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말에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입력 2009.12.31 (08:55) 수정 2009.12.3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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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2009년 마지막 날입니다.




보통 이런 날엔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죠.




하지만 이런 연말연시에도 가족을 뒤로 한 채 홀로 대박을 쫓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최서희 기자, 이 '도박'에 빠진 사람들, 정말 심각하군요.




<리포트>




네, '시도 때도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연말인데도 이들은 가족 보다는 대박의 꿈을 좇아, 경마장이나 카지노장 주변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 한탕으로 큰돈을 따보겠다는 꿈은 꿈일 뿐이었습니다.




 가져간 돈을 모두 잃고 빚까지 떠안아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신셉니다.




 세밑까지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경마장, 연말이지만 경마장 안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크게 한 방을 노린다는 이모씨는 팍팍한 주머니사정에도 본전생각에 쉽게 발길을 끊지 못합니다.




<녹취> 이oo : "백 만 원이면 딴 것도 아니잖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은 2천 5백 만 원 잃었어요."




강원도의 한 내국인 카지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말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어야 하지만, 이른바 카지노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도박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밤낮도 따로 없습니다. 카지노 로비에는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녹취> 김oo : "처음에 여기 왔을 때 뭣 모르고 해서 천 2백 만 원 따 보고 2천 7백 만 원 한 번 따 보고 또 천 2백 만 원 따보고 끝이에요. 계속 내리막이에요. 딴 기억이 있으니까 막 베팅을 걸어도 안 돼요. 그것 때문에 연말에 이렇게 와서 패가망신 당하는 거 아닙니까."




<녹취> 박oo : "안 오려고 해도 발걸음이 여기 와 있어요. 몸은 여기 와 있다고... 돈만 생기면 여기 와 있어요. 쾌감이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도박을) 못 끊는 거예요."




카지노가 문을 닫는 오전 6시가 되면 이들 대부분은 집이 아닌, 인근 찜질방으로 모여드는데요. 다음 출정을 위해 잠깐의 쪽잠을 자기 위해섭니다.




오늘로 이곳에 온지 4일째 되는 이모씨는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곳에서 내년을 기약합니다.




<녹취> 이oo : "미련, 희망, 꿈 그 아지랑이 같은 그걸 바라보고..."




하지만 연말에 큰 돈 챙기기는 커녕 집으로 돌아갈 교통비마저 없어 전당포에서 차비를 구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데요, 




<녹취> 전당포 주인 : "엊그제 어떤 남자애가 8백 만 원을 빌려서 올라갔어요. 7시간, 8시간 (도박)하고 다 잃고 내려 와서 휴대전화랑 신분증 가져올 테니까 만 5천 원만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버스 요금 낸다고요."




김 모 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15년 동안 한탕주의에 빠져 지금까지 탕진한 돈만 해도 무려 5억 원, 도박에 빠져 아내와는 이혼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녹취> 김oo(도박 중독자) : "아내 월급도 가져다가 잃고 심지어는 친구가 (본인) 수술비 5백 만 원을 저한테 맡겼는데 그 돈을 잃은 적도 있습니다. 나는 도박을 끊게 해주면 진짜 그 사람을 평생 은인으로 알겠다, 내가 진짜 천 만 원이 됐든 일 억 원이 됐든 그 돈을 줘도 아깝지 않겠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는데...도박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도박을 끊겠다고 결심했지만, 단란했던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oo(도박 중독자) : "제가 제일 싫은 때가 명절이에요. 형제들 친척들 가족들과 관계가 멀어지니까...십 몇 년 도박을 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많은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저를) 믿지 않죠."

     

이처럼 연말에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경찰이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집중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외곽지역에 자리한 한 게임장. 이곳으로 들어가는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내부에 들어서자 바다이야기 게임기. 수 십 대가 쭉 늘어서 있는데요. 곳곳에 도박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모두 도박 사실을 부인합니다.




<녹취> 김00 : "여기 볼 일 있어서 왔다가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볼 일 보러 왔다니깐..."




<녹취> 윤00 : "나는 팔을 못 써요. 게임 아직 안 했어요. 나는 팔이 안 움직여서 장애인인데..."




간판도 없는 지하 게임장이다 보니 단골손님에게만 위치 문자를 보내는 수법으로 비밀리에 손님을 들여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녹취> 박00 :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주더라고요. (와서) 해보라고요."




하지만 이곳에서 돈을 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엔 대박을 쫓다 돈 한 푼 없는 신세로 전락했는데요.

     

<현장음> “경찰관이 나와서 단속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불법인데 아저씨한테 돈을 (돌려)줄 수가 있나요”



<현장음> “차비가 없어서...”



<현장음> “그냥 가세요. 걸어가세요.”



<현장음> “여기 와서 누가 게임을 하라고 한 사람이 있습니까.”



<현장음> “아니 선생님들이 이렇게 계속 게임을 하니까 이런 불법 게임장이 계속 돌아가는 거 아니에요. 불법 장소가...”



<현장음> “아니.....미안하게 됐어요.”




<인터뷰> 최정식(서울지방경찰청 상설단속반장) :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이렇게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임하는 사람이 이길 수 없게 이렇게 만들기 때문에 여기서 돈을 딴다는 것은... 결국 다 잃게 됩니다."




연말도 잊은 채 대박으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 그 허황된 꿈은 돌아갈 가족의 품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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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연말에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
    • 입력 2009-12-31 08:55:32
    • 수정2009-12-31 13:41:0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오늘은 2009년 마지막 날입니다.


보통 이런 날엔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죠.


하지만 이런 연말연시에도 가족을 뒤로 한 채 홀로 대박을 쫓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최서희 기자, 이 '도박'에 빠진 사람들, 정말 심각하군요.


<리포트>


네, '시도 때도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연말인데도 이들은 가족 보다는 대박의 꿈을 좇아, 경마장이나 카지노장 주변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 한탕으로 큰돈을 따보겠다는 꿈은 꿈일 뿐이었습니다.


 가져간 돈을 모두 잃고 빚까지 떠안아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신셉니다.


 세밑까지 도박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경마장, 연말이지만 경마장 안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크게 한 방을 노린다는 이모씨는 팍팍한 주머니사정에도 본전생각에 쉽게 발길을 끊지 못합니다.


<녹취> 이oo : "백 만 원이면 딴 것도 아니잖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은 2천 5백 만 원 잃었어요."


강원도의 한 내국인 카지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말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어야 하지만, 이른바 카지노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도박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밤낮도 따로 없습니다. 카지노 로비에는 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녹취> 김oo : "처음에 여기 왔을 때 뭣 모르고 해서 천 2백 만 원 따 보고 2천 7백 만 원 한 번 따 보고 또 천 2백 만 원 따보고 끝이에요. 계속 내리막이에요. 딴 기억이 있으니까 막 베팅을 걸어도 안 돼요. 그것 때문에 연말에 이렇게 와서 패가망신 당하는 거 아닙니까."


<녹취> 박oo : "안 오려고 해도 발걸음이 여기 와 있어요. 몸은 여기 와 있다고... 돈만 생기면 여기 와 있어요. 쾌감이 있잖아요. 그것 때문에 (도박을) 못 끊는 거예요."


카지노가 문을 닫는 오전 6시가 되면 이들 대부분은 집이 아닌, 인근 찜질방으로 모여드는데요. 다음 출정을 위해 잠깐의 쪽잠을 자기 위해섭니다.


오늘로 이곳에 온지 4일째 되는 이모씨는 돈을 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곳에서 내년을 기약합니다.


<녹취> 이oo : "미련, 희망, 꿈 그 아지랑이 같은 그걸 바라보고..."


하지만 연말에 큰 돈 챙기기는 커녕 집으로 돌아갈 교통비마저 없어 전당포에서 차비를 구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데요, 


<녹취> 전당포 주인 : "엊그제 어떤 남자애가 8백 만 원을 빌려서 올라갔어요. 7시간, 8시간 (도박)하고 다 잃고 내려 와서 휴대전화랑 신분증 가져올 테니까 만 5천 원만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버스 요금 낸다고요."


김 모 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15년 동안 한탕주의에 빠져 지금까지 탕진한 돈만 해도 무려 5억 원, 도박에 빠져 아내와는 이혼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녹취> 김oo(도박 중독자) : "아내 월급도 가져다가 잃고 심지어는 친구가 (본인) 수술비 5백 만 원을 저한테 맡겼는데 그 돈을 잃은 적도 있습니다. 나는 도박을 끊게 해주면 진짜 그 사람을 평생 은인으로 알겠다, 내가 진짜 천 만 원이 됐든 일 억 원이 됐든 그 돈을 줘도 아깝지 않겠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는데...도박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


뒤늦게 도박을 끊겠다고 결심했지만, 단란했던 가족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oo(도박 중독자) : "제가 제일 싫은 때가 명절이에요. 형제들 친척들 가족들과 관계가 멀어지니까...십 몇 년 도박을 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많은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저를) 믿지 않죠."
     
이처럼 연말에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경찰이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집중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서울 외곽지역에 자리한 한 게임장. 이곳으로 들어가는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내부에 들어서자 바다이야기 게임기. 수 십 대가 쭉 늘어서 있는데요. 곳곳에 도박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모두 도박 사실을 부인합니다.


<녹취> 김00 : "여기 볼 일 있어서 왔다가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볼 일 보러 왔다니깐..."


<녹취> 윤00 : "나는 팔을 못 써요. 게임 아직 안 했어요. 나는 팔이 안 움직여서 장애인인데..."


간판도 없는 지하 게임장이다 보니 단골손님에게만 위치 문자를 보내는 수법으로 비밀리에 손님을 들여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녹취> 박00 :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주더라고요. (와서) 해보라고요."


하지만 이곳에서 돈을 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국엔 대박을 쫓다 돈 한 푼 없는 신세로 전락했는데요.
     
<현장음> “경찰관이 나와서 단속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불법인데 아저씨한테 돈을 (돌려)줄 수가 있나요”

<현장음> “차비가 없어서...”

<현장음> “그냥 가세요. 걸어가세요.”

<현장음> “여기 와서 누가 게임을 하라고 한 사람이 있습니까.”

<현장음> “아니 선생님들이 이렇게 계속 게임을 하니까 이런 불법 게임장이 계속 돌아가는 거 아니에요. 불법 장소가...”

<현장음> “아니.....미안하게 됐어요.”


<인터뷰> 최정식(서울지방경찰청 상설단속반장) :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이렇게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임하는 사람이 이길 수 없게 이렇게 만들기 때문에 여기서 돈을 딴다는 것은... 결국 다 잃게 됩니다."


연말도 잊은 채 대박으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 그 허황된 꿈은 돌아갈 가족의 품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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