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낸 뒤 처벌 무서워 피해자 유기

입력 2009.08.31 (20:32) 수정 2009.08.3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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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대신 공터에 방치했습니다.

무면허 운전으로 받게 될 처벌이 무서워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데, 훨씬 더 무거운 벌을 받게 됐습니다.

박경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토요일 자정을 막 넘겼을 무렵,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20대 남성이 승용차에 부딪혀 쓰러졌습니다.

<녹취> 서용석(목격자) : "자동차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끽~ 소리가 나면서 팍! 소리가 났어요."

사고를 낸 운전자는 피해자를 곧바로 차에 태우고는 병원으로 간다며 떠났습니다.

<녹취> 이용창(사고 목격자) : "정신없이 사람만 실으려고 하더라고요, 다친 분을. 다친 분을 왜 그렇게 처리하냐, 119를 부르지 그랬더니 지금 위급한 상황이니까 빨리 해야 한대요."

그러나 사고 발생 3시간 뒤.

병원에 있었어야 할 피해자는 사고 현장에서 5킬로미터쯤 떨어진 풀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버리고 도주한 것입니다.

<녹취> 조준홍 (익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 : "(이쪽에) 머리가 있었고, 이쪽에 다리 부위... 그리고 등이 하늘로 보이게끔 해서 엎드려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가해차량 운전자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기지를 발휘한 목격자 덕분이었습니다.

사고 운전자의 행동이 뭔가 미심쩍어 계속 쫓아가던 중 병원 쪽으로 가지 않는 게 이상해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

<녹취> 이용창(사고 목격자) : "이상해서 뒤쫓아 갔었거든요. 그 차는 직진 신호를 받고 직진으로 가고요, 저 앞쪽으로. 그런데 병원으로 가려면 좌측으로 갔어야 하거든요. 이상하다 (생각했죠.)"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전주에 사는 31살 양모 씨.

양 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차를 빌려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다 사고를 내자 처벌이 두려웠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양모씨(31세/피의자) : "무면허도 두려웠고,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두려웠고. 저는 직진하면 병원이 있을 줄 알고 계속 직진해서 가봤는데 (병원이) 없길래 저도 모르게 숲이 보이고 안 보이는 데가 있어서...."

더구나 양 씨는 여자 친구가 사고를 낸 것처럼 사건을 은폐하려고까지 했습니다.

<녹취> 조준홍(익산경찰서 교통사고 조사팀) :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대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처럼 경찰관에 허위로 진술을 해줘라... 그런 식으로."

경찰은 양씨를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유가족들은 피해자가 곧바로 병원에 갔으면 살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녹취> 유족 : "왜 갖다 거기다 버리냐고... 시체를 갖다 버려 사람들이..."

처벌을 피하려고 범행을 숨기려던 피의자.

그를 기다리는 것은 더욱 무거운 형벌뿐이었습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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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낸 뒤 처벌 무서워 피해자 유기
    • 입력 2009-08-31 20:10:13
    • 수정2009-08-31 21:18:42
    뉴스타임
<앵커 멘트>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대신 공터에 방치했습니다. 무면허 운전으로 받게 될 처벌이 무서워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데, 훨씬 더 무거운 벌을 받게 됐습니다. 박경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토요일 자정을 막 넘겼을 무렵,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20대 남성이 승용차에 부딪혀 쓰러졌습니다. <녹취> 서용석(목격자) : "자동차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끽~ 소리가 나면서 팍! 소리가 났어요." 사고를 낸 운전자는 피해자를 곧바로 차에 태우고는 병원으로 간다며 떠났습니다. <녹취> 이용창(사고 목격자) : "정신없이 사람만 실으려고 하더라고요, 다친 분을. 다친 분을 왜 그렇게 처리하냐, 119를 부르지 그랬더니 지금 위급한 상황이니까 빨리 해야 한대요." 그러나 사고 발생 3시간 뒤. 병원에 있었어야 할 피해자는 사고 현장에서 5킬로미터쯤 떨어진 풀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버리고 도주한 것입니다. <녹취> 조준홍 (익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 : "(이쪽에) 머리가 있었고, 이쪽에 다리 부위... 그리고 등이 하늘로 보이게끔 해서 엎드려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가해차량 운전자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기지를 발휘한 목격자 덕분이었습니다. 사고 운전자의 행동이 뭔가 미심쩍어 계속 쫓아가던 중 병원 쪽으로 가지 않는 게 이상해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 <녹취> 이용창(사고 목격자) : "이상해서 뒤쫓아 갔었거든요. 그 차는 직진 신호를 받고 직진으로 가고요, 저 앞쪽으로. 그런데 병원으로 가려면 좌측으로 갔어야 하거든요. 이상하다 (생각했죠.)"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전주에 사는 31살 양모 씨. 양 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차를 빌려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다 사고를 내자 처벌이 두려웠다고 진술했습니다. <녹취> 양모씨(31세/피의자) : "무면허도 두려웠고,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두려웠고. 저는 직진하면 병원이 있을 줄 알고 계속 직진해서 가봤는데 (병원이) 없길래 저도 모르게 숲이 보이고 안 보이는 데가 있어서...." 더구나 양 씨는 여자 친구가 사고를 낸 것처럼 사건을 은폐하려고까지 했습니다. <녹취> 조준홍(익산경찰서 교통사고 조사팀) :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대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처럼 경찰관에 허위로 진술을 해줘라... 그런 식으로." 경찰은 양씨를 살인과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유가족들은 피해자가 곧바로 병원에 갔으면 살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녹취> 유족 : "왜 갖다 거기다 버리냐고... 시체를 갖다 버려 사람들이..." 처벌을 피하려고 범행을 숨기려던 피의자. 그를 기다리는 것은 더욱 무거운 형벌뿐이었습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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