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권력형 비리 악순환 끝내야

입력 2009.06.13 (08: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영제 해설위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불법 금품 로비 사건은 초대형 권력형 비리라는 게 검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 하면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한 사람은 21명입니다. 전·현직 대통령 측근과 관료, 정치인, 법조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입니다. 검찰은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공소권이 없는 사안인데다 자칫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국세청이 박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고발하면서 시작 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가족과 형제까지 연루된 의혹이 불거져 파장은 초대형으로 번졌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박연차 씨가 전·현 정권을 넘나들면서 검은 돈을 뿌렸고 그 돈을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받은 돈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만 80억 원에 이릅니다. 박연차 씨의 검은 돈에는 기업 운영과 관련된 비리나 세무조사 무마, 기업 헐값 인수 등의 대가가 따랐습니다. 권력 비호를 위한 불법 정치자금에도 금품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권력을 통하면 법과 원칙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문제였습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권력형 비리는 많았지만 한 기업인이 최고 권력자 주변과 입법, 행정, 사법부의 권력 실세들에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뇌물 공세를 편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지는 부정부패를 언제까지 겪어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른바 정권의 실세나 주변 인물들의 비리는 어떤 부정부패 보다 국민에게 주는 악영향이 큽니다. 이런 점에서 누구라도 수사의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반성할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의 경우 시간을 너무 끌면서 무리하게 진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혐의 사실을 중계 하듯이 언론에 흘리거나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출국을 막지 못해 세무조사 무마 의혹을 밝히지 못한 점은 나중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소지를 남겼습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부 지도층의 비리는 국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법의 신뢰성마저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번 사건을 비리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권력형 비리 악순환 끝내야
    • 입력 2009-06-13 08:19:32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불법 금품 로비 사건은 초대형 권력형 비리라는 게 검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 하면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한 사람은 21명입니다. 전·현직 대통령 측근과 관료, 정치인, 법조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입니다. 검찰은 그러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공소권이 없는 사안인데다 자칫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국세청이 박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고발하면서 시작 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가족과 형제까지 연루된 의혹이 불거져 파장은 초대형으로 번졌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박연차 씨가 전·현 정권을 넘나들면서 검은 돈을 뿌렸고 그 돈을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받은 돈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만 80억 원에 이릅니다. 박연차 씨의 검은 돈에는 기업 운영과 관련된 비리나 세무조사 무마, 기업 헐값 인수 등의 대가가 따랐습니다. 권력 비호를 위한 불법 정치자금에도 금품이 흘러 들어갔습니다. 권력을 통하면 법과 원칙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문제였습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권력형 비리는 많았지만 한 기업인이 최고 권력자 주변과 입법, 행정, 사법부의 권력 실세들에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뇌물 공세를 편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국민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지는 부정부패를 언제까지 겪어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입니다. 이른바 정권의 실세나 주변 인물들의 비리는 어떤 부정부패 보다 국민에게 주는 악영향이 큽니다. 이런 점에서 누구라도 수사의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반성할 일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의 경우 시간을 너무 끌면서 무리하게 진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혐의 사실을 중계 하듯이 언론에 흘리거나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출국을 막지 못해 세무조사 무마 의혹을 밝히지 못한 점은 나중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소지를 남겼습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부 지도층의 비리는 국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법의 신뢰성마저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번 사건을 비리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