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비리 키우는 ‘솜방망이’ 건산법

입력 2009.08.12 (22:07) 수정 2009.08.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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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건설공사 입찰 심사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가 거액의 상품권을 건넨 건설사를 폭로했는데요.
건설사로서는 적발돼도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습니다.
김원장 기자입니다.

<리포트>

춘천시가 발주한 600억 원 규모의 폐기물처리장 신축공사 현장입니다.

지난 2007년, 입찰에 참여한 동부건설과 한라산업개발은 담당 공무원에게 2천만 원을 건넸다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돈을 받은 공무원은 입찰평가위원 10명의 명단을 건설사에 알려줬고, 동부와 한라산업개발은 바로 다음날 평가위원 8명에게 각각 천만 원에서 2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시공업체로 선정됐습니다.

1심에서 돈을 받은 공무원과 돈을 준 건설사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시공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공사를 바꾸려면 뇌물을 준 건설사 직원이 건설사의 지시를 받은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춘천시 담당자 : "(건설사) 법인에서 준게 아니라 (건설사 직원)개인이 줬다면 이게 계약 해지 조건이 되느냐..."

입주를 앞둔 동남권 유통단집니다.

역시 3년 전 입찰과정에서 7개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평가위원들에게 많게는 1억 원까지의 돈을 건넸다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돈을 준 것은 건설사가 아닌 개인목적의 건설사 직원들이다" 라는 건설사의 주장을 인정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해당 건설사들은 모두 행정처분을 면했고 수주한 1조 원대 공사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이유는 관련법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입찰과정에서 뇌물을 준 건설사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건설산업기본법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 직원이 준 뇌물이 회사가 지시해서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건설사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잇단 비리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분을 받은 대형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실제 지난주 평가위원에게 천만 원을 주다 적발된 금호건설도 이 조항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금호건설 담당자 : "개인적으로 학교에 자신이 나온 학교에 기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최근에는 뇌물을 주다 2번 적발되면 아예 해당건설사를 퇴출시키는 이른바 '2진 아웃제'를 입법예고했습니다.

하지만 한번만 적발돼도 영업정지를 시킬 수 있는 규정은 삭제됐습니다.

건설사를 처벌하기 어렵고 그래서 건설사가 두려워하지 않는 건설관련법. 정부가 정말 건설비리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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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비리 키우는 ‘솜방망이’ 건산법
    • 입력 2009-08-12 21:25:28
    • 수정2009-08-12 22:14:04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주 건설공사 입찰 심사에 참여했던 한 대학교수가 거액의 상품권을 건넨 건설사를 폭로했는데요. 건설사로서는 적발돼도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비리가 뿌리 뽑히지 않습니다. 김원장 기자입니다. <리포트> 춘천시가 발주한 600억 원 규모의 폐기물처리장 신축공사 현장입니다. 지난 2007년, 입찰에 참여한 동부건설과 한라산업개발은 담당 공무원에게 2천만 원을 건넸다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돈을 받은 공무원은 입찰평가위원 10명의 명단을 건설사에 알려줬고, 동부와 한라산업개발은 바로 다음날 평가위원 8명에게 각각 천만 원에서 2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시공업체로 선정됐습니다. 1심에서 돈을 받은 공무원과 돈을 준 건설사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시공사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공사를 바꾸려면 뇌물을 준 건설사 직원이 건설사의 지시를 받은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춘천시 담당자 : "(건설사) 법인에서 준게 아니라 (건설사 직원)개인이 줬다면 이게 계약 해지 조건이 되느냐..." 입주를 앞둔 동남권 유통단집니다. 역시 3년 전 입찰과정에서 7개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평가위원들에게 많게는 1억 원까지의 돈을 건넸다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돈을 준 것은 건설사가 아닌 개인목적의 건설사 직원들이다" 라는 건설사의 주장을 인정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해당 건설사들은 모두 행정처분을 면했고 수주한 1조 원대 공사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이유는 관련법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입찰과정에서 뇌물을 준 건설사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건설산업기본법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 직원이 준 뇌물이 회사가 지시해서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건설사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잇단 비리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분을 받은 대형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실제 지난주 평가위원에게 천만 원을 주다 적발된 금호건설도 이 조항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녹취> 금호건설 담당자 : "개인적으로 학교에 자신이 나온 학교에 기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최근에는 뇌물을 주다 2번 적발되면 아예 해당건설사를 퇴출시키는 이른바 '2진 아웃제'를 입법예고했습니다. 하지만 한번만 적발돼도 영업정지를 시킬 수 있는 규정은 삭제됐습니다. 건설사를 처벌하기 어렵고 그래서 건설사가 두려워하지 않는 건설관련법. 정부가 정말 건설비리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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