>

화장장이 태부족이니 문제가 생기는 건 뻔한데, 장례업계 경쟁이 치열해서 더 심각해진다고요.

<답변>

장례 절차를 돕는 상조업체가 전국에 4백 개가 넘는데요.
화장된 유골을 유치하려는 납골당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예약 확률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동원합니다.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미리 설정해놓은 대로 자동 실행합니다.

취재진은 한 업체 사무실에서 자동 실행 프로그램을 써봤지만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에 누군가 취소분을 예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약에 걸리는 시간이 0.3초 정도여서 자신들도 화장장 확보가 어렵다, 장례 업계에서 싹쓸이한다는 건 순전히 오해다, 이렇게 해명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자 화장장 예약을 대행하는 전문 업체도 등장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죠. 한 건 당 5만 원에서 10만 원씩을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이 정도면 일반인들은 화장장 예약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겠군요.
예약하는 과정에서 막을 방법이 없는 겁니까

<답변>

현재 구조로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지금 예약 시스템에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만 요구합니다.

사망 확인서도 필요 없으니까 살아있는 사람 이름으로 여러 화장장을 겹치기 예약을 해도 문제가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이용할 기회를 누군가 선점할 수 있는 구조죠.

일단은 사망 확인서를 요구하고 수도권 4개 화장장 예약 시스템을 통합하기만 해도 문제점은 일부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결국은 화장장을 더 지어야만 문제가 풀릴텐데 서울 원지동만 해도 부지 선정을 한 뒤로 8년째 주민 반발 때문에 사업이 미뤄지고 있거든요.

피해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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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장례업체, 화장 예약 ‘싹쓸이’
    • 입력 2009-05-22 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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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가족이나 친지의 장례 치른 분들, 화장장 잡느라 무척 애먹었다는 얘기,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화장시설은 태부족인데 화장예약에 장례 관련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끼어들고, 예약시스템마저 엉망이다보니 벌어진 일입니다. 사회팀 범기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범 기자! <질문> 화장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오던데, 상황이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장례 일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3일이나 5일장으로 치르는 게 일반적인데요. 최근 수도권에서는 4일장 치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고인이 숨진지 사흘째 되는 날 발인을 해야 하는데 그날 화장장을 예약하지 못하면 장례를 하루 연장하는 겁니다. 고인이 오후에 사망하면 3일장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화장장 예약을 인터넷을 통해 받으니까 어쩌다 나오는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유족들이 빈소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유족 중에는 빈소는 서울에 차렸지만 충북 청주에서 화장을 한 뒤에 다시 경기도 성남 장지로 돌아오는 일정을 앞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질문> 화장장 때문에 유족들이 경제적인 문제를 겪기도 한다고요? <답변 2> 화장장은 주로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공기업에 위탁 운영하는데요. 그래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특히 저소득층에게는 할인 혜택을 줍니다. 그런데 화장장 예약이 잘 안 되다보니까 다른 지역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경우에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 시립 벽제화장장을 이용하면 9만 원,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지만 가까운 성남이나 수원화장장으로 가면 무려 1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절대 적지 않은 돈이죠. <질문> 산이 묘지로 뒤덮인다, 화장해야 한다, 이런 캠페인이 귀에 익은데 화장장이 부족하다니까 의아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얼마나 부족한 겁니까? <답변> 매장보다 화장한 시신이 더 많아진 게 지난 2005년이니까 이제 4년 됐습니다. 화장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수도권입니다. 2천만 명 넘는 인구가 모인 수도권에 화장장은 단 네 곳 뿐입니다. 서울시립 화장장이 벽제에 있고 인천과 수원, 성남에 한 곳씩입니다. 화장로를 일일이 세봐도 62개 뿐이고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수도권 하루 사망자는 256명인데 화장시설 모두를 가동해도 172구밖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시신 84구는 다른 지역 화장장으로 가든지 매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질문> 화장장이 태부족이니 문제가 생기는 건 뻔한데, 장례업계 경쟁이 치열해서 더 심각해진다고요. <답변> 장례 절차를 돕는 상조업체가 전국에 4백 개가 넘는데요. 화장된 유골을 유치하려는 납골당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예약 확률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동원합니다.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미리 설정해놓은 대로 자동 실행합니다. 취재진은 한 업체 사무실에서 자동 실행 프로그램을 써봤지만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사이에 누군가 취소분을 예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약에 걸리는 시간이 0.3초 정도여서 자신들도 화장장 확보가 어렵다, 장례 업계에서 싹쓸이한다는 건 순전히 오해다, 이렇게 해명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자 화장장 예약을 대행하는 전문 업체도 등장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죠. 한 건 당 5만 원에서 10만 원씩을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이 정도면 일반인들은 화장장 예약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겠군요. 예약하는 과정에서 막을 방법이 없는 겁니까 <답변> 현재 구조로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지금 예약 시스템에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만 요구합니다. 사망 확인서도 필요 없으니까 살아있는 사람 이름으로 여러 화장장을 겹치기 예약을 해도 문제가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이용할 기회를 누군가 선점할 수 있는 구조죠. 일단은 사망 확인서를 요구하고 수도권 4개 화장장 예약 시스템을 통합하기만 해도 문제점은 일부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결국은 화장장을 더 지어야만 문제가 풀릴텐데 서울 원지동만 해도 부지 선정을 한 뒤로 8년째 주민 반발 때문에 사업이 미뤄지고 있거든요. 피해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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