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아시아 금융 협력 조정 역할 기대

입력 2009.06.04 (07:04) 수정 2009.06.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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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오늘날 금융위기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금융시장의 개방과 정보통신수단의 발달로 자금 이동의 제한이 거의 없어진 결괍니다.

이는 금융위기를 막으려면 국제 간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담긴 금융 협력에 관한 조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공동성명은 우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서 출발한 다자간 통화교환협정이 명실상부한 통화기금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시아의 재원이 역내에서 재투자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채권시장을 확대,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에 이어 두 번째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이 금융 협력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일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IMF의 구제 금융을 받는 대신 혹독한 구조조정에다 경제주권의 제약까지 감수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외화 유동성 위기로부터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다자간 통화협정을 확대한 아시아 통화기금입니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금융 협력이 완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자금이 역내 투자 재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미국은 그것으로 막대한 대외적자를 메우는 행태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끝내 세계적 경제위기를 불러온 것입니다. 아시아 채권투자기구의 도입은 역내 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이런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 잡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서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당장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는 미국의 견제를 차지하고라도 먼저 중국과 일본의 상호 견제와 주도권 경쟁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정 역할을 할 적임자가 바로 한국입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은 이런 금융 협력의 조정자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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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아시아 금융 협력 조정 역할 기대
    • 입력 2009-06-04 06: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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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오늘날 금융위기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금융시장의 개방과 정보통신수단의 발달로 자금 이동의 제한이 거의 없어진 결괍니다. 이는 금융위기를 막으려면 국제 간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담긴 금융 협력에 관한 조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공동성명은 우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서 출발한 다자간 통화교환협정이 명실상부한 통화기금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시아의 재원이 역내에서 재투자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채권시장을 확대,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난 1997년에 이어 두 번째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이 금융 협력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일부는 1997년 외환위기로 IMF의 구제 금융을 받는 대신 혹독한 구조조정에다 경제주권의 제약까지 감수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외화 유동성 위기로부터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다자간 통화협정을 확대한 아시아 통화기금입니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금융 협력이 완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자금이 역내 투자 재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미국은 그것으로 막대한 대외적자를 메우는 행태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 결과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끝내 세계적 경제위기를 불러온 것입니다. 아시아 채권투자기구의 도입은 역내 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이런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 잡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서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당장 주도권 상실을 우려하는 미국의 견제를 차지하고라도 먼저 중국과 일본의 상호 견제와 주도권 경쟁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정 역할을 할 적임자가 바로 한국입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은 이런 금융 협력의 조정자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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