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낮자 구청이 중매 나서

입력 2009.11.1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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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매,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이 있죠.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인데, 지난 주말엔 서울의 한 구청이 이 지역에 살거나, 이 지역 직장에 다니는 미혼 남녀를 위해 단체 미팅을 주선했습니다.

구청이 중매에 나선 까닭, 김세정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약속 시간 두 시간 전부터 분주한 이 미혼 남성.

어떤 넥타이를 맬까 고민하고, 거울 앞에서 표정도 연습합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한껏 멋을 낸 이 남성의 약속 장소는 미혼 남녀 60명이 모인 단체 미팅장.

서울의 한 구청이 마련한 자리입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1.19명인데 이 지역은 0.78명에 불과해, 구청이 출산장려책이라며 마련한 겁니다.

<인터뷰>나승일(서울 강남구청 가정복지과):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으로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아이들을 하나 더 낳게 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먼저 이뤄져야 하니까.”

참가자 나이는 27살부터 39살까지.

참가 계기도, 포부도 다양합니다.

<인터뷰> 권주리(단체미팅 참가자): “날씨도 춥고 쓸쓸해서 겨울을 좀 따뜻하게 보내려고요.”

<인터뷰> 김태현(단체미팅 참가자): "부모님이 장가를 안가고 있으니까 등 떠미는 것도 있고, 안 되겠다 싶어서 결혼하려고 나왔습니다."

<인터뷰> 한지희(단체미팅 참가자): "대놓고 말을 해야죠, '맘에 드는데 만나 보실래요?’라고. 나이 들면 다 용기가 생겨요.”

첫 만남의 긴장된 분위기, 서로 손을 맞잡아 어색함도 풀어보고, 조금이라도 가까워질까 싶어 농담도 건넵니다.

<녹취> (어떤 일 하세요?) "저는 돈 만져요.일수? 사실 은행 다녀요."

긴장을 푸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게임이 제격.

<녹취> "만보기 수를 제일 많이 높이는 커플 변강쇠-옥녀 커플로 선물 드리겠습니다."

모두 처음 만난 사이지만 경품이 걸려 있는 문제.

너나없이 상대방 머리를 흔들어주며 게임에 몰입합니다.

<녹취> "머리를 잘 흔들어주셔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맘에 드는 상대를 3순위까지 적어내는 것으로 마무리된 단체 미팅, 결과는 내일까지 참가자들에게 통보됩니다.

<인터뷰> 김태중(단체미팅 참가자): "제가 종이에 잘 썼거든요. 꼭 저같이 써주셔서 같이 잘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자체까지 나선 결혼 중매.

사는 게 바쁘고 팍팍해져 결혼도 출산도 쉽지 않은 일이 된 '만혼 시대'의 한 풍경입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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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율 낮자 구청이 중매 나서
    • 입력 2009-11-16 20:17:17
    뉴스타임
<앵커 멘트> 중매,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이 있죠.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인데, 지난 주말엔 서울의 한 구청이 이 지역에 살거나, 이 지역 직장에 다니는 미혼 남녀를 위해 단체 미팅을 주선했습니다. 구청이 중매에 나선 까닭, 김세정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약속 시간 두 시간 전부터 분주한 이 미혼 남성. 어떤 넥타이를 맬까 고민하고, 거울 앞에서 표정도 연습합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한껏 멋을 낸 이 남성의 약속 장소는 미혼 남녀 60명이 모인 단체 미팅장. 서울의 한 구청이 마련한 자리입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1.19명인데 이 지역은 0.78명에 불과해, 구청이 출산장려책이라며 마련한 겁니다. <인터뷰>나승일(서울 강남구청 가정복지과):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으로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아이들을 하나 더 낳게 하기 위해서는 만남이 먼저 이뤄져야 하니까.” 참가자 나이는 27살부터 39살까지. 참가 계기도, 포부도 다양합니다. <인터뷰> 권주리(단체미팅 참가자): “날씨도 춥고 쓸쓸해서 겨울을 좀 따뜻하게 보내려고요.” <인터뷰> 김태현(단체미팅 참가자): "부모님이 장가를 안가고 있으니까 등 떠미는 것도 있고, 안 되겠다 싶어서 결혼하려고 나왔습니다." <인터뷰> 한지희(단체미팅 참가자): "대놓고 말을 해야죠, '맘에 드는데 만나 보실래요?’라고. 나이 들면 다 용기가 생겨요.” 첫 만남의 긴장된 분위기, 서로 손을 맞잡아 어색함도 풀어보고, 조금이라도 가까워질까 싶어 농담도 건넵니다. <녹취> (어떤 일 하세요?) "저는 돈 만져요.일수? 사실 은행 다녀요." 긴장을 푸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게임이 제격. <녹취> "만보기 수를 제일 많이 높이는 커플 변강쇠-옥녀 커플로 선물 드리겠습니다." 모두 처음 만난 사이지만 경품이 걸려 있는 문제. 너나없이 상대방 머리를 흔들어주며 게임에 몰입합니다. <녹취> "머리를 잘 흔들어주셔서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맘에 드는 상대를 3순위까지 적어내는 것으로 마무리된 단체 미팅, 결과는 내일까지 참가자들에게 통보됩니다. <인터뷰> 김태중(단체미팅 참가자): "제가 종이에 잘 썼거든요. 꼭 저같이 써주셔서 같이 잘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자체까지 나선 결혼 중매. 사는 게 바쁘고 팍팍해져 결혼도 출산도 쉽지 않은 일이 된 '만혼 시대'의 한 풍경입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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