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뉴스] 히말라야도 못 꺾은 형제애

입력 2009.07.31 (20:33) 수정 2009.07.3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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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선 산악인이 숨지면 시신을 두고 하산하는 게 불문율입니다.

시신을 옮기는데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히말라야에서 동생의 시신 수습에 나선 형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류호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해발 8천 미터 이상의 고봉이 줄줄이 솟은 히말라야.

3년 전 이 '신의 거처'에 도전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르쿠스 크론탈러.

그는 12번째로 높은 '브로드 피크'를 정복했습니다.

<녹취> 마르쿠스 크론탈러(무전 교신 음성) : "여기는 마르쿠스! 제1봉우리를 출발해 제2봉우리로 하산하는 중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산 도중 체력 고갈과 물 부족으로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또 다른 원정대가 '브로드피크'를 오릅니다.

원정대장은 게오르그.

숨진 '마르쿠스'의 형입니다.

<인터뷰> 게오르그 크론탈러(마르쿠스 형) : "눈이 오면 시신이 묻힐 거예요. 그전에 가야 해요."

동생이 잠든 곳은 헬기도 갈 수 없는 해발 8천 미터.

생사를 오가는 지치고 힘든 여정이 계속되고,

<인터뷰> 게오르그 크론탈러(마르쿠스 형) : "발가락이랑 손가락이 얼어붙은 거 같아. 통증이 심해. 힘이 빠져서... 더는 못 움직이겠어."

마침내 짙은 안갯속에서 동료들이 수습한 동생의 시신을 만납니다.


<녹취> 게오르그 크론탈러(마르쿠스 형) :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나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마르쿠스의 시신이란 게. 드디어 동생을 만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시신과 함께 내려오는 하산길.

히말라야가 이번에는 형의 목숨도 원하는 듯 으르렁거립니다.



고산에서는 너무 위험해 시신을 놓고 하산한다는 산악인들의 불문율.

하지만 뜨거운 형제애 앞에 불가능은 없었고, 원정대는 귀환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마르쿠스는 가족의 품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었습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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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뉴스] 히말라야도 못 꺾은 형제애
    • 입력 2009-07-31 20:11:53
    • 수정2009-07-31 20: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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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에선 산악인이 숨지면 시신을 두고 하산하는 게 불문율입니다. 시신을 옮기는데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히말라야에서 동생의 시신 수습에 나선 형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류호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해발 8천 미터 이상의 고봉이 줄줄이 솟은 히말라야. 3년 전 이 '신의 거처'에 도전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르쿠스 크론탈러. 그는 12번째로 높은 '브로드 피크'를 정복했습니다. <녹취> 마르쿠스 크론탈러(무전 교신 음성) : "여기는 마르쿠스! 제1봉우리를 출발해 제2봉우리로 하산하는 중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산 도중 체력 고갈과 물 부족으로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또 다른 원정대가 '브로드피크'를 오릅니다. 원정대장은 게오르그. 숨진 '마르쿠스'의 형입니다. <인터뷰> 게오르그 크론탈러(마르쿠스 형) : "눈이 오면 시신이 묻힐 거예요. 그전에 가야 해요." 동생이 잠든 곳은 헬기도 갈 수 없는 해발 8천 미터. 생사를 오가는 지치고 힘든 여정이 계속되고, <인터뷰> 게오르그 크론탈러(마르쿠스 형) : "발가락이랑 손가락이 얼어붙은 거 같아. 통증이 심해. 힘이 빠져서... 더는 못 움직이겠어." 마침내 짙은 안갯속에서 동료들이 수습한 동생의 시신을 만납니다. <녹취> 게오르그 크론탈러(마르쿠스 형) :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나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마르쿠스의 시신이란 게. 드디어 동생을 만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시신과 함께 내려오는 하산길. 히말라야가 이번에는 형의 목숨도 원하는 듯 으르렁거립니다. 고산에서는 너무 위험해 시신을 놓고 하산한다는 산악인들의 불문율. 하지만 뜨거운 형제애 앞에 불가능은 없었고, 원정대는 귀환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마르쿠스는 가족의 품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었습니다. KBS 뉴스 류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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