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김수근作 불광동 성당 ‘위기’

입력 2009.08.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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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맨트>

현대 한국건축의 거목으로 불리는 김수근씨가 설계한 서울 불광동의 천주교 성당, 성당 건물 곳곳에 균열이 가면서 훼손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공사 때문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범기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범 기자, 먼저 천주교 불광동 성당 소개부터 해 주시죠.

<답변> 이 성당은 김수근 씨 설계로 1985년에 지어졌습니다.

김수근 씨는 한국현대건축에 큰 발자국을 남긴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공간' 사옥과 아르코미술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거장입니다.

김수근 씨가 작고하기 1년 전에 설계한 건물은 경남 마산의 양덕성당과 장충동 경동교회와 함께 김수근 씨의 3대 종교 건축물로 꼽히는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또 한국 100대 건축물 중 하나로 한국 근현대 건축문화사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질문> 오늘 현장에 다녀왔죠? 훼손이 심각하던가요?

<답변> 성당 뒤편 바닥 곳곳은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져 있었습니다.

성당 부속 건물 벽체도 금이 가 있었고요 김수근 씨가 설계한 본당 건물 외벽도 위쪽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실금이 간 곳도 있지만 일부 바닥에는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균열부위가 넓게 벌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곳은 몸이 불편한 신자들을 위한 경사로입니다.

옆에 부조가 있는 담장에 금이 가면서 사고를 막기 위해 통제됐습니다.

바닥에서 시작된 균열은 성당건물을 타고 올랐고 기도실은 폐쇄됐습니다.

김수근 씨가 설계한 본당 건물도 훼손되기 시작됐습니다.

본당 외벽 윗부분에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금이 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장을 찾은 전문가는 성당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와 관련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서규석(건축구조기술사회): "건물과 인접 부분의 높이 차 없이 균열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은 흙막이벽쪽 지반이 변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 위기에 처한 것은 확실해보이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답변> 균열은 6월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터파기 공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성당 측은 물막이벽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성당 지반이 약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빗물과 지하수가 흘러나가면서 성당 아래쪽 흙이 빠져나가면서 가라앉고 있다는 겁니다.

시공사는 공사로 인해 일부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본당 건물은 문제없을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정익희(시공회사 관계자): "4-8미터 정도 본당이 공사장보다 깊기 때문에, 그리고 지반 자체가 암반이기 때문에 차수벽이나 터파기로 인해 본당에는 영향이 없다고..."

<질문> 논란이 일고 있는데, 앞으로 건물이 더 훼손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답변> 문제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지금은 땅을 파낸 뒤에 흙막이벽을 세우고 지지대로 받쳐놓은 상태인데요.

공사가 진척되면 결국 파낸 땅을 메우고 지지대를 치우게 됩니다.

이때 이미 약해진 성당 지반이 공사현장 쪽으로 밀려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건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 현장과 성당 본당은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지만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성당 신자들은 재건축 시행사가 흙막이벽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시행사와 재건축조합을 검찰에 고발해서 법적 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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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김수근作 불광동 성당 ‘위기’
    • 입력 2009-08-14 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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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맨트> 현대 한국건축의 거목으로 불리는 김수근씨가 설계한 서울 불광동의 천주교 성당, 성당 건물 곳곳에 균열이 가면서 훼손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공사 때문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범기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범 기자, 먼저 천주교 불광동 성당 소개부터 해 주시죠. <답변> 이 성당은 김수근 씨 설계로 1985년에 지어졌습니다. 김수근 씨는 한국현대건축에 큰 발자국을 남긴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공간' 사옥과 아르코미술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등을 설계한 거장입니다. 김수근 씨가 작고하기 1년 전에 설계한 건물은 경남 마산의 양덕성당과 장충동 경동교회와 함께 김수근 씨의 3대 종교 건축물로 꼽히는 붉은 벽돌 건물입니다. 또 한국 100대 건축물 중 하나로 한국 근현대 건축문화사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질문> 오늘 현장에 다녀왔죠? 훼손이 심각하던가요? <답변> 성당 뒤편 바닥 곳곳은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져 있었습니다. 성당 부속 건물 벽체도 금이 가 있었고요 김수근 씨가 설계한 본당 건물 외벽도 위쪽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실금이 간 곳도 있지만 일부 바닥에는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균열부위가 넓게 벌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곳은 몸이 불편한 신자들을 위한 경사로입니다. 옆에 부조가 있는 담장에 금이 가면서 사고를 막기 위해 통제됐습니다. 바닥에서 시작된 균열은 성당건물을 타고 올랐고 기도실은 폐쇄됐습니다. 김수근 씨가 설계한 본당 건물도 훼손되기 시작됐습니다. 본당 외벽 윗부분에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금이 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장을 찾은 전문가는 성당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와 관련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서규석(건축구조기술사회): "건물과 인접 부분의 높이 차 없이 균열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은 흙막이벽쪽 지반이 변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 위기에 처한 것은 확실해보이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답변> 균열은 6월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터파기 공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성당 측은 물막이벽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성당 지반이 약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빗물과 지하수가 흘러나가면서 성당 아래쪽 흙이 빠져나가면서 가라앉고 있다는 겁니다. 시공사는 공사로 인해 일부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본당 건물은 문제없을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정익희(시공회사 관계자): "4-8미터 정도 본당이 공사장보다 깊기 때문에, 그리고 지반 자체가 암반이기 때문에 차수벽이나 터파기로 인해 본당에는 영향이 없다고..." <질문> 논란이 일고 있는데, 앞으로 건물이 더 훼손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답변> 문제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지금은 땅을 파낸 뒤에 흙막이벽을 세우고 지지대로 받쳐놓은 상태인데요. 공사가 진척되면 결국 파낸 땅을 메우고 지지대를 치우게 됩니다. 이때 이미 약해진 성당 지반이 공사현장 쪽으로 밀려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건물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 현장과 성당 본당은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지만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성당 신자들은 재건축 시행사가 흙막이벽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시행사와 재건축조합을 검찰에 고발해서 법적 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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