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존엄사, 남용 방지가 과제

입력 2009.06.24 (07:00) 수정 2009.06.2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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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순 해설위원]

어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환자의 뜻에 따라 죽음을 맞는 존엄사가 시행됐습니다. 회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도 좋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치의가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습니다. 환자는 편안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11년 전 비슷한 처치를 했던 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처벌을 받은바 있습니다. 어제 시행된 존엄사는 그러나 개별적인 판결에 따른 것일 뿐 아직 우리나라가 법적이나 제도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제 시행된 존엄사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존엄사 판결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동안 의료계에서는 존엄사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도 8월말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국회에서도 존엄사 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네덜란드가 2000년부터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했습니다. 프랑스도 2005년부터 존엄사를 인정했고 미국도 40여 개의 주가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의사의 처벌을 계기로 의료계가 꾸준히 존엄사 허용을 요구해 왔습니다. 2004년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5년 만에 판결을 뒤집은 것은 사회적인 변화 등으로 이제 존엄사를 허용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판결한 존엄사의 기준은 엄격합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여야 하고 환자가 평소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뜻을 보였어야합니다. 판단도 복수의 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엄사 시행과 함께 역설적으로 존엄사의 남용을 막는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의 대부분은 고통 속에서도 강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가족과 의료진은 연명 치료를 택할 뿐 정작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합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못합니다. 존엄사의 시행과 함께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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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존엄사, 남용 방지가 과제
    • 입력 2009-06-24 06:22:16
    • 수정2009-06-24 07:04:42
    뉴스광장 1부
[류현순 해설위원] 어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환자의 뜻에 따라 죽음을 맞는 존엄사가 시행됐습니다. 회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도 좋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치의가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습니다. 환자는 편안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11년 전 비슷한 처치를 했던 의사는 살인방조죄로 처벌을 받은바 있습니다. 어제 시행된 존엄사는 그러나 개별적인 판결에 따른 것일 뿐 아직 우리나라가 법적이나 제도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제 시행된 존엄사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존엄사 판결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동안 의료계에서는 존엄사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도 8월말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국회에서도 존엄사 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네덜란드가 2000년부터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했습니다. 프랑스도 2005년부터 존엄사를 인정했고 미국도 40여 개의 주가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8년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의사의 처벌을 계기로 의료계가 꾸준히 존엄사 허용을 요구해 왔습니다. 2004년 유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5년 만에 판결을 뒤집은 것은 사회적인 변화 등으로 이제 존엄사를 허용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판결한 존엄사의 기준은 엄격합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여야 하고 환자가 평소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뜻을 보였어야합니다. 판단도 복수의 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엄사 시행과 함께 역설적으로 존엄사의 남용을 막는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을 생각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들의 대부분은 고통 속에서도 강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가족과 의료진은 연명 치료를 택할 뿐 정작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합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못합니다. 존엄사의 시행과 함께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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