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 인터넷으로 시위자 수배

입력 2010.01.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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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반정부 세력간 대결 때 인터넷은 대체로 반정부측이 활용하는 수단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란에선 정부 당국도 야권의 반정부 개혁운동인 `녹색운동'을 탄압하는 데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아파 무슬림의 성일인 아슈라를 맞아 격렬한 시위와 유혈 진압이 벌어진 후 친정부 라자 뉴스의 웹사이트는 시위자 65명의 얼굴에 붉은색 동그라미를 친 사진들을 올린 데 이어 4일에도 약 100명의 얼굴이 든 사진 47장을 추가로 실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사진과 함께 경찰 제보 전화번호와 웹사이트 주소도 곁들였다. 시위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는 얼굴이 있으면 당국에 신고하라는 뜻이다.

이란 당국의 이러한 이례적인 조치는 역으로 이란 당국이 다양한 계층의 시위대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수도 테헤란 담당 정보기구를 설치하는 등 전통적인 정보부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내부 보안보다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국방 업무에 익숙한 조직이다.

이란 정보부의 신원 파악 및 추적 능력이 보잘것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지난해 대선 후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금됐던 한 주동자가 지난달 체류지인 두바이에서 이란에 돌아가 시위에 참여하고 다시 빠져나올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는 처음엔 구금 기록 때문에 붙잡히면 더 심한 처벌을 받을까 봐 걱정했으나, 이란 정보부내 조직간 정보공유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것.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 자신도 지난해 여름 구금됐을 때 2004년부터 3년간이나 테헤란에서 살았음에도 조사관들이 자신의 배경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압수한 랩톱 컴퓨터에서 그러모은 자료에 의존하는 것을 보고 이란 정보부내 정보공유의 한심한 실태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자 뉴스 웹사이트를 통해 시위혐의 수배자 얼굴을 공개해 신고를 유도하는 기법을 처음으로 적극 도입한 것은 혁명수비대로, 지난해 6월 대선 직후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할 때였다고 신문은 말했다.

이에 비해 이란 정보부의 신원파악 수단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기자는 조사관들이 자신에게 반정부 시위자들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르고, 정보부로부터 돈을 받는 사진사들이 찍은 시위 사진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얼굴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을 봤다고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들었다.

정보부의 이런 수법에 시위대는 교통 카메라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둔다든지 손수건이나 선글래스로 얼굴을 가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시위자의 얼굴을 공개수배하는 방식은 사람들이 시위 때 얼굴을 감출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쓰도록 만들 것인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얼굴을 가림으로써) 점점 더 대담해질 것"이라고 테헤란의 한 분석가는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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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당국, 인터넷으로 시위자 수배
    • 입력 2010-01-05 17:14:06
    연합뉴스
정부와 반정부 세력간 대결 때 인터넷은 대체로 반정부측이 활용하는 수단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란에선 정부 당국도 야권의 반정부 개혁운동인 `녹색운동'을 탄압하는 데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아파 무슬림의 성일인 아슈라를 맞아 격렬한 시위와 유혈 진압이 벌어진 후 친정부 라자 뉴스의 웹사이트는 시위자 65명의 얼굴에 붉은색 동그라미를 친 사진들을 올린 데 이어 4일에도 약 100명의 얼굴이 든 사진 47장을 추가로 실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사진과 함께 경찰 제보 전화번호와 웹사이트 주소도 곁들였다. 시위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아는 얼굴이 있으면 당국에 신고하라는 뜻이다. 이란 당국의 이러한 이례적인 조치는 역으로 이란 당국이 다양한 계층의 시위대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수도 테헤란 담당 정보기구를 설치하는 등 전통적인 정보부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내부 보안보다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국방 업무에 익숙한 조직이다. 이란 정보부의 신원 파악 및 추적 능력이 보잘것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지난해 대선 후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금됐던 한 주동자가 지난달 체류지인 두바이에서 이란에 돌아가 시위에 참여하고 다시 빠져나올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는 처음엔 구금 기록 때문에 붙잡히면 더 심한 처벌을 받을까 봐 걱정했으나, 이란 정보부내 조직간 정보공유가 매우 부실하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것.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 자신도 지난해 여름 구금됐을 때 2004년부터 3년간이나 테헤란에서 살았음에도 조사관들이 자신의 배경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 압수한 랩톱 컴퓨터에서 그러모은 자료에 의존하는 것을 보고 이란 정보부내 정보공유의 한심한 실태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자 뉴스 웹사이트를 통해 시위혐의 수배자 얼굴을 공개해 신고를 유도하는 기법을 처음으로 적극 도입한 것은 혁명수비대로, 지난해 6월 대선 직후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할 때였다고 신문은 말했다. 이에 비해 이란 정보부의 신원파악 수단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기자는 조사관들이 자신에게 반정부 시위자들의 이름을 대라고 윽박지르고, 정보부로부터 돈을 받는 사진사들이 찍은 시위 사진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얼굴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을 봤다고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들었다. 정보부의 이런 수법에 시위대는 교통 카메라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둔다든지 손수건이나 선글래스로 얼굴을 가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시위자의 얼굴을 공개수배하는 방식은 사람들이 시위 때 얼굴을 감출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쓰도록 만들 것인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얼굴을 가림으로써) 점점 더 대담해질 것"이라고 테헤란의 한 분석가는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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