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외국어고 개혁 어떻게?

입력 2009.10.21 (07:02) 수정 2009.10.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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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목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명문대학 입학입니다. 명문대 합격의 왕도는 외고, 곧 외국어고등학교 진학입니다. 수능성적 상위 30개 고교 가운데 26개를 차지하고, 최근 5년간 수능 3개 영역 1등급 수험생 배출 상위 10개 고교 중 9곳이 외고였습니다.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열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입시준비는 이르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됩니다. 초·중학생의 해외연수가 늘고, 외고 입시를 겨냥해 초등생을 유학 보내 중학교 때 귀국시키기도 합니다. 외고입시전문 학원과 영어듣기 시험을 대비한 어학원들은 초호황을 누립니다.
이 때문에 외고가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것은 오래전부텁니다. 외고 입학생 90% 이상이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이른바 ‘사교육 벨트’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당초의 설립취지를 잃은 외고에 대한 개혁론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습니다. 개혁의 골자는 입시제도 개선보다는 외고폐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한 국회의원은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문제제기 후 사회 전체가 마치 벌집을 쑤신 듯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외고들은 ‘결사 저지’를 외칩니다. 우리 교육의 수월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외고 폐지는 “뿔을 얻으려고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이라고 항변합니다. 이번 기회에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파격적으로 고치겠다며 자기개혁을 믿어달라는 것입니다.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바야흐로 ‘백가쟁명’입니다. 자율고로 전환하자는 주장, 아예 일반고로 바꾸자는 주장, 수월성을 살리기 위해 존치시키되 본래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아무튼 외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문제에 관한 한 성급하게 제도를 고쳐 해결하는 것에는 부작용과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개혁을 위한 외고 스스로의 노력을 먼저 지켜본 뒤, 선별적 폐지 등의 조처를 취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는 ‘경쟁과 자율’이라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기조를 훼손치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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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외국어고 개혁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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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9-10-21 07: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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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목표는 너 나 할 것 없이 명문대학 입학입니다. 명문대 합격의 왕도는 외고, 곧 외국어고등학교 진학입니다. 수능성적 상위 30개 고교 가운데 26개를 차지하고, 최근 5년간 수능 3개 영역 1등급 수험생 배출 상위 10개 고교 중 9곳이 외고였습니다.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열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입시준비는 이르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됩니다. 초·중학생의 해외연수가 늘고, 외고 입시를 겨냥해 초등생을 유학 보내 중학교 때 귀국시키기도 합니다. 외고입시전문 학원과 영어듣기 시험을 대비한 어학원들은 초호황을 누립니다. 이 때문에 외고가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것은 오래전부텁니다. 외고 입학생 90% 이상이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이른바 ‘사교육 벨트’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당초의 설립취지를 잃은 외고에 대한 개혁론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습니다. 개혁의 골자는 입시제도 개선보다는 외고폐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한 국회의원은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문제제기 후 사회 전체가 마치 벌집을 쑤신 듯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외고들은 ‘결사 저지’를 외칩니다. 우리 교육의 수월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외고 폐지는 “뿔을 얻으려고 소를 죽이는 어리석음”이라고 항변합니다. 이번 기회에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을 파격적으로 고치겠다며 자기개혁을 믿어달라는 것입니다.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바야흐로 ‘백가쟁명’입니다. 자율고로 전환하자는 주장, 아예 일반고로 바꾸자는 주장, 수월성을 살리기 위해 존치시키되 본래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아무튼 외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문제에 관한 한 성급하게 제도를 고쳐 해결하는 것에는 부작용과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개혁을 위한 외고 스스로의 노력을 먼저 지켜본 뒤, 선별적 폐지 등의 조처를 취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는 ‘경쟁과 자율’이라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기조를 훼손치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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