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흑두루미 유치 노력’ 결실

<앵커 멘트>

순천만을 찾는 귀한 손님, 흑두루미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온갖 정성을 기울인 결과인데 주민들에게도 그 결실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겨울을 맞은 순천만, 갯벌 한곳에 모여 잠을 자는 새들이 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먹이를 찾기 위해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전 세계에 만 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입니다.

순천만에 오는 겨울 철새는 230여 종, 이 가운데 가장 귀한 손님이 바로 흑두루미입니다.

<인터뷰> 이우신(서울대 교수) : "자연생태계에서 아주 고귀한, 우아한, 중요한 종이죠. 그런 종이 순천만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당히 생태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흑두루미를 모시기 위해 시와 주민은 온갖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벼를 수확할 때는 일부러 볏짚을 논에 깔아둡니다.

새 먹이가 되는 낟알을 남겨두기 위해섭니다.

요즘에는 매일 4백 킬로그램의 볍씨도 뿌려줍니다.

<인터뷰> 정종태(순천만 흑두리 영농단장) : "충분히 주고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줍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금년에도 사람보다 더, 새가 날아오는 즐거움으로 하고 있습니다."

새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적당한 깊이로 물을 채운 무논 습지도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은 또 철새 지킴이를 조직해 밤낮으로 지켜줍니다.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차량이나 자전거 출입도 통제합니다.

농경지 주변 도로에는 갈대 울타리를 쳐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나 차량 불빛도 차단했습니다.

<인터뷰>김인철(순천시 관광진흥과) :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사람들이 손을 넣고 몰래 들여다 볼 수 있는 탐조 기능도 있고."

지난봄에는 주변의 전봇대와 전깃줄도 모두 제거했습니다.

두루미가 날 때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인지,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는 10년 전 70여 마리에서 올해는 350여 마리로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노관규(순천시장) : "생태를 지키려는 노력이 우선 보기에는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우리 순천이란 도시를 세계 속의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철학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불경기라지만 지난 한달 동안에만 45만 명의 관광객이 순천만을 찾았습니다.

순천만이 겨울에도 명소가 된 것은 철새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건강할 때 사람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순천만이 보여줍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