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화재참사 희생자 영결식 열려

입력 2001.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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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지학원 화재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영결식이 오늘 거행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화재진압과 응급구조상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동료들의 희생을 더욱 애석해 하고 있습니다.
출동삼총사, 오늘은 과연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인지 문소산 프로듀서가 차근차근 짚어봤습니다.
⊙기자: 예지학원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오열합니다.
화재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은 성명서를 내고 사건 당시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나섰습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그 호스 줄이 짧아가지고 물도 안 나오고...
⊙인터뷰: 애들은 저기 있다고 저기 있다고 하니까 저희가 답답하니까 들어간거죠
⊙인터뷰: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자: 지난 16일 밤, 기숙학원 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교실로 쓰던 가건물 안에서는 당시 23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화재신고 접수내용: 불이났어요?
⊙화재신고 접수내용: 네, 예지학원 지금 불났거든요.
⊙화재신고 접수내용: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 혹시 애들이 있는지 아세요?
⊙화재신고 접수내용: 예, 애들이 많이 있어요.
⊙기자: 신고받은 지 2분 후인 밤 10시 32분 소방차는 현장에 도착했지만 진화작업은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소방관 2명과 학생들이 4층까지 호스를 끌어올렸지만 길이가 짧아 5층 화재현장까지 닿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내려가 꼬인 호스를 일일이 풀어야 했습니다.
⊙백경노(예지학원생): 처음에 꼬여 가지고 짧아가지고 못 했고, 그 다음에 다시 올리고 있는데 다 들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물이 안 나왔었요.
⊙기자: 소방차는 일찍 도착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재진압이 늦어졌던 상황, 소방서측은 현재 인력으로는 진압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기자: 현장에 학생들이 없었을 경우에는 소방관 두 명이 그 호스를 현장까지 끌고 간다는 것은 무리였겠네요.
⊙하남소방서 상황책임자: 그렇죠.
무리고 거기까지 호스를 올렸다고 해도 꼬이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있기 때문에 한 방수구에서 관창을 하나 뽑아서 제대로 된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4명 정도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인데 당일은 인원이 부족해서 여의치가 못했습니다.
⊙기자: 서너명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소방호스를 두 명의 소방관이 움직여야 했고 결국 인력부족과 열악한 소방 환경이 초기진압을 어렵게 한 원인이었습니다.
밤 10시 43분, 총 178명의 소방대원들이 투입됐지만 5층 화재현장에 뛰어들어 학생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구한 건 선생님과 두 명의 소방관뿐이었다고 아이들은 말합니다.
⊙하남소방서 상황책임자: 학생들이 워낙 경황이 없으니까 그렇게 봤을 가능성이 있고 43분이 넘고 계속 추가 지원대가 도착되고 나서 나중에는 소방관들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끝날 때까지 2명이었다는 게 확실한가요?
⊙함병윤(예지학원생): 제가 확실히 본 거는 2명이에요.
그쪽에서 우리 학생들이 본 게 착각이라고 할 지는 모르는데 참여한 사람은 2명밖에 없었어요.
⊙기자: 결국 보호장치 하나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건물 안에 남아 있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진화되지 않은 화재현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사건현장과 이송과정에서 숨진 학생들은 모두 8명, 그러나 치솟는 불길 속에서 이들을 구해냈을 때까지만해도 이들 대부분은 의식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함병윤(예지학원생): 살려달라는 말까지도 했고, 누가 보고 싶다, 제발 좀 살려달라는 그런 말까지 한 애들인데 이런 애들이 그냥 응급차 타면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갔으니까...
⊙기자: 구급차 8대가 지원됐지만 구급요원은 단 한 명 뿐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구급차에 탄 것은 구급요원이 아닌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응급처치를 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하남소방서 상황책임자: 광주시 같은 경우에는 종합병원이 없고 병원규모가 큰 병원급, 의원급 소규모이기 때문에 구급차가 출동할 때 응급구조사나 간호사가 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은 안 돼 있습니다.
특히 그날이 야간 상황이고 운전기사 1명만 타고 와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정도에 화재현장에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지 않았나 합니다.
⊙기자: 그러나 병원에서는 화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 정확한 상황을 저희가 전달받은 게 아니라서 저도 그때 갔었는데 그렇게 큰 화재인지 몰랐습니다.
원장님 말씀이 그런 환자는 그런 상황 같으면 바로 거기서 인공호흡하면서 바로 수송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렇게 했으면 좀더 살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셨습니다.
⊙기자: 그러나 지금도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던진 소방관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보다는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만이 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일 것입니다.
KBS뉴스 문소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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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 화재참사 희생자 영결식 열려
    • 입력 2001-05-24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예지학원 화재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영결식이 오늘 거행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화재진압과 응급구조상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동료들의 희생을 더욱 애석해 하고 있습니다. 출동삼총사, 오늘은 과연 그때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인지 문소산 프로듀서가 차근차근 짚어봤습니다. ⊙기자: 예지학원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오열합니다. 화재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은 성명서를 내고 사건 당시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나섰습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그 호스 줄이 짧아가지고 물도 안 나오고... ⊙인터뷰: 애들은 저기 있다고 저기 있다고 하니까 저희가 답답하니까 들어간거죠 ⊙인터뷰: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자: 지난 16일 밤, 기숙학원 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교실로 쓰던 가건물 안에서는 당시 23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화재신고 접수내용: 불이났어요? ⊙화재신고 접수내용: 네, 예지학원 지금 불났거든요. ⊙화재신고 접수내용: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 혹시 애들이 있는지 아세요? ⊙화재신고 접수내용: 예, 애들이 많이 있어요. ⊙기자: 신고받은 지 2분 후인 밤 10시 32분 소방차는 현장에 도착했지만 진화작업은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소방관 2명과 학생들이 4층까지 호스를 끌어올렸지만 길이가 짧아 5층 화재현장까지 닿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내려가 꼬인 호스를 일일이 풀어야 했습니다. ⊙백경노(예지학원생): 처음에 꼬여 가지고 짧아가지고 못 했고, 그 다음에 다시 올리고 있는데 다 들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물이 안 나왔었요. ⊙기자: 소방차는 일찍 도착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재진압이 늦어졌던 상황, 소방서측은 현재 인력으로는 진압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기자: 현장에 학생들이 없었을 경우에는 소방관 두 명이 그 호스를 현장까지 끌고 간다는 것은 무리였겠네요. ⊙하남소방서 상황책임자: 그렇죠. 무리고 거기까지 호스를 올렸다고 해도 꼬이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있기 때문에 한 방수구에서 관창을 하나 뽑아서 제대로 된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4명 정도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인데 당일은 인원이 부족해서 여의치가 못했습니다. ⊙기자: 서너명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소방호스를 두 명의 소방관이 움직여야 했고 결국 인력부족과 열악한 소방 환경이 초기진압을 어렵게 한 원인이었습니다. 밤 10시 43분, 총 178명의 소방대원들이 투입됐지만 5층 화재현장에 뛰어들어 학생들과 함께 부상자들을 구한 건 선생님과 두 명의 소방관뿐이었다고 아이들은 말합니다. ⊙하남소방서 상황책임자: 학생들이 워낙 경황이 없으니까 그렇게 봤을 가능성이 있고 43분이 넘고 계속 추가 지원대가 도착되고 나서 나중에는 소방관들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끝날 때까지 2명이었다는 게 확실한가요? ⊙함병윤(예지학원생): 제가 확실히 본 거는 2명이에요. 그쪽에서 우리 학생들이 본 게 착각이라고 할 지는 모르는데 참여한 사람은 2명밖에 없었어요. ⊙기자: 결국 보호장치 하나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건물 안에 남아 있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진화되지 않은 화재현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사건현장과 이송과정에서 숨진 학생들은 모두 8명, 그러나 치솟는 불길 속에서 이들을 구해냈을 때까지만해도 이들 대부분은 의식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함병윤(예지학원생): 살려달라는 말까지도 했고, 누가 보고 싶다, 제발 좀 살려달라는 그런 말까지 한 애들인데 이런 애들이 그냥 응급차 타면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갔으니까... ⊙기자: 구급차 8대가 지원됐지만 구급요원은 단 한 명 뿐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구급차에 탄 것은 구급요원이 아닌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응급처치를 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하남소방서 상황책임자: 광주시 같은 경우에는 종합병원이 없고 병원규모가 큰 병원급, 의원급 소규모이기 때문에 구급차가 출동할 때 응급구조사나 간호사가 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은 안 돼 있습니다. 특히 그날이 야간 상황이고 운전기사 1명만 타고 와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정도에 화재현장에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지 않았나 합니다. ⊙기자: 그러나 병원에서는 화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 정확한 상황을 저희가 전달받은 게 아니라서 저도 그때 갔었는데 그렇게 큰 화재인지 몰랐습니다. 원장님 말씀이 그런 환자는 그런 상황 같으면 바로 거기서 인공호흡하면서 바로 수송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렇게 했으면 좀더 살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하셨습니다. ⊙기자: 그러나 지금도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던진 소방관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보다는 이번 참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만이 이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일 것입니다. KBS뉴스 문소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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