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전입’ 괜찮다?…그때 그때 달라요

입력 2009.08.17 (20:41) 수정 2009.08.17 (21: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최고 공직의 문턱에서 혹은 그 자리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위장전입'이었습니다.

오늘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위장전입이란, 실제 그 집에 살지 않는데도 서류상 그 곳에 사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행위입니다.

주민등록법 37조 위반입니다.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직 후보들의 잇단 위장 전입에 여권은 별 문제될 것 없다는 투입니다.

병역문제, 부동산 투기와 달리 위장 전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너그러워졌습니다.

이철호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2년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을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심재철(한나라당 의원) : "주민등록법을 명백하게 위반을 했고 위장전입을 3번이나 했는데 국가 최고지도자라는 분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겁니다."

장상 후보자는 결국 총리 자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한 달 뒤 총리로 지명된 장대환 후보자도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 등이 문제가 돼 낙마했습니다.

3년 뒤 이헌재 경제부총리 부인의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20여 년 전이 과거사라면 이 땅의 청렴한 대다수 공무원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부총리는 현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처럼 자녀 교육문제건 부동산 투기 의혹이건 위장전입은 공직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거세게 문제를 제기했던 한나라당이 최근 들어서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관대해졌습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났지만 감싸는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윤상현(한나라당 대변인/8.1일) : "17년 전의 과거사입니다. 나무 한그루가 마음에 안든다고 숲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은 무모한 꼬투리 정치입니다."

<인터뷰> 류제성(변호사) : "이 정부가 강조하는 게 법치주의인데 법치의 생명은 공정성이거든요. 법치의 잣대가 누구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관대하게 적용되면 그것은 법치가 아닌 거죠."

<앵커 멘트>

본인들 스스로 위장 전입을 실토했는데도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부동산 투기나 선거 출마를 목적으로 한 위장 전입의 경우 형사 처벌된 사례가 있지만 유독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에 대해선 관대합니다.

<리포트>

지난 대선 때 다섯 번에 걸친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녹취> 이명박(당시 대선 후보/2007년 6월16일) : "부동산 투기는 전혀 아니고 30년 전에 제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갈 때 교육 문제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도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이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인터뷰> 김현성(변호사) : "자기 자식 한 명을 강남 8학군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성공하는 순간 다른 한 명은 못가는 거잖아요. 그 학생은 교육 받을 기회가 침해되는 것이죠."

공직자에겐 보통 사람 이상의 도덕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건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위장 전입’ 괜찮다?…그때 그때 달라요
    • 입력 2009-08-17 20:07:50
    • 수정2009-08-17 21:28:10
    뉴스타임
<앵커 멘트> 최고 공직의 문턱에서 혹은 그 자리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위장전입'이었습니다. 오늘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위장전입이란, 실제 그 집에 살지 않는데도 서류상 그 곳에 사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행위입니다. 주민등록법 37조 위반입니다.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직 후보들의 잇단 위장 전입에 여권은 별 문제될 것 없다는 투입니다. 병역문제, 부동산 투기와 달리 위장 전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너그러워졌습니다. 이철호 기자가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2년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을 문제 삼았습니다. <녹취> 심재철(한나라당 의원) : "주민등록법을 명백하게 위반을 했고 위장전입을 3번이나 했는데 국가 최고지도자라는 분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겁니다." 장상 후보자는 결국 총리 자리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한 달 뒤 총리로 지명된 장대환 후보자도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 등이 문제가 돼 낙마했습니다. 3년 뒤 이헌재 경제부총리 부인의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20여 년 전이 과거사라면 이 땅의 청렴한 대다수 공무원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부총리는 현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처럼 자녀 교육문제건 부동산 투기 의혹이건 위장전입은 공직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거세게 문제를 제기했던 한나라당이 최근 들어서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관대해졌습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났지만 감싸는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윤상현(한나라당 대변인/8.1일) : "17년 전의 과거사입니다. 나무 한그루가 마음에 안든다고 숲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은 무모한 꼬투리 정치입니다." <인터뷰> 류제성(변호사) : "이 정부가 강조하는 게 법치주의인데 법치의 생명은 공정성이거든요. 법치의 잣대가 누구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관대하게 적용되면 그것은 법치가 아닌 거죠." <앵커 멘트> 본인들 스스로 위장 전입을 실토했는데도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부동산 투기나 선거 출마를 목적으로 한 위장 전입의 경우 형사 처벌된 사례가 있지만 유독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에 대해선 관대합니다. <리포트> 지난 대선 때 다섯 번에 걸친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녹취> 이명박(당시 대선 후보/2007년 6월16일) : "부동산 투기는 전혀 아니고 30년 전에 제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갈 때 교육 문제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도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이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인터뷰> 김현성(변호사) : "자기 자식 한 명을 강남 8학군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성공하는 순간 다른 한 명은 못가는 거잖아요. 그 학생은 교육 받을 기회가 침해되는 것이죠." 공직자에겐 보통 사람 이상의 도덕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건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