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국회 전자투표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09.07.31 (20: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런 충돌 끝에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리 투표 논란 속에 허술한 전자 투표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럴바엔 차라리 기립 표결이 낫겠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때는 IT 강국, 디지털 국회의 모범 사례라던 전자투표시스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철호 기자가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국회 전자투표의 역사는 1975년 여의도 국회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1990년 철거됐습니다.

전자투표기가 다시 설치된 건 1997년.

<녹취> 김수한(당시 국회의장/1997년 5월) : "(전자투표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어서 하는 게 좋겠어. 도표로 색깔까지 넣어서..."

첫 전자투표는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느라 그로부터 2년 뒤에야 이뤄졌습니다.

<녹취> 박준규(당시 국회의장/1999년3월9일) : "개인 의견 말하지 마세요. 전자 표결 한번 합시다. 우리 국회가 언제까지 각자 의견 표시 못하는 국회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2005년에는 '디지털 본회의장' 구축에 발맞춰 기존의 버튼 방식 외에 터치 스크린 방식도 도입됩니다.

국회는 이런 시스템을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자랑했습니다.



IT 기술 강국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국회 전자투표 시스템, 하지만 투표의 기본 원칙조차 반영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미디어법 투표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은 대리 투표 문제.

그런데 전문가들은 대리 투표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말도 안된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자투표기 제조업체 관계자 : "좀 황당하더라구요. 초등학교 선거 같은 경우에도 (본인)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국회에서 저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국회측도 불완전한 시스템이란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 벌어져 내심 난감해 합니다.

<녹취> 국회 사무처 관계자(음성변조) : "본회의장 안에는 의원님 밖에는 들어오시지 못해서 필요성이 있겠느냐... 대리 투표 할 수 있겠느냐. 영상으로도 담기는데..."

더구나 대리 투표 논란은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 학술원법 개정 때에도 일부 의원의 대리투표가 확인됐습니다.

<녹취> 이상배(당시 국회의원) : "(대리투표는 왜 하셨나요?) 아무 뜻 없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때에는 한나라당 측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본인 인증 장치를 도입하자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유야무야 되고 전자투표기를 개선하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민경배(경희사이버대 교수) :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한다는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강도 높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국회는 이번 미디어법 사태로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뒤늦게 지문인식 시스템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 국회 전자투표의 빛과 그림자
    • 입력 2009-07-31 20:03:31
    뉴스타임
<앵커 멘트> 이런 충돌 끝에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리 투표 논란 속에 허술한 전자 투표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럴바엔 차라리 기립 표결이 낫겠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때는 IT 강국, 디지털 국회의 모범 사례라던 전자투표시스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철호 기자가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국회 전자투표의 역사는 1975년 여의도 국회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1990년 철거됐습니다. 전자투표기가 다시 설치된 건 1997년. <녹취> 김수한(당시 국회의장/1997년 5월) : "(전자투표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어서 하는 게 좋겠어. 도표로 색깔까지 넣어서..." 첫 전자투표는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느라 그로부터 2년 뒤에야 이뤄졌습니다. <녹취> 박준규(당시 국회의장/1999년3월9일) : "개인 의견 말하지 마세요. 전자 표결 한번 합시다. 우리 국회가 언제까지 각자 의견 표시 못하는 국회가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2005년에는 '디지털 본회의장' 구축에 발맞춰 기존의 버튼 방식 외에 터치 스크린 방식도 도입됩니다. 국회는 이런 시스템을 "세계적인 모범 사례"라고 자랑했습니다. IT 기술 강국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국회 전자투표 시스템, 하지만 투표의 기본 원칙조차 반영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미디어법 투표 과정에서 논란의 핵심은 대리 투표 문제. 그런데 전문가들은 대리 투표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말도 안된다고 말합니다. <녹취> 전자투표기 제조업체 관계자 : "좀 황당하더라구요. 초등학교 선거 같은 경우에도 (본인)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국회에서 저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국회측도 불완전한 시스템이란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했던 일이 벌어져 내심 난감해 합니다. <녹취> 국회 사무처 관계자(음성변조) : "본회의장 안에는 의원님 밖에는 들어오시지 못해서 필요성이 있겠느냐... 대리 투표 할 수 있겠느냐. 영상으로도 담기는데..." 더구나 대리 투표 논란은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 학술원법 개정 때에도 일부 의원의 대리투표가 확인됐습니다. <녹취> 이상배(당시 국회의원) : "(대리투표는 왜 하셨나요?) 아무 뜻 없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때에는 한나라당 측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본인 인증 장치를 도입하자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유야무야 되고 전자투표기를 개선하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민경배(경희사이버대 교수) : "지문인식이나 홍채인식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한다는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강도 높은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국회는 이번 미디어법 사태로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뒤늦게 지문인식 시스템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