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진객’ 재두루미, 내년엔 못 보나

입력 2009.11.06 (22:10) 수정 2009.11.0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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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강하구에 재두루미떼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또 올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박순서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와 도로로 둘러싸인 홍도평야에 재두루미들이 내려 앉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러시아에서 2천킬로 미터를 날아왔습니다.

전 세계에 5천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멸종위기종.

매년 50여 마리에서 백여 마리 남짓이 이곳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재두루미들이 이곳을 찾는 건 먹을 게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먹는 동안에도 잠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낯선 차량이 접근이라도하면 이내 달아납니다.

<녹취>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 "고개 들었어... 뜬다. 뜰거에요... 자... 뜬다. 하나 둘 셋."

무리 지어 날아들지만 제각각 구역이 있습니다.

갈색빛의 새끼 한 두마리씩을 거느린 식구들끼리 먹이를 구합니다.

우두머리가 자리를 요구하면 가족들은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인터뷰>윤순영(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 "우두머리가 들어오라고 허락했을 때만 들어오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밀려나죠. 무리속에 리더가 있다."

재두루미의 친구는 황오리입니다.

재두루미가 긴부리로 볏집을 헤집어 놓으면 황오리가 뒤따라가 낟알을 주워먹습니다.

홍도평야는 동아시아 철새들의 주요 기착지입니다.

하지만 매립되는 농경지가 늘어나면서 이곳을 찾는 철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해 백여 마리씩 찾던 재두루미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재두루미들에겐 잠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들짐승의 공격을 피해 물을 찾아 잠을 청하고 이튿날 다시 홍도평야로 날아듭니다.

잠자리와 먹이터를 구분할 만큼 영리한 겨울 진객 재두루미들...

하지만 한강하구 마지막 남은 서식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해마다 겨울을 나기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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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진객’ 재두루미, 내년엔 못 보나
    • 입력 2009-11-06 21:42:05
    • 수정2009-11-06 22: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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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강하구에 재두루미떼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또 올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박순서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와 도로로 둘러싸인 홍도평야에 재두루미들이 내려 앉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러시아에서 2천킬로 미터를 날아왔습니다. 전 세계에 5천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멸종위기종. 매년 50여 마리에서 백여 마리 남짓이 이곳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재두루미들이 이곳을 찾는 건 먹을 게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먹는 동안에도 잠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낯선 차량이 접근이라도하면 이내 달아납니다. <녹취>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 "고개 들었어... 뜬다. 뜰거에요... 자... 뜬다. 하나 둘 셋." 무리 지어 날아들지만 제각각 구역이 있습니다. 갈색빛의 새끼 한 두마리씩을 거느린 식구들끼리 먹이를 구합니다. 우두머리가 자리를 요구하면 가족들은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인터뷰>윤순영(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 "우두머리가 들어오라고 허락했을 때만 들어오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밀려나죠. 무리속에 리더가 있다." 재두루미의 친구는 황오리입니다. 재두루미가 긴부리로 볏집을 헤집어 놓으면 황오리가 뒤따라가 낟알을 주워먹습니다. 홍도평야는 동아시아 철새들의 주요 기착지입니다. 하지만 매립되는 농경지가 늘어나면서 이곳을 찾는 철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해 백여 마리씩 찾던 재두루미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재두루미들에겐 잠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들짐승의 공격을 피해 물을 찾아 잠을 청하고 이튿날 다시 홍도평야로 날아듭니다. 잠자리와 먹이터를 구분할 만큼 영리한 겨울 진객 재두루미들... 하지만 한강하구 마지막 남은 서식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해마다 겨울을 나기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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