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우리 진실이를 돌려주세요!”

입력 2009.08.17 (09:10) 수정 2009.08.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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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고(故) 탤런트 최진실 씨의 묘를 훼손한 뒤 유골함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죠.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요.

최서희 기자! 범행의 단서는 좀 드러났습니까?

<리포트>

(앞서 전해드렸지만) 묘소주변의 CCTV가 작동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현장에서 발견된 몇 점의 지문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룻밤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유골함.

묘소 주변에서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당시 상황을 추적해봤습니다.

경기도 내 한 공원묘지의 납골묘.

뒤쪽 대리석이 단단한 쇠망치로 내리친 듯 깨져 있고, 그 안에 안장돼 있던 유골함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사진을 치우고 보니까 (유골함이) 없어진 거예요. 그래서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이 묘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지난해 숨진 고 최진실 씨.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였을까요?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 공원묘지.

지난 토요일 오전 이 곳 공원 관리인은 여느 때처럼 묘역 주변을 둘러보다 최진실 씨 묘 근처에 소주병 2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꽃바구니가 3미터밖에 던져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꽃바구니를 그 위치에 끼우려고 보니까 소주병 2개가 있더라고 빈병이...“

더 놀란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묘 뒤쪽에 있는 두꺼운 화강암 대리석 벽면이 망치로 내려친 듯 깨져 있었고, 그 안에 있던 고인의 유골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우리가 여기서 볼 때 우측면이 깨졌더라고...(벽면이) 일반 돌로 치거나 해서 깨질 게 절대 아니에요. 돌의 두께가 있기 때문에...”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최진실 씨의 어머니는 편히 쉬어야 할 딸의 유해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계속해서 목 놓아 울었는데요.

<인터뷰> 정옥숙(故 최진실 씨 어머니) : “너무 슬퍼서 말도 나오지 않네요.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꼭 좀 돌려 보내주세요.”

딸이 숨진 뒤 가끔씩 이 곳을 들렀던 고인의 아버지 역시 다음날 묘지를 찾았는데요.

그는 깨진 납골묘 앞에서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가져간 사람이 누구든 그저 유골함만 되돌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인터뷰> 최국현(故 최진실 씨 아버지) : “왜 이렇게 불상사를 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돌아온다면 다시 (유골함) 좀 원상태로 돌려놔줬으면 좋겠어요.”

도난 신고를 받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6.5cm 두께의 대리석을 누군가 망치로 추정되는 둔기로 내리친 뒤, 그 안에 든 유골함을 의도적으로 훔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재진(양평경찰서 수사과장) : “(범행 도구가) 금속 물질이 아닌가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물건도 아직 찾질 못했어요. 제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한 두 차례 때려서는 어렵고, 10여 차례 이상 두드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이 추정한 범행 시각은 지난 14일 오후 7시부터 15일 아침 8시 사이.

하지만 고인의 묘소를 비추던 묘원 2구역에 설치돼 있던 CCTV는 지난 12일 낙뢰를 맞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12일에 폭우가 쏟아지고 나서 잘 안 보이더라고 뿌옇게...그래서 수리 신청을 하고 (화면을) 껐죠.”

또 근처 1구역 CCTV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인터뷰> 우재진(양평경찰서 수사과장) : “묘역이 워낙 넓다 보니까 그 위쪽에 하나(CCTV가) 있다고 들었는데...이쪽 묘역(2구역)과는 별 연관이 없습니다.”

게다가 밤에는 공원 관리자가 없고, 누구나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누가, 언제 다녀갔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녹취> 공원 관리팀 관계자(음성변조) : “(낮에는) 방문자와 묘지 번호, 차량 번호 그렇게 세 가지만 적어요. 저녁 7시면 (관리자들) 퇴근하는데...7시 이후에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죠.”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한 점이 없진 않았는데요.

공원 관리소로 최진실 씨 유골함이 보관된 묘의 정확한 위치를 묻는 전화가 몇 차례 걸려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근래에 한 사람한테 여러 번 일방적으로 (문의를) 받았는데...(유골함) 위치가 어디냐 묘가 어떻게 되어있냐 수차례 걸쳐서 전화가 온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10월, 자신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고 최진실 씨.

갑작스런 최 씨의 죽음 앞에 그녀의 가족과 동료들은 한 동안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는데요.

그리고 열 달 후, 이번엔 유골함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에 모두들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그녀의 팬들 역시, 죽어서도 수난을 당하는 최 씨에 대한 안타까움에 이른 아침부터 텅 빈 묘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인터뷰> 허경자(경기도 남양주시) : “가슴이 탁 막히는 게...내 딸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짜 안쓰러워요.”

<인터뷰> 목순정(경기도 양평군) : “너무 참담하고 고인을 이렇게 죽어서까지 편히 쉬지 못하게 한다는 그 자체가 황당하네요.”

경찰은 일단 유골함을 노린 전문 도굴범 등의 계획적인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묘소를 찾은 추모객의 우발적인 범행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고 방명록을 토대로 탐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재진(양평경찰서 수사과장) : “우발적이 됐던 계획적이 됐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전부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이것은 계획적이다 아니다 라고 단정해서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고...”

경찰은 또 사건 현장에 있던 소주병과 대리석 조각에서 나온 지문을 오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근처 도로 CCTV 분석에서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용의자 압축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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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8-17 08:35:50
    • 수정2009-08-17 1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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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말, 고(故) 탤런트 최진실 씨의 묘를 훼손한 뒤 유골함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죠.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요. 최서희 기자! 범행의 단서는 좀 드러났습니까? <리포트> (앞서 전해드렸지만) 묘소주변의 CCTV가 작동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현장에서 발견된 몇 점의 지문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룻밤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유골함. 묘소 주변에서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당시 상황을 추적해봤습니다. 경기도 내 한 공원묘지의 납골묘. 뒤쪽 대리석이 단단한 쇠망치로 내리친 듯 깨져 있고, 그 안에 안장돼 있던 유골함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사진을 치우고 보니까 (유골함이) 없어진 거예요. 그래서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이 묘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지난해 숨진 고 최진실 씨.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벌였을까요?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한 공원묘지. 지난 토요일 오전 이 곳 공원 관리인은 여느 때처럼 묘역 주변을 둘러보다 최진실 씨 묘 근처에 소주병 2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꽃바구니가 3미터밖에 던져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꽃바구니를 그 위치에 끼우려고 보니까 소주병 2개가 있더라고 빈병이...“ 더 놀란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묘 뒤쪽에 있는 두꺼운 화강암 대리석 벽면이 망치로 내려친 듯 깨져 있었고, 그 안에 있던 고인의 유골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우리가 여기서 볼 때 우측면이 깨졌더라고...(벽면이) 일반 돌로 치거나 해서 깨질 게 절대 아니에요. 돌의 두께가 있기 때문에...”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최진실 씨의 어머니는 편히 쉬어야 할 딸의 유해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계속해서 목 놓아 울었는데요. <인터뷰> 정옥숙(故 최진실 씨 어머니) : “너무 슬퍼서 말도 나오지 않네요.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꼭 좀 돌려 보내주세요.” 딸이 숨진 뒤 가끔씩 이 곳을 들렀던 고인의 아버지 역시 다음날 묘지를 찾았는데요. 그는 깨진 납골묘 앞에서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가져간 사람이 누구든 그저 유골함만 되돌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인터뷰> 최국현(故 최진실 씨 아버지) : “왜 이렇게 불상사를 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돌아온다면 다시 (유골함) 좀 원상태로 돌려놔줬으면 좋겠어요.” 도난 신고를 받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6.5cm 두께의 대리석을 누군가 망치로 추정되는 둔기로 내리친 뒤, 그 안에 든 유골함을 의도적으로 훔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재진(양평경찰서 수사과장) : “(범행 도구가) 금속 물질이 아닌가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물건도 아직 찾질 못했어요. 제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한 두 차례 때려서는 어렵고, 10여 차례 이상 두드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이 추정한 범행 시각은 지난 14일 오후 7시부터 15일 아침 8시 사이. 하지만 고인의 묘소를 비추던 묘원 2구역에 설치돼 있던 CCTV는 지난 12일 낙뢰를 맞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12일에 폭우가 쏟아지고 나서 잘 안 보이더라고 뿌옇게...그래서 수리 신청을 하고 (화면을) 껐죠.” 또 근처 1구역 CCTV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인터뷰> 우재진(양평경찰서 수사과장) : “묘역이 워낙 넓다 보니까 그 위쪽에 하나(CCTV가) 있다고 들었는데...이쪽 묘역(2구역)과는 별 연관이 없습니다.” 게다가 밤에는 공원 관리자가 없고, 누구나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누가, 언제 다녀갔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녹취> 공원 관리팀 관계자(음성변조) : “(낮에는) 방문자와 묘지 번호, 차량 번호 그렇게 세 가지만 적어요. 저녁 7시면 (관리자들) 퇴근하는데...7시 이후에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죠.”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한 점이 없진 않았는데요. 공원 관리소로 최진실 씨 유골함이 보관된 묘의 정확한 위치를 묻는 전화가 몇 차례 걸려오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전병기(공원 관리소장) : “근래에 한 사람한테 여러 번 일방적으로 (문의를) 받았는데...(유골함) 위치가 어디냐 묘가 어떻게 되어있냐 수차례 걸쳐서 전화가 온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10월, 자신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고 최진실 씨. 갑작스런 최 씨의 죽음 앞에 그녀의 가족과 동료들은 한 동안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는데요. 그리고 열 달 후, 이번엔 유골함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에 모두들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그녀의 팬들 역시, 죽어서도 수난을 당하는 최 씨에 대한 안타까움에 이른 아침부터 텅 빈 묘역을 다시 찾았습니다. <인터뷰> 허경자(경기도 남양주시) : “가슴이 탁 막히는 게...내 딸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짜 안쓰러워요.” <인터뷰> 목순정(경기도 양평군) : “너무 참담하고 고인을 이렇게 죽어서까지 편히 쉬지 못하게 한다는 그 자체가 황당하네요.” 경찰은 일단 유골함을 노린 전문 도굴범 등의 계획적인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묘소를 찾은 추모객의 우발적인 범행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않고 방명록을 토대로 탐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재진(양평경찰서 수사과장) : “우발적이 됐던 계획적이 됐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전부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이것은 계획적이다 아니다 라고 단정해서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고...” 경찰은 또 사건 현장에 있던 소주병과 대리석 조각에서 나온 지문을 오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근처 도로 CCTV 분석에서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용의자 압축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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