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벌채, 산림 황폐화

입력 2001.04.16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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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봄 큰 산불이 났던 동해안의 산림이 이번에는 마구잡이 벌목으로 더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 권혁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불이 휩쓸고 갔던 야산 전체가 벌건 황토흙을 드러냈습니다.
불탄 나무만 베어내야 하지만 살아 있는 나무까지 모조리 잘랐다는 게 지역 환경단체의 설명입니다.
⊙김인구(백두대간 보전회): 저 뒤에는 산너머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와 보니까 하나도 없네요, 나무가.
다 베어지고...
⊙기자: 최근 대규모 벌채작업이 진행된 이 사유림은 멀쩡한 나무를 무더기로 베다 적발돼 작업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올해 조림작업이 없는데도 벌목작업은 강행됐습니다.
싹쓸이에 가까운 벌목작업은 야생동물의 터전마저 앗아갔습니다.
⊙김원기(백두대간 회장): 오색딱따구리가 살던 집입니다.
⊙기자: 그러면 딱따구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다고 볼 수...
⊙인터뷰: 그럼요.
이런 피해목 벌채만 안 했으면...
⊙기자: 마구잡이 벌목작업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중장비가 헤치고 지나간 민둥산 여기저기가 깊게 패여 비라도 오면 토사가 쓸려 내려올 것이 뻔합니다.
⊙박상덕(강릉대 토목공학과 교수): 중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표가 오히려 극도로 교란이 됩니다.
그래서 토사 유출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훨씬 높고...
⊙기자: 지난해 봄 동해안 산불피해 면적은 2만 3000여 헥타르.
이 가운데 사유림이 절반을 넘는 1만 3000여 헥타르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림작업이 이루어지지만 벌목작업이 대부분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무계획적이고 무분별한 산림 벌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허술한 관련 규정 때문입니다.
특히 사유림의 경우 산주가 당국에 신고만 하면 산불 피해목 벌채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더욱이 사유림에 대한 임목피해 보상이 없다보니 산주들은 앞다퉈 피해목을 베어내 목재상에게 팔고 있습니다.
방대한 면적에서 벌목작업이 이루어져 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김진종(동해시 산림녹지과장): 나무 베면 안 된다 이렇게 했는데 근간에 들어 가지고 산불 때문에 바빠가지고...
⊙기자: 동해안 산불 피해지가 무분별한 벌목작업으로 더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권혁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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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구잡이 벌채, 산림 황폐화
    • 입력 2001-04-16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지난해 봄 큰 산불이 났던 동해안의 산림이 이번에는 마구잡이 벌목으로 더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그 현장, 권혁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불이 휩쓸고 갔던 야산 전체가 벌건 황토흙을 드러냈습니다. 불탄 나무만 베어내야 하지만 살아 있는 나무까지 모조리 잘랐다는 게 지역 환경단체의 설명입니다. ⊙김인구(백두대간 보전회): 저 뒤에는 산너머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와 보니까 하나도 없네요, 나무가. 다 베어지고... ⊙기자: 최근 대규모 벌채작업이 진행된 이 사유림은 멀쩡한 나무를 무더기로 베다 적발돼 작업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올해 조림작업이 없는데도 벌목작업은 강행됐습니다. 싹쓸이에 가까운 벌목작업은 야생동물의 터전마저 앗아갔습니다. ⊙김원기(백두대간 회장): 오색딱따구리가 살던 집입니다. ⊙기자: 그러면 딱따구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다고 볼 수... ⊙인터뷰: 그럼요. 이런 피해목 벌채만 안 했으면... ⊙기자: 마구잡이 벌목작업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중장비가 헤치고 지나간 민둥산 여기저기가 깊게 패여 비라도 오면 토사가 쓸려 내려올 것이 뻔합니다. ⊙박상덕(강릉대 토목공학과 교수): 중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지표가 오히려 극도로 교란이 됩니다. 그래서 토사 유출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훨씬 높고... ⊙기자: 지난해 봄 동해안 산불피해 면적은 2만 3000여 헥타르. 이 가운데 사유림이 절반을 넘는 1만 3000여 헥타르로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림작업이 이루어지지만 벌목작업이 대부분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무계획적이고 무분별한 산림 벌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허술한 관련 규정 때문입니다. 특히 사유림의 경우 산주가 당국에 신고만 하면 산불 피해목 벌채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더욱이 사유림에 대한 임목피해 보상이 없다보니 산주들은 앞다퉈 피해목을 베어내 목재상에게 팔고 있습니다. 방대한 면적에서 벌목작업이 이루어져 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김진종(동해시 산림녹지과장): 나무 베면 안 된다 이렇게 했는데 근간에 들어 가지고 산불 때문에 바빠가지고... ⊙기자: 동해안 산불 피해지가 무분별한 벌목작업으로 더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권혁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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