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입찰 ‘뇌물수수 현장’ 공개

입력 2009.12.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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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흘 전 저희 KBS 뉴스에서 파주 신도시 입찰 비리가 드러났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요, 건설사가 입찰 평가위원들에게 검은 돈을 건네는 생생한 장면을 경찰이 공개했습니다.

홍석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파주 교하 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심사일이던 지난 7월17일.

심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인 아침 7시.

입찰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환경관리공단의 김모 팀장이 급히 아파트 밖으로 나갑니다.

곧이어 집으로 돌아온 김 씨 손엔 나갈 때 보이지 않던 쇼핑백이 들려 있습니다.

쇼핑백 안에 든 돈은 미화 4만 달러.

돈을 확인한 김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찰 평가장으로 갔습니다.

이날 김씨에게 돈을 준 금호건설은 590억 원짜리 공사를 낙찰받았습니다.

그로부터 12일 뒤 김씨는 부인과 함께 명동 환전상에 나타납니다.

4만 달러를 모두 바꿨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5천만 원 가까이 되는 거액입니다.

김 씨는 이 돈 가운데 수백만 원을 떼어 교회 헌금으로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공사 낙찰 후에도 건설사의 평가위원 관리는 계속됩니다.

입찰 2주일 뒤 쇼핑백을 든 건설사 직원이 당시 주택공사 모 팀장과 나란히 걸어갑니다.

쇼핑백에 든 돈은 현금으로 2천만 원.

거액을 건네 준 건설사 직원은 평가위원에게 깍듯이 인사까지 합니다.

이같은 건설사와 평가위원 사이의 검은 거래엔 공무원이 끼어 있었습니다.

삼엄한 보안 속에 평가위원이 선정된 건 입찰 당일 새벽 4시10분.

금호건설은 어떻게 불과 3시간 만에 평가위원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파주시 공무원이 선정된 평가위원 명단을 노트북에 입력하면, 대기하고 있던 건설사 직원은 무선인터넷으로 공무원 노트북을 원격 조종해 실시간으로 명단을 빼내갔습니다.

<녹취>금호건설 직원 통화내용(음성변조) : "전화도 안받고 까칠하시잖아요."

<녹취>파주시 공무원 : "그렇게 해야지. 그래야 조용하지. 아무튼 전화번호 확인되면 바로 꺼요."

<녹취>금호건설 직원 : "마무리 되면?"

<녹취>파주시 공무원 : "혹시 다른 사람들도 볼까 싶었는데 그 화면떠 있으면 다 죽어."

이런 과정에서 뿌려진 뇌물은 밝혀진 것만 1억7천만 원입니다.

경찰은 동부건설도 다른 공사 입찰 등과 관련해 군 영관급 장교 등 25명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석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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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입찰 ‘뇌물수수 현장’ 공개
    • 입력 2009-12-08 08: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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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흘 전 저희 KBS 뉴스에서 파주 신도시 입찰 비리가 드러났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요, 건설사가 입찰 평가위원들에게 검은 돈을 건네는 생생한 장면을 경찰이 공개했습니다. 홍석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파주 교하 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심사일이던 지난 7월17일. 심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인 아침 7시. 입찰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환경관리공단의 김모 팀장이 급히 아파트 밖으로 나갑니다. 곧이어 집으로 돌아온 김 씨 손엔 나갈 때 보이지 않던 쇼핑백이 들려 있습니다. 쇼핑백 안에 든 돈은 미화 4만 달러. 돈을 확인한 김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입찰 평가장으로 갔습니다. 이날 김씨에게 돈을 준 금호건설은 590억 원짜리 공사를 낙찰받았습니다. 그로부터 12일 뒤 김씨는 부인과 함께 명동 환전상에 나타납니다. 4만 달러를 모두 바꿨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5천만 원 가까이 되는 거액입니다. 김 씨는 이 돈 가운데 수백만 원을 떼어 교회 헌금으로 쾌척하기도 했습니다. 공사 낙찰 후에도 건설사의 평가위원 관리는 계속됩니다. 입찰 2주일 뒤 쇼핑백을 든 건설사 직원이 당시 주택공사 모 팀장과 나란히 걸어갑니다. 쇼핑백에 든 돈은 현금으로 2천만 원. 거액을 건네 준 건설사 직원은 평가위원에게 깍듯이 인사까지 합니다. 이같은 건설사와 평가위원 사이의 검은 거래엔 공무원이 끼어 있었습니다. 삼엄한 보안 속에 평가위원이 선정된 건 입찰 당일 새벽 4시10분. 금호건설은 어떻게 불과 3시간 만에 평가위원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파주시 공무원이 선정된 평가위원 명단을 노트북에 입력하면, 대기하고 있던 건설사 직원은 무선인터넷으로 공무원 노트북을 원격 조종해 실시간으로 명단을 빼내갔습니다. <녹취>금호건설 직원 통화내용(음성변조) : "전화도 안받고 까칠하시잖아요." <녹취>파주시 공무원 : "그렇게 해야지. 그래야 조용하지. 아무튼 전화번호 확인되면 바로 꺼요." <녹취>금호건설 직원 : "마무리 되면?" <녹취>파주시 공무원 : "혹시 다른 사람들도 볼까 싶었는데 그 화면떠 있으면 다 죽어." 이런 과정에서 뿌려진 뇌물은 밝혀진 것만 1억7천만 원입니다. 경찰은 동부건설도 다른 공사 입찰 등과 관련해 군 영관급 장교 등 25명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석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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