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지자체 청사, 호화 경쟁 안 된다

입력 2009.11.1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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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순 해설위원]

멀쩡한 보도블럭을 자꾸 갈아대면서 예산을 소진하던 지자체들이 이젠 호화 청사 신축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놀라게 한 용인시 청사에 이어 최근 완공된 성남시 청사는 소속 시의원들이 부끄러워 입주를 못하겠다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성남시가 청사 신축에 들인 돈은 3천2백억 원이 넘습니다.

성남시는 또 3억 원에 이르는 개청 행사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30% 밖에 안 되는 서울 관악구도 2년 전 9백억 원을 들여 청사를 신축했습니다.

재정자립도 11%인 강원도 인제군도 지난 8월 호화판 공연장을 신축해 지금까지 오페라 한 편만을 공연했습니다.

1995년 민선자치가 실시된 이후 이처럼 청사를 새로 짓거나 짓고 있는 지자체는 전국에 70곳이 넘습니다.

최근 강남 도곡1동은 8백 50억 원이 넘는 주민센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 군청 청사 건축비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행정안전부가 부랴부랴 지난 6월, 5백 억 원 이상의 청사를 지으려면 정부가 지정한 기관으로부터 타당성조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850억 원 넘게 들어가는 도곡1동 주민 센터가 다음달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IT 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서류가 줄어든 민간 기업은 오히려 사무실 크기를 줄이는 추셉니다.

지자체가 쓰고 있는 예산은 지방세든 정부 교부금이든 모두 국민의 세금입니다.

3천 억 원 대의 청사를 건립한 성남시가 지난해 취약계층을 위해 쓴 돈은 그 10분의 1인 3백 억 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예산이 여유있다고 자기 과시를 위해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주민에 대한 배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지자체를 감시해야할 지방의회 의원들 역시 해마다 외유 파동 등을 겪으면서 함께 세금을 나누어 쓰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자치행정은 현장행정 입니다.

현장에 파고들어야 주민들의 어려운 곳, 가려운 곳을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 지하철역에 민원서류 발급기를 설치하는 것은 주민들의 동선 낭비를 줄이기 위해섭니다.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호화청사 속 안락한 사무실에 안주할수록 주민들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도 적극적인 내 세금 감시에 나서야 합니다.
내손으로 뽑은 지방의회 의원들과 단체장들이 함부로 내 세금을 쓸 수 없도록 지켜보고 또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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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지자체 청사, 호화 경쟁 안 된다
    • 입력 2009-11-13 06:23:53
    뉴스광장 1부
[류현순 해설위원] 멀쩡한 보도블럭을 자꾸 갈아대면서 예산을 소진하던 지자체들이 이젠 호화 청사 신축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놀라게 한 용인시 청사에 이어 최근 완공된 성남시 청사는 소속 시의원들이 부끄러워 입주를 못하겠다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성남시가 청사 신축에 들인 돈은 3천2백억 원이 넘습니다. 성남시는 또 3억 원에 이르는 개청 행사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30% 밖에 안 되는 서울 관악구도 2년 전 9백억 원을 들여 청사를 신축했습니다. 재정자립도 11%인 강원도 인제군도 지난 8월 호화판 공연장을 신축해 지금까지 오페라 한 편만을 공연했습니다. 1995년 민선자치가 실시된 이후 이처럼 청사를 새로 짓거나 짓고 있는 지자체는 전국에 70곳이 넘습니다. 최근 강남 도곡1동은 8백 50억 원이 넘는 주민센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 군청 청사 건축비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행정안전부가 부랴부랴 지난 6월, 5백 억 원 이상의 청사를 지으려면 정부가 지정한 기관으로부터 타당성조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850억 원 넘게 들어가는 도곡1동 주민 센터가 다음달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IT 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서류가 줄어든 민간 기업은 오히려 사무실 크기를 줄이는 추셉니다. 지자체가 쓰고 있는 예산은 지방세든 정부 교부금이든 모두 국민의 세금입니다. 3천 억 원 대의 청사를 건립한 성남시가 지난해 취약계층을 위해 쓴 돈은 그 10분의 1인 3백 억 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예산이 여유있다고 자기 과시를 위해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주민에 대한 배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지자체를 감시해야할 지방의회 의원들 역시 해마다 외유 파동 등을 겪으면서 함께 세금을 나누어 쓰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자치행정은 현장행정 입니다. 현장에 파고들어야 주민들의 어려운 곳, 가려운 곳을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편의점에, 지하철역에 민원서류 발급기를 설치하는 것은 주민들의 동선 낭비를 줄이기 위해섭니다.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호화청사 속 안락한 사무실에 안주할수록 주민들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도 적극적인 내 세금 감시에 나서야 합니다. 내손으로 뽑은 지방의회 의원들과 단체장들이 함부로 내 세금을 쓸 수 없도록 지켜보고 또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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