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수사 원칙으로 돌아가자

입력 2009.09.14 (06:58) 수정 2009.09.14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창우 변호사/객원 해설위원]

최근 검찰이 기소한 대형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또 같은 날 해운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검사만이 공소권을 가지고 있고, 또 공소권의 행사를 전적으로 검사에게 맡기고 있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검찰에게 주어진 범죄수사의 권한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되는 사법부의 무죄 판결은 그동안 검찰이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서 공소권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그런데 범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부족한 데도 기소한 것은 곧 검찰이 수사의 원칙을 벗어나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급기야 검찰은 ‘수사 패러다임 개선 방안’을 세워 무죄가 선고될 경우 경위를 규명하고, 검사의 인사 고과에도 적극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대형 사건을 지방검찰청 특수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본부에 맡기고, 대검 중수부는 전문 수사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일과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수사절차와 수사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또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유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찰이 수사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일시 보신할 수 있으나 국민으로부터는 영영 불신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검찰은 그동안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새로 취임한 김준규 검찰총장이 보여주겠다는 ‘검찰의 변화’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수사기관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수사의 정도를 지키는 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수사 원칙으로 돌아가자
    • 입력 2009-09-14 06:22:44
    • 수정2009-09-14 07:00:44
    뉴스광장 1부
[하창우 변호사/객원 해설위원] 최근 검찰이 기소한 대형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어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또 같은 날 해운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검사만이 공소권을 가지고 있고, 또 공소권의 행사를 전적으로 검사에게 맡기고 있는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검찰에게 주어진 범죄수사의 권한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되는 사법부의 무죄 판결은 그동안 검찰이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서 공소권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그런데 범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부족한 데도 기소한 것은 곧 검찰이 수사의 원칙을 벗어나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급기야 검찰은 ‘수사 패러다임 개선 방안’을 세워 무죄가 선고될 경우 경위를 규명하고, 검사의 인사 고과에도 적극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대형 사건을 지방검찰청 특수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본부에 맡기고, 대검 중수부는 전문 수사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수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일과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수사절차와 수사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또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유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찰이 수사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일시 보신할 수 있으나 국민으로부터는 영영 불신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제 검찰은 그동안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새로 취임한 김준규 검찰총장이 보여주겠다는 ‘검찰의 변화’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수사기관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수사의 정도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