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물리적 충돌로 치닫나?

입력 2009.11.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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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한 가운데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요즘 양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 도피중인 탁신 전 태국 총리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경제 고문으로 위촉한 것이 발단이 됐는데요.

지난해에는 접경지역의 힌두 사원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던 두 나라의 관계가 이번 일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김철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 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군사 공항 활주로에 소형 민간 전용기 한 대가 내려앉았습니다. 각종 부패혐의로 2 년 넘게 해외 도피중인 탁신 전 태국 총리가, 태국 옆 나라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입니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지난 4일 , 탁신을 자신의 경제 고문으로 위촉하고, 공식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훈센 총리 경제고문 자격으로 방문한 탁신은 캄보디아 정부 고위관료와 기업인들을 상대로 경제 관련 강연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탁신 前 태국 총리 : "캄보디아 법률 개정을 권고해 외국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삼엄한 호위 속에 공항을 빠져 나온 탁신은 곧바로 훈센 총리 관저에서 극진한 영접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태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태국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 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경제 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태국 정부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즉각 국무회의가 소집됐고, 탁신 전 총리를 태국으로 송환시켜,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인터뷰> 아비싯 태국 총리 : "양국 간 체결된 협정에 따라 탁신 전 총리의 강제 송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의 신병 인도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탁신 전 총리는
범죄인 인도 협정의 대상인 형사 사범이 아니라, 태국내부 정치 격변에 희생된 정치적 망명자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훈센 캄보디아 총리 : "탁신 문제와 관련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강제 송환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태국 외교부에 전달했습니다."

탁신 전 총리는 캄보디아 강연 일정을 통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태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인터뷰> 탁신 前 태국 총리 : “태국 정부는 제 여권을 말소시키고 모든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태국과 국왕, 국민들을 매우 사랑하고 있습니다.”

훈센 총리는, 탁신의 강연 일정에 맞춰 현장까지 직접 찾아 와 보란 듯이 함께 골프를 즐기는 등 태국 정부를 자극했습니다. 탁신의 통치 경험과 지식이 캄보디아의 번영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극진한 대접을 계속했습니다. 탁신을 지지하는 태국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지지세력들은 직접 캄보디아까지 날아가 탁신에게 열렬한 성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파라당 치닌(탁신 지지자) : "태국 전역의 탁신 지지자들이 탁신 전 총리를 꼭 돌아오게 만들 거예요 "

태국 정부와 국회는 훈센 총리와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캄보디아와 맺은 모든 양국 간 협력 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며 강력히 압박했습니다. 캄보디아 주재 태국 대사가 소환됐고, 대사관도 잠정 폐쇄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도 자국 내 태국 외교관을 추방하고 태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열흘 넘게 잠정폐쇄된 태국 주재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태국 내 반 탁신 단체들은 캄보디아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정부청사와 국제공항을 점거했던 반 탁신 단체 회원 만 5천여 명은 방콕 도심광장을 점거한 채 훈센 총리를 격렬히 비난했습니다.

<인터뷰> 통차이(반탁신 지도자) : "훈센 총리는 탁신의 재집권을 기대하며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국민들 뜻을 거스르는 행동입니다. "

양국은 최악의 경우 전면적인 국경 폐쇄와 교역 중단, 자국민 완전 철수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험악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니탄(태국정부 대변인) : "우리는 여전히 우호적 관계를 원하고 있지만, 캄보디아가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캄보디아에 대한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입니다. "

태국과 캄보디아가 이처럼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된 발단은 지난해 7 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양국 접경지역에 있는 고대 힌두사원 프레야 비헤아르를 캄보디아 정부가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태국 정부는 이 지역 국경선이 아직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원을 캄보디아가 단독으로 점유해선 안 된다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을 좌절시켰습니다. 이때부터 사원 일대에 양국 무장군경이 배치됐고, 간간이 총격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생기는 등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계속돼 왔습니다.

<인터뷰> 마티 나타레가와(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 : "양국 간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 전체의 우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양국 간 노골적인 반감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 사이, 탁신 전 총리는 닷새간의 캄보디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자신의 은신처인 중동의 두바이로 돌아갔습니다.

태국의 정치 비평가들은 탁신 전 총리가, 태국 내부 친 탁신 - 반탁신계의 극심한 분열과, 태국-캄보디아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의 중심에서 교묘하게 외줄타기를 하며 정치적인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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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캄보디아, 물리적 충돌로 치닫나?
    • 입력 2009-11-21 19:48:3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한 가운데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요즘 양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 도피중인 탁신 전 태국 총리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경제 고문으로 위촉한 것이 발단이 됐는데요. 지난해에는 접경지역의 힌두 사원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던 두 나라의 관계가 이번 일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김철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0 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군사 공항 활주로에 소형 민간 전용기 한 대가 내려앉았습니다. 각종 부패혐의로 2 년 넘게 해외 도피중인 탁신 전 태국 총리가, 태국 옆 나라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입니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지난 4일 , 탁신을 자신의 경제 고문으로 위촉하고, 공식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훈센 총리 경제고문 자격으로 방문한 탁신은 캄보디아 정부 고위관료와 기업인들을 상대로 경제 관련 강연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탁신 前 태국 총리 : "캄보디아 법률 개정을 권고해 외국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삼엄한 호위 속에 공항을 빠져 나온 탁신은 곧바로 훈센 총리 관저에서 극진한 영접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태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태국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 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경제 고문으로 위촉한 것은 태국 정부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즉각 국무회의가 소집됐고, 탁신 전 총리를 태국으로 송환시켜,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인터뷰> 아비싯 태국 총리 : "양국 간 체결된 협정에 따라 탁신 전 총리의 강제 송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의 신병 인도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탁신 전 총리는 범죄인 인도 협정의 대상인 형사 사범이 아니라, 태국내부 정치 격변에 희생된 정치적 망명자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훈센 캄보디아 총리 : "탁신 문제와 관련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강제 송환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태국 외교부에 전달했습니다." 탁신 전 총리는 캄보디아 강연 일정을 통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태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인터뷰> 탁신 前 태국 총리 : “태국 정부는 제 여권을 말소시키고 모든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태국과 국왕, 국민들을 매우 사랑하고 있습니다.” 훈센 총리는, 탁신의 강연 일정에 맞춰 현장까지 직접 찾아 와 보란 듯이 함께 골프를 즐기는 등 태국 정부를 자극했습니다. 탁신의 통치 경험과 지식이 캄보디아의 번영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극진한 대접을 계속했습니다. 탁신을 지지하는 태국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지지세력들은 직접 캄보디아까지 날아가 탁신에게 열렬한 성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파라당 치닌(탁신 지지자) : "태국 전역의 탁신 지지자들이 탁신 전 총리를 꼭 돌아오게 만들 거예요 " 태국 정부와 국회는 훈센 총리와 캄보디아 정부가 국제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캄보디아와 맺은 모든 양국 간 협력 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며 강력히 압박했습니다. 캄보디아 주재 태국 대사가 소환됐고, 대사관도 잠정 폐쇄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도 자국 내 태국 외교관을 추방하고 태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열흘 넘게 잠정폐쇄된 태국 주재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태국 내 반 탁신 단체들은 캄보디아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정부청사와 국제공항을 점거했던 반 탁신 단체 회원 만 5천여 명은 방콕 도심광장을 점거한 채 훈센 총리를 격렬히 비난했습니다. <인터뷰> 통차이(반탁신 지도자) : "훈센 총리는 탁신의 재집권을 기대하며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국민들 뜻을 거스르는 행동입니다. " 양국은 최악의 경우 전면적인 국경 폐쇄와 교역 중단, 자국민 완전 철수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험악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니탄(태국정부 대변인) : "우리는 여전히 우호적 관계를 원하고 있지만, 캄보디아가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캄보디아에 대한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입니다. " 태국과 캄보디아가 이처럼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된 발단은 지난해 7 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양국 접경지역에 있는 고대 힌두사원 프레야 비헤아르를 캄보디아 정부가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그러자 태국 정부는 이 지역 국경선이 아직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원을 캄보디아가 단독으로 점유해선 안 된다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을 좌절시켰습니다. 이때부터 사원 일대에 양국 무장군경이 배치됐고, 간간이 총격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생기는 등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계속돼 왔습니다. <인터뷰> 마티 나타레가와(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 : "양국 간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 전체의 우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양국 간 노골적인 반감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 사이, 탁신 전 총리는 닷새간의 캄보디아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자신의 은신처인 중동의 두바이로 돌아갔습니다. 태국의 정치 비평가들은 탁신 전 총리가, 태국 내부 친 탁신 - 반탁신계의 극심한 분열과, 태국-캄보디아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의 중심에서 교묘하게 외줄타기를 하며 정치적인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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