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아이티 시신방치…대탈출

입력 2010.01.15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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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고 있는 아이티는 공공기능이 마비된,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김웅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생존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답변> 구호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생존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폐허와 건물 잔해 주변 여기저기에 임시 캠프가 차려져 있는데요, 전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과 가족을 잃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천막으로 하늘만 가린 임시 거처에서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식수와 먹을거리가 없어서 대부분 기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옆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국경을 개방했는데요, 아이티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국경 부근 병원에는 아이티에서 온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환자 가족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도미니크(부상자 가족) : "조카와 딸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후송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외국인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이티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을 군용 수송기에 태워서 인근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로 보내고 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 지역의 국가들도 아이티 공항 사정이 좋아지는 대로 자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특별기를 보낼 계획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아이티 국민들을 돕기 위해 이민과 난민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특별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질문> 포르토 프랭스 시내에 시신 바리케이드가 등장했다는데 어찌된 일인가요?

<답변> 일부 시민들이 구호작업 지연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신을 쌓아올려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약탈까지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한 줌 식량과 연료 한 통이라도 먼저 차지하기 위해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치안기능은 완전히 마비된 상탭니다.

생존자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지미(생존자) : "대통령이 공항에 있다는데, 대통령은 왜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습니까?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트럭이 필요하다구요!"

폐허 속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 없는 현실 앞에 아이티 국민의 분노와 절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구조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답변> 매몰된 사람들이 워낙 많고 구조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끔씩 낭보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CNN이 전한 내용인데요,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11살 소녀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안간힘을 쓰고 구조 장비가 없어 애를 태웁니다.

CNN 기자는 소녀가 살아남는 길은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도 수혈할 피가 없다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합니다.

하지만 밤새 계속된 사투 끝에 전기톱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절단하면서 소녀는 결국 목숨을 구했습니다.

상점 건물 속에 갇혔던 서른 살 여성도 매몰 5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이라디언 모스(생존자) : "가장 먼저 자식을 잃을지 모를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리고는 계속 살려달라고 기도했어요."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미국 CNN 의학 기자도 지진으로 다친 생후 보름된 아기를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전염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죠?

<답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도시 전체에 방치된 시신들이 빠르게 부패되면서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수원 오염은 물론 전염병의 매개체인 모기나 파리의 개체수가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나 콜레라, 이질 등이 우려되는 전염병의 종류입니다.

오염된 식수와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감염성 호흡기 질환이나 수인성 질병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티는 평소에도 수막염, 이질 등의 발병률이 높았습니다.

보건당국이나 구호단체들도 전염병과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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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아이티 시신방치…대탈출
    • 입력 2010-01-15 23: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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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고 있는 아이티는 공공기능이 마비된,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김웅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생존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답변> 구호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생존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폐허와 건물 잔해 주변 여기저기에 임시 캠프가 차려져 있는데요, 전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집과 가족을 잃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천막으로 하늘만 가린 임시 거처에서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식수와 먹을거리가 없어서 대부분 기아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옆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국경을 개방했는데요, 아이티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국경 부근 병원에는 아이티에서 온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환자 가족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도미니크(부상자 가족) : "조카와 딸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후송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외국인들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아이티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을 군용 수송기에 태워서 인근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로 보내고 있습니다. 프랑스 등 유럽 지역의 국가들도 아이티 공항 사정이 좋아지는 대로 자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특별기를 보낼 계획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아이티 국민들을 돕기 위해 이민과 난민 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특별 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질문> 포르토 프랭스 시내에 시신 바리케이드가 등장했다는데 어찌된 일인가요? <답변> 일부 시민들이 구호작업 지연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신을 쌓아올려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약탈까지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한 줌 식량과 연료 한 통이라도 먼저 차지하기 위해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치안기능은 완전히 마비된 상탭니다. 생존자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지미(생존자) : "대통령이 공항에 있다는데, 대통령은 왜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습니까?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트럭이 필요하다구요!" 폐허 속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 없는 현실 앞에 아이티 국민의 분노와 절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질문> 구조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답변> 매몰된 사람들이 워낙 많고 구조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끔씩 낭보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CNN이 전한 내용인데요,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 11살 소녀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안간힘을 쓰고 구조 장비가 없어 애를 태웁니다. CNN 기자는 소녀가 살아남는 길은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도 수혈할 피가 없다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합니다. 하지만 밤새 계속된 사투 끝에 전기톱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절단하면서 소녀는 결국 목숨을 구했습니다. 상점 건물 속에 갇혔던 서른 살 여성도 매몰 5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이라디언 모스(생존자) : "가장 먼저 자식을 잃을지 모를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리고는 계속 살려달라고 기도했어요."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미국 CNN 의학 기자도 지진으로 다친 생후 보름된 아기를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전염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죠? <답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도시 전체에 방치된 시신들이 빠르게 부패되면서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수원 오염은 물론 전염병의 매개체인 모기나 파리의 개체수가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나 콜레라, 이질 등이 우려되는 전염병의 종류입니다. 오염된 식수와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감염성 호흡기 질환이나 수인성 질병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티는 평소에도 수막염, 이질 등의 발병률이 높았습니다. 보건당국이나 구호단체들도 전염병과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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