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산 없다고 ‘급식지원 중단’

입력 2009.09.1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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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시의 한 지역 교육청이 관내 학교에서 무료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규정보다 많다며 수를 줄이라고 지시했습니다.

해당 학교 교사들은 주의 처분까지 받았는데 해당 학생과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경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학생 문 모양은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인터뷰> 문○○(15살) : "비정규직을 하셨단 말이예요. 저도 동생이 있는데 동생이랑 합치면 급식비가 10만 원이 넘어요. 수입에 비해 부담이 크니까..."

문 양은 그동안 형편을 딱하게 여긴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무료급식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는 이마저 받지 못할 처지입니다.

현행 무료급식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의 자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가 2만 9천 원 미만인 가정의 자녀로 제한됩니다.

여기에 담임교사 재량으로 무료급식 대상자 10명에 한 명꼴로 추가 지원 대상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 남부교육청이 관할 초등.중등학교 18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렇게 추가지원을 받는 학생 수가 기준보다 280여 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부교육청은 이달 초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런 학생 수를 줄이라고 지시하고, 일부 학교장과 교사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 탓에 실직, 별거 가정 등이 늘어 지원을 줄일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 중학교 교사 : "지역적으로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기초수급자 외에도 선생님들이 가정방문해서 살펴보면 기초수급자보다 어려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중학교.

역시 무료 지원 대상을 수십 명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부모들은 이번 일로 학생들 사이에 벽이 생기고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인터뷰> 학부모 :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이런 상황이다 감사받았다고. 어려운 아이들 어디서 먹을 지 부모로서 암담해요."

급기야 교원 노조 등이 반발하자 남부 교육청은 급식 중단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서울남부교육청 관계자 : "갑작스런 중단에 따른 심리적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원을 계속하고... (올해까지는 그렇고 그럼 다음에는, 내년에는 어떤가요.) 2010년도 지침이 어떻게 변할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와 봐야 되고요."

부족한 재원은 해당 학교가 알아서 메우라는 겁니다.

일부 교사들은 불필요한 다른 예산을 줄여 한 달에 천5백만 원 정도만 지원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상위 기관인 서울시 교육청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전교조는 교육청의 지침이 유지된다면 학교가 결식아동을 방치하는 꼴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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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예산 없다고 ‘급식지원 중단’
    • 입력 2009-09-15 20: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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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시의 한 지역 교육청이 관내 학교에서 무료 급식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규정보다 많다며 수를 줄이라고 지시했습니다. 해당 학교 교사들은 주의 처분까지 받았는데 해당 학생과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경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학생 문 모양은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인터뷰> 문○○(15살) : "비정규직을 하셨단 말이예요. 저도 동생이 있는데 동생이랑 합치면 급식비가 10만 원이 넘어요. 수입에 비해 부담이 크니까..." 문 양은 그동안 형편을 딱하게 여긴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무료급식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는 이마저 받지 못할 처지입니다. 현행 무료급식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의 자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가 2만 9천 원 미만인 가정의 자녀로 제한됩니다. 여기에 담임교사 재량으로 무료급식 대상자 10명에 한 명꼴로 추가 지원 대상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 남부교육청이 관할 초등.중등학교 18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렇게 추가지원을 받는 학생 수가 기준보다 280여 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부교육청은 이달 초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런 학생 수를 줄이라고 지시하고, 일부 학교장과 교사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 탓에 실직, 별거 가정 등이 늘어 지원을 줄일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 중학교 교사 : "지역적으로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기초수급자 외에도 선생님들이 가정방문해서 살펴보면 기초수급자보다 어려운 학생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중학교. 역시 무료 지원 대상을 수십 명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부모들은 이번 일로 학생들 사이에 벽이 생기고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걱정입니다. <인터뷰> 학부모 :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이런 상황이다 감사받았다고. 어려운 아이들 어디서 먹을 지 부모로서 암담해요." 급기야 교원 노조 등이 반발하자 남부 교육청은 급식 중단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 서울남부교육청 관계자 : "갑작스런 중단에 따른 심리적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원을 계속하고... (올해까지는 그렇고 그럼 다음에는, 내년에는 어떤가요.) 2010년도 지침이 어떻게 변할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와 봐야 되고요." 부족한 재원은 해당 학교가 알아서 메우라는 겁니다. 일부 교사들은 불필요한 다른 예산을 줄여 한 달에 천5백만 원 정도만 지원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상위 기관인 서울시 교육청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전교조는 교육청의 지침이 유지된다면 학교가 결식아동을 방치하는 꼴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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