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30명이 한 대씩’ 이상한 학생 체벌

입력 2009.11.25 (08:54) 수정 2009.11.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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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명의 학생들이 돌아가며 반 친구를 때렸습니다. 얼핏 집단 폭행으로 들리는데요.

그것도 교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폭행이 아니라 이른바 체벌이라는 건데요.

최광호 기자! 학생들끼리 체벌을 한다는 게 있을 수나 있는 일입니까?

<리포트>

네. 체벌이라고 한 이유, 바로 아이들에게 친구를 때리라고 한 사람이 담임교사였기 때문입니다.

담임 교사는 당일에 자신이 몸이 좋지 않았던데다, 오히려 피해 학생들이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매질을 당한 경험은 피해 학생들에겐 이미 치유하기 힘든 큰 상처가 돼 버렸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 알아봤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맞은 서른 번의 매질.

<녹취> 집단 체벌 피해 학생 : "너무 자존심 상하고 수치심을 느껴서 학교를 다니지 못 하겠는거예요."

집단 폭행을 연상케 하는 이상한 체벌.

<녹취> A 고교 교사 : "너희 이 방법 선택할래? 이거 할래 저거 할래, 선택권을 부여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가 사랑의 매일까요.

엉덩이가 시뻘겋게 부어오르고 곳곳에 퍼렇게 멍이 든 흔적이 선명합니다.

지난 9월 대구에 사는 박 모씨는 고등학생인 딸의 엉덩이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녹취> 박 모 씨 : "사진보고 내가 놀랐다니까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누구한테 맞았냐 하니까 그때서야 친구들한테 맞았다고 한 거예요."

같은 반 친구들 30명에게 돌아가며 회초리로 엉덩이 매질을 당했다는 겁니다.

거기엔 남학생도 끼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박 모 씨 : "여자 친구들한테 맞아도 자존심 상할 판에 남녀 공학이다 보니까 남학생한테 맞았을 때 얼마나 수치심이 크겠습니까."

하지만 계속 이어진 딸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녹취> 박 모 씨 : "애들한테 시켜서 돌아가면서 한 번씩 다 때리게 했다고. 일부러 애들 몽둥이까지 줘가면서. 이건 교육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거 아닙니까?"

담임선생님의 지시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집단 체벌을 받았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 종례를 하지 않고 집에 갔다는 것이 체벌의 이유였다는데요.

<녹취> 집단 체벌 피해 학생 : "저희 맞을 때 애들이 막 웃고 떠드니까 선생님까지도 막 웃고 떠들고 그러시는 거예요. 안 그래도 그 때린 거에 수치심 느끼고 자존심 다 상하고 그런데..."

교사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매질을 시켰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해당 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A 고교 학생 : "30대 맞았다고 소문 들었어요. (친구들도 때렸나?) 저는 도망 다녔어요. 저는 딱 한 번 빼고는."

집단 체벌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는데요.

<녹취> A 고교 학생 : "OO 말고도 다른 애들도 맞았는데. 총 남자애들까지 해서 한 5-6명 맞았어요."

한 반에서 대 여섯 명의 아이들이 이런 집단 체벌을 받았다는 겁니다.

학생이 학생을 매질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

해당교사를 찾아가 이런 황당한 체벌이 이뤄진 이유를 물어봤는데요, 학생들에게 매를 지워준 담임교사의 변명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녹취> A 고교 교사 : "일단은 제가 몸도 아팠고, 그렇게 여덟 명이나 되니까, 이제 제가 힘이 부족하고 힘에 부치니까 애들 부탁해서 이제 부탁해서 하라 한 건 아니고..."

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집단 체벌을 강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녹취> A 고교 교사 : "이 학생들한테 너희들 저녁 9시까지 남을래. 아니면 애들, 반 애들이 (너희 때문에)불만이 많으니까 반 애들한테 이제 한 대씩 맞아줄래. 하니까 애들이 맞아주겠다고 했어요."

당시 분위기에 휩쓸렸던 반 학생들은 이런 집단 체벌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 했습니다.

<녹취> A 고교 학생들 : "애들한테 다 맞을래 그냥 9시까지 남을래 그래가지고 맞는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다 때린 거예요."

<녹취> A 고교 학생들 : "기분이 안 좋아도 그때 상황에는 그냥 애들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아버지 박씨는 체벌을 가장한 명백한 집단 폭행이었다며 분개하고 있는데요.

<녹취> 박 모 씨 : "이거는 체벌이 아니라 분명히 폭행이라고 했어요. 허리 아프면 애들 훈계를 시키든 해야지. 한 두 명도 아니고 서른 명을 갖다가 이건 말이 안 된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학교는 서둘러 해당 교사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습니다.

<녹취> A 고교 관계자 : "담임 선생님이 애들 앞에도 공식적으로 내가 너희들 지도하는데 잘못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셨어요. 해결하기 위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하셨죠."

해당 교사 역시 잘못을 일부 시인했습니다.

<녹취> A 고교 교사 : "그 방법은 제가 좀 잘못되었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는 반의 분위기가 엄청 좋아졌어요. 선생님 참 좋아요 라고 하는 애들도 많고..."

하지만 집단 체벌을 당한 학생은 현재 친구들에게 맞았다는 수치심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상태인데요.

<녹취> 집단 체벌 피해 학생 : "그 일 있고 나서 애들이 보는 눈빛이나 선생님들 보는 눈빛이나 많이 달랐고요.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고 우울증 생기고 대인기피증 생기고..."

최근 교사들의 과잉체벌 논란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데요.

5살짜리 여자아이가 한 겨울에 알몸체벌을 당하는 가 하면 도형의 색칠을 잘못했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80대의 매질을 당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런 비상식적인 체벌은 학생에게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녹취> 장은숙(회장/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 모임) : "학생들에게 서로 그 체벌을 가하게 하는 행위는 정말 비교육적일뿐더러, 아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향후에 서로 뭐 왕따를 시킨다던지 이런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체벌이기 때문에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박 씨는 집단 체벌을 시킨 해당 교사를 상해교사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인데요.

교사의 무모한 체벌은 법의 심판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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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30명이 한 대씩’ 이상한 학생 체벌
    • 입력 2009-11-25 08:37:18
    • 수정2009-11-25 0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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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명의 학생들이 돌아가며 반 친구를 때렸습니다. 얼핏 집단 폭행으로 들리는데요. 그것도 교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폭행이 아니라 이른바 체벌이라는 건데요. 최광호 기자! 학생들끼리 체벌을 한다는 게 있을 수나 있는 일입니까? <리포트> 네. 체벌이라고 한 이유, 바로 아이들에게 친구를 때리라고 한 사람이 담임교사였기 때문입니다. 담임 교사는 당일에 자신이 몸이 좋지 않았던데다, 오히려 피해 학생들이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매질을 당한 경험은 피해 학생들에겐 이미 치유하기 힘든 큰 상처가 돼 버렸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 알아봤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맞은 서른 번의 매질. <녹취> 집단 체벌 피해 학생 : "너무 자존심 상하고 수치심을 느껴서 학교를 다니지 못 하겠는거예요." 집단 폭행을 연상케 하는 이상한 체벌. <녹취> A 고교 교사 : "너희 이 방법 선택할래? 이거 할래 저거 할래, 선택권을 부여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가 사랑의 매일까요. 엉덩이가 시뻘겋게 부어오르고 곳곳에 퍼렇게 멍이 든 흔적이 선명합니다. 지난 9월 대구에 사는 박 모씨는 고등학생인 딸의 엉덩이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녹취> 박 모 씨 : "사진보고 내가 놀랐다니까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누구한테 맞았냐 하니까 그때서야 친구들한테 맞았다고 한 거예요." 같은 반 친구들 30명에게 돌아가며 회초리로 엉덩이 매질을 당했다는 겁니다. 거기엔 남학생도 끼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녹취> 박 모 씨 : "여자 친구들한테 맞아도 자존심 상할 판에 남녀 공학이다 보니까 남학생한테 맞았을 때 얼마나 수치심이 크겠습니까." 하지만 계속 이어진 딸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녹취> 박 모 씨 : "애들한테 시켜서 돌아가면서 한 번씩 다 때리게 했다고. 일부러 애들 몽둥이까지 줘가면서. 이건 교육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거 아닙니까?" 담임선생님의 지시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집단 체벌을 받았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 종례를 하지 않고 집에 갔다는 것이 체벌의 이유였다는데요. <녹취> 집단 체벌 피해 학생 : "저희 맞을 때 애들이 막 웃고 떠드니까 선생님까지도 막 웃고 떠들고 그러시는 거예요. 안 그래도 그 때린 거에 수치심 느끼고 자존심 다 상하고 그런데..." 교사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매질을 시켰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해당 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A 고교 학생 : "30대 맞았다고 소문 들었어요. (친구들도 때렸나?) 저는 도망 다녔어요. 저는 딱 한 번 빼고는." 집단 체벌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는데요. <녹취> A 고교 학생 : "OO 말고도 다른 애들도 맞았는데. 총 남자애들까지 해서 한 5-6명 맞았어요." 한 반에서 대 여섯 명의 아이들이 이런 집단 체벌을 받았다는 겁니다. 학생이 학생을 매질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 해당교사를 찾아가 이런 황당한 체벌이 이뤄진 이유를 물어봤는데요, 학생들에게 매를 지워준 담임교사의 변명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녹취> A 고교 교사 : "일단은 제가 몸도 아팠고, 그렇게 여덟 명이나 되니까, 이제 제가 힘이 부족하고 힘에 부치니까 애들 부탁해서 이제 부탁해서 하라 한 건 아니고..." 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집단 체벌을 강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녹취> A 고교 교사 : "이 학생들한테 너희들 저녁 9시까지 남을래. 아니면 애들, 반 애들이 (너희 때문에)불만이 많으니까 반 애들한테 이제 한 대씩 맞아줄래. 하니까 애들이 맞아주겠다고 했어요." 당시 분위기에 휩쓸렸던 반 학생들은 이런 집단 체벌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 했습니다. <녹취> A 고교 학생들 : "애들한테 다 맞을래 그냥 9시까지 남을래 그래가지고 맞는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다 때린 거예요." <녹취> A 고교 학생들 : "기분이 안 좋아도 그때 상황에는 그냥 애들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아버지 박씨는 체벌을 가장한 명백한 집단 폭행이었다며 분개하고 있는데요. <녹취> 박 모 씨 : "이거는 체벌이 아니라 분명히 폭행이라고 했어요. 허리 아프면 애들 훈계를 시키든 해야지. 한 두 명도 아니고 서른 명을 갖다가 이건 말이 안 된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학교는 서둘러 해당 교사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습니다. <녹취> A 고교 관계자 : "담임 선생님이 애들 앞에도 공식적으로 내가 너희들 지도하는데 잘못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셨어요. 해결하기 위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하셨죠." 해당 교사 역시 잘못을 일부 시인했습니다. <녹취> A 고교 교사 : "그 방법은 제가 좀 잘못되었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는 반의 분위기가 엄청 좋아졌어요. 선생님 참 좋아요 라고 하는 애들도 많고..." 하지만 집단 체벌을 당한 학생은 현재 친구들에게 맞았다는 수치심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상태인데요. <녹취> 집단 체벌 피해 학생 : "그 일 있고 나서 애들이 보는 눈빛이나 선생님들 보는 눈빛이나 많이 달랐고요.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고 우울증 생기고 대인기피증 생기고..." 최근 교사들의 과잉체벌 논란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데요. 5살짜리 여자아이가 한 겨울에 알몸체벌을 당하는 가 하면 도형의 색칠을 잘못했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80대의 매질을 당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런 비상식적인 체벌은 학생에게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녹취> 장은숙(회장/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 모임) : "학생들에게 서로 그 체벌을 가하게 하는 행위는 정말 비교육적일뿐더러, 아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향후에 서로 뭐 왕따를 시킨다던지 이런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체벌이기 때문에 굉장히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박 씨는 집단 체벌을 시킨 해당 교사를 상해교사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인데요. 교사의 무모한 체벌은 법의 심판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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