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그랜드 바겐’ 지금 일괄 타결할 때

입력 2009.09.24 (07: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객원 해설위원]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북 핵 폐기와 동시에 북한에 안전 보장과 국제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랜드 바겐’은 북한이 경제적 보상만 챙기고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타협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 협상은 북 핵 폐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장애가 조성되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역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랜드 바겐’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핵 협상이 단계별 이행 성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핵 폐기와 관련한 근본적 조치에 나설 경우 한번에 ‘대북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핵 폐기 협상을 늦출 경우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가 굳어질 수 있다는 다급성을 반영해 한미 양국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 ‘포괄적 패키지’와 ‘그랜드 바겐’입니다.

일괄타결은 협상 당사자들이 우려 사항과 요구 사항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주고받는 협상 방식입니다.

일괄타결의 핵심은 핵 폐기와 안전보장, 그리고 경제 지원의 교환입니다.

최근 북한의 유화 움직임은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협상 용의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7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와 에너지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존의 선 핵 폐기론에서 ‘그랜드 바겐’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한 일괄타결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 협상을 앞둔 미국이 그랜드 바겐에 신중론을 펴는 것은 안보리 제재 국면에서의 일괄타결 주장이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우려일 것입니다.

기다리는 전략에서 갑자기 ‘그랜드 바겐’을 들고나간 이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북 핵 문제는 남북 분단과 북미 적대 관계 등 역사·구조적 산물로 일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내놓은 지금이 일괄타결의 적기란 점에서 ‘그랜드 바겐’은 6자회담 참여국들과 긴밀한 협의 하에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그랜드 바겐’ 지금 일괄 타결할 때
    • 입력 2009-09-24 06:23:30
    뉴스광장 1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객원 해설위원]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북 핵 폐기와 동시에 북한에 안전 보장과 국제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랜드 바겐’은 북한이 경제적 보상만 챙기고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타협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 협상은 북 핵 폐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장애가 조성되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역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랜드 바겐’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핵 협상이 단계별 이행 성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핵 폐기와 관련한 근본적 조치에 나설 경우 한번에 ‘대북 포괄적 패키지(Comprehensive Package)’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핵 폐기 협상을 늦출 경우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가 굳어질 수 있다는 다급성을 반영해 한미 양국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 ‘포괄적 패키지’와 ‘그랜드 바겐’입니다. 일괄타결은 협상 당사자들이 우려 사항과 요구 사항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주고받는 협상 방식입니다. 일괄타결의 핵심은 핵 폐기와 안전보장, 그리고 경제 지원의 교환입니다. 최근 북한의 유화 움직임은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협상 용의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7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와 에너지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존의 선 핵 폐기론에서 ‘그랜드 바겐’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북미 양자 대화를 통한 일괄타결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 협상을 앞둔 미국이 그랜드 바겐에 신중론을 펴는 것은 안보리 제재 국면에서의 일괄타결 주장이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우려일 것입니다. 기다리는 전략에서 갑자기 ‘그랜드 바겐’을 들고나간 이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북 핵 문제는 남북 분단과 북미 적대 관계 등 역사·구조적 산물로 일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거의 다 내놓은 지금이 일괄타결의 적기란 점에서 ‘그랜드 바겐’은 6자회담 참여국들과 긴밀한 협의 하에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