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펀드 수 세계 1위의 허상

입력 2009.11.24 (07:00) 수정 2009.11.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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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당초 약정한 대로 투자하지 않은 펀드 운용사와 수탁사에 대해 투자자에게 손해액을 전액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의로 투자 대상을 바꾼 만큼 운용사와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수탁사가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증권업계는 펀드수로는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보듯이 펀드의 운용과 판매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세계 평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만큼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 이른바 ‘자투리 펀드’가 적지 않다는 얘깁니다. 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관리해야 할 펀드수도 너무 많습니다. 일부 자산 운용사의 경우 펀드 매니저 한 명이 10개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해 펀드를 마구잡이로 설정한 결괍니다.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 직원의 전문성 부족도 문젭니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펀드의 내용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판매창구에서 투자방식과 위험성 등을 설명해줄 전문인력 양성은 여기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를 예금 권유하듯이 판매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불만은 펀드 판매 수수료와 보수가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펀드 판매과정에서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떼는 판매 수수료와는 달리 판매 보수는 근거가 애매합니다. 그런데도 지난 3년 동안 은행과 증권사들이 판매 보수 명목으로 챙긴 돈이 4조5천억 원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서비스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가만 이중으로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이 일자 금융당국도 펀드 판매 수수료와 보수의 한도를 낮추는 안을 입법 예고해 놓은 상탭니다.
흔히 이제는 단순한 ‘예금의 시대’가 아니라 ‘투자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산운용시장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수준이 여전히 ‘예금의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실 운용과 불완전 판매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급기야 법적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번 판결이 펀드의 운용과 판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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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펀드 수 세계 1위의 허상
    • 입력 2009-11-24 06:22:51
    • 수정2009-11-24 08:14:27
    뉴스광장 1부
[정필모 해설위원] 당초 약정한 대로 투자하지 않은 펀드 운용사와 수탁사에 대해 투자자에게 손해액을 전액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의로 투자 대상을 바꾼 만큼 운용사와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수탁사가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증권업계는 펀드수로는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보듯이 펀드의 운용과 판매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펀드당 순자산 규모는 세계 평균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만큼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 이른바 ‘자투리 펀드’가 적지 않다는 얘깁니다. 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관리해야 할 펀드수도 너무 많습니다. 일부 자산 운용사의 경우 펀드 매니저 한 명이 10개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해 펀드를 마구잡이로 설정한 결괍니다.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 직원의 전문성 부족도 문젭니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펀드의 내용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판매창구에서 투자방식과 위험성 등을 설명해줄 전문인력 양성은 여기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를 예금 권유하듯이 판매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불만은 펀드 판매 수수료와 보수가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펀드 판매과정에서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떼는 판매 수수료와는 달리 판매 보수는 근거가 애매합니다. 그런데도 지난 3년 동안 은행과 증권사들이 판매 보수 명목으로 챙긴 돈이 4조5천억 원에 가깝습니다. 이 때문에 서비스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가만 이중으로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이 일자 금융당국도 펀드 판매 수수료와 보수의 한도를 낮추는 안을 입법 예고해 놓은 상탭니다. 흔히 이제는 단순한 ‘예금의 시대’가 아니라 ‘투자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산운용시장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수준이 여전히 ‘예금의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실 운용과 불완전 판매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급기야 법적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번 판결이 펀드의 운용과 판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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