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탄광, ‘막장’의 희망을 노래하다

입력 2009.06.06 (21:50) 수정 2009.06.0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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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막장 국회, 막장 드라마... 요즘 막장 이라는 말 많이 들으시죠, 더 이상 갈 데 없는 끝장의 상황을 말하는 건데요, 실제 탄광의 "막장"은 희망과 불굴의 개척 정신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이준안 기자가 막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착암기로 탄맥을 쫓아 새로운 갱도를 냅니다.

폭약을 터뜨려 바위를 깨부수기도 합니다.

자욱한 메탄가스에다 숨막히는 지열에 맞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곳... 바로 막장입니다.

지하 천미터 3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에 90%에 이르는 습도와 쉬임없이 날리는 탄가루로 막장은 곧 생존과의 전쟁터입니다.

<인터뷰> 노운석(태백시 문화동):"기계화되서 힘이 조금 덜 들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먼지 나고 하는 건 옛날 먼지나 지금 먼지나 매 한가지 아닙니까."

한줄기 불빛을 따라 내려간 280 km에 이르는 막장은 끝없이 거미줄처럼 이어져있습니다.

6,70년대 산업화를 가능케 했고 광부들의 땀과 희생 속에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검은 황금' 석탄.

<인터뷰> 이기순(태백시 철암동):"애들 잘 데리고 무사히 살았다는 게 참 좋은데...여기(탄광)가 있었으니까 애들 4남매 잘 키웠고..."

푸른 하늘과 막장의 검의 하늘.

막장의 광부는 두 개의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불륜과 폭력, 비정상의 극단으로 치닫는 이 시대 '막장코드'와 달리 실제 막장에는 오직 삶의 희망과 도전, 숭고함이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전상국(장성광업소 금천생산부장):"막장이 내 희망이고 내 작업장이고 거기에서 참 자식들이나 부모들 다 모시고 학교 교육시키고 했는데...인생막장으로, 끝으로 보는 막장으로 보ㄴ다면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20여년. 이제 검은 도시는 생태와 환경을 추구하는 미래 녹색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탄광의 고원지대에는 풍력발전기가 잇따라 들어서고, 탄을 캐고 남은 경석이 있던 자리는 푸른 초원으로 바뀌는 등 곳곳이 폐광의 흔적과 개발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완(사회공헌위원회 사무국장):"탄광은 거의 다 사라졌지만 탄광이 있었던 역사적인 상징과 배경, 의미 이런 것들은 지역사회에서 담아내는 작업들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고..."

검은 크레파스 하나로 세상을 그렸던 탄광 어린이들에게도, 이제 탄광은 화려한 꿈과 미래로 가득차 있습니다.

오로지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오늘도 광부들은 인간의지의 상징인 막장으로, 자신과 가족의 꿈과 미래를 위해 숭고한 삶의 터전으로, 힘찬 발길을 재촉합니다.

KBS뉴스 이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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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탄광, ‘막장’의 희망을 노래하다
    • 입력 2009-06-06 21:14:09
    • 수정2009-06-06 23:01:46
    뉴스 9
<앵커 멘트> 막장 국회, 막장 드라마... 요즘 막장 이라는 말 많이 들으시죠, 더 이상 갈 데 없는 끝장의 상황을 말하는 건데요, 실제 탄광의 "막장"은 희망과 불굴의 개척 정신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이준안 기자가 막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거대한 착암기로 탄맥을 쫓아 새로운 갱도를 냅니다. 폭약을 터뜨려 바위를 깨부수기도 합니다. 자욱한 메탄가스에다 숨막히는 지열에 맞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곳... 바로 막장입니다. 지하 천미터 3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에 90%에 이르는 습도와 쉬임없이 날리는 탄가루로 막장은 곧 생존과의 전쟁터입니다. <인터뷰> 노운석(태백시 문화동):"기계화되서 힘이 조금 덜 들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먼지 나고 하는 건 옛날 먼지나 지금 먼지나 매 한가지 아닙니까." 한줄기 불빛을 따라 내려간 280 km에 이르는 막장은 끝없이 거미줄처럼 이어져있습니다. 6,70년대 산업화를 가능케 했고 광부들의 땀과 희생 속에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 '검은 황금' 석탄. <인터뷰> 이기순(태백시 철암동):"애들 잘 데리고 무사히 살았다는 게 참 좋은데...여기(탄광)가 있었으니까 애들 4남매 잘 키웠고..." 푸른 하늘과 막장의 검의 하늘. 막장의 광부는 두 개의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불륜과 폭력, 비정상의 극단으로 치닫는 이 시대 '막장코드'와 달리 실제 막장에는 오직 삶의 희망과 도전, 숭고함이 있을 뿐입니다. <인터뷰> 전상국(장성광업소 금천생산부장):"막장이 내 희망이고 내 작업장이고 거기에서 참 자식들이나 부모들 다 모시고 학교 교육시키고 했는데...인생막장으로, 끝으로 보는 막장으로 보ㄴ다면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20여년. 이제 검은 도시는 생태와 환경을 추구하는 미래 녹색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탄광의 고원지대에는 풍력발전기가 잇따라 들어서고, 탄을 캐고 남은 경석이 있던 자리는 푸른 초원으로 바뀌는 등 곳곳이 폐광의 흔적과 개발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완(사회공헌위원회 사무국장):"탄광은 거의 다 사라졌지만 탄광이 있었던 역사적인 상징과 배경, 의미 이런 것들은 지역사회에서 담아내는 작업들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고..." 검은 크레파스 하나로 세상을 그렸던 탄광 어린이들에게도, 이제 탄광은 화려한 꿈과 미래로 가득차 있습니다. 오로지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오늘도 광부들은 인간의지의 상징인 막장으로, 자신과 가족의 꿈과 미래를 위해 숭고한 삶의 터전으로, 힘찬 발길을 재촉합니다. KBS뉴스 이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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