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도, 살인 용의자 잡은 중년들!

입력 2010.01.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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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 들어, 용감한 시민들의 행동이 돋보입니다.

은행 강도, 살인 용의자를 잇달아 시민이 직접 붙잡았습니다.

이민우 기자, 그런데 이 용감한 시민들이 4,50대 중년들이라구요?

<리포트>

네, 최근 새마을 금고를 털려던 강도를 붙잡은 사람, 50대 시민이었습니다.

강도의 흉기에 손에 부상까지 입었지만, 이 50대 시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도를 잡기 위해 4백 미터나 쫓아갔다고 합니다.

또 여성을 상대로 강도짓을 하려던 살인 사건 용의자도 40대 후반의 시민에게 붙잡혔는데요.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의로운 행동에 나선 용감한 중년들, 함께 만나보시죠.

서울 마포구의 한 새마을금고. 얼마 전, 이곳에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사흘전 아침 9시쯤 새마을금고가 막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려던 순간, 검은 옷에 복면을 쓴 20대 남성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는데요.

<인터뷰> 정지혜(새마을금고 여직원) : “아무리 겨울이라도 코는 내놓거나 입을 내 놓아야 되잖아요. (얼굴을) 다 가렸어요.”

창구 앞으로 다가간 남자는 순식간에,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했습니다.

창구를 뛰어 넘어, 손님이 입금하려던 돈 뭉치를 가방 안에 쓸어 담았는데요.

<인터뷰> 정지혜(새마을금고 여직원) : “(창구로 넘어온) 동시에 가방을 던졌고, 그 돈을 넘어 오면서 가방에 넣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곤 주위가 혼란한 틈을 타, 돈을 들고 급히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 때, 온몸을 던져 강도를 막아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은행고객인 51살, 김상일씨였는데요.

<인터뷰> 김상일 (강도 잡은 시민) :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복부나 가슴은 찔리면 안 되겠다 (생각했고) 발로 차야겠다는 순간적인 생각에 무조건 발이 나갔죠.”

김씨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강도는 흉기를 휘두르며 뛰쳐나갔습니다.

달아나면서 훔친 돈 뭉치를 던져 버리고 갔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강도의 뒤를 쫒았는데요.

<인터뷰> 김상일(강도 잡은 시민) : “(범인하고) 옥신각신 하다가 이 문을 통해서 바로 나와서 여기서 좌측으로 나와서 좌측으로 갔어요.”

은행직원까지 합세하고 400여 미터를 추격해서 강도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조상현(새마을금고 남자 직원) : “도주하는 상황은 그냥 전력질주였고요. (강도 뒤에서) 발을 걸어서 넘어지는 것을 제가 몸으로 덮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정모씨는 6개월여 동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담당형사(서울 마포경찰서) : “월세도 못 내고 일정한 직업이 없으니까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끼니도 굶고 하니까 돈이 필요해서 은행을 털려고 한 거예요.”

강도가 훔친 돈은, 김상일씨가 입금하려고 했던 현금 4백여만 원.

결혼한 딸의 축의금을 입금하려다, 때 아닌 강도를 만나게 된 겁니다.

<인터뷰>김상일(강도 잡은 시민) : “우리 딸 축의금인데 그 돈을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됐고, 범인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범인을 놓치면 제2, 제3의 또 그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강도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상처까지 입었는데요.

<인터뷰> 김상일(강도 잡은 시민) : “그 때는 몰랐고, 범인을 제압하고 나서 보니까 손에 피가 흘러서 그 때 다친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온 터라, 50대 나이지만 큰 사고 없이 강도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들 :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다치셨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이웃 주민들 : “우리라면 (무서워서) 못하죠. 꿈에도 못하지.”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도심에서도 위험천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후 3시쯤,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47살, 김진호씨.

밖에서 나는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깜짝 놀랐는데요.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여성의 목소리. 한달음에 달려 나간 사람은 김씨의 친구, 이경준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진호 (경찰 신고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소리를 듣자마자) 갑작스럽게 친구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막 뛰어 나가는 거예요.”

사무실 건물 입구로 들어서려는 찰나, 눈앞에서 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가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이경준 (강도 잡은 시민) : “칼을 보고 강도라는 걸 직감했죠. 범인도 내가 눈치를 챘으니까 칼자루로 손이 이렇게 가더라고요.”

흉기를 발견한 이씨는 재빨리 남자의 팔을 꺾어, 위험한 상황을 막았습니다.

이씨가 남자를 제압하는 사이,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 했는데요.

경찰조사 결과, 붙잡힌 남자는 지난해 12월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 용의자인 정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경철 (대구 범어지구대 경사) : “2009년도 12월 달에 경남 양산에서 지명 수배됐죠. 저희들이 잡아야 하는 일을 시민이 잡아주니까 미안하고 그렇죠.”

용의자는 이날도 흉기로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뺏고 성폭행을 하려다,

이경준씨의 용감한 행동으로 미수에 그쳤는데요.

<인터뷰> 이경준씨 (강도 잡은 시민) : “(피해 여성이) 연신 벌벌 떨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보고 더 실감이 나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범인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는 섬뜩했어요.”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배운 이씨는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벌써 4번이나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경준(강도 붙잡은 시민) : “당연히 남자라면 (어려움에 처한 상황) 그런 것을 보면 (행동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죠.”

위험한 상황에서 누구나 정의로운 생각은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민들의 행동은 특별해 보입니다.

<인터뷰> 김혜숙(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용감한 행동을 하는 시민의 경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이나 가치, 이런 것에 기준을 두고 행동을 한다는 거예요.”

자기 몸 챙기기에 바쁜 세상에서 오히려 자기 몸을 던져 불의에 맞서는 용감한 시민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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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1-21 09: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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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해 들어, 용감한 시민들의 행동이 돋보입니다. 은행 강도, 살인 용의자를 잇달아 시민이 직접 붙잡았습니다. 이민우 기자, 그런데 이 용감한 시민들이 4,50대 중년들이라구요? <리포트> 네, 최근 새마을 금고를 털려던 강도를 붙잡은 사람, 50대 시민이었습니다. 강도의 흉기에 손에 부상까지 입었지만, 이 50대 시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도를 잡기 위해 4백 미터나 쫓아갔다고 합니다. 또 여성을 상대로 강도짓을 하려던 살인 사건 용의자도 40대 후반의 시민에게 붙잡혔는데요.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의로운 행동에 나선 용감한 중년들, 함께 만나보시죠. 서울 마포구의 한 새마을금고. 얼마 전, 이곳에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사흘전 아침 9시쯤 새마을금고가 막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려던 순간, 검은 옷에 복면을 쓴 20대 남성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는데요. <인터뷰> 정지혜(새마을금고 여직원) : “아무리 겨울이라도 코는 내놓거나 입을 내 놓아야 되잖아요. (얼굴을) 다 가렸어요.” 창구 앞으로 다가간 남자는 순식간에, 흉기를 든 강도로 돌변했습니다. 창구를 뛰어 넘어, 손님이 입금하려던 돈 뭉치를 가방 안에 쓸어 담았는데요. <인터뷰> 정지혜(새마을금고 여직원) : “(창구로 넘어온) 동시에 가방을 던졌고, 그 돈을 넘어 오면서 가방에 넣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곤 주위가 혼란한 틈을 타, 돈을 들고 급히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 때, 온몸을 던져 강도를 막아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은행고객인 51살, 김상일씨였는데요. <인터뷰> 김상일 (강도 잡은 시민) :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복부나 가슴은 찔리면 안 되겠다 (생각했고) 발로 차야겠다는 순간적인 생각에 무조건 발이 나갔죠.” 김씨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강도는 흉기를 휘두르며 뛰쳐나갔습니다. 달아나면서 훔친 돈 뭉치를 던져 버리고 갔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강도의 뒤를 쫒았는데요. <인터뷰> 김상일(강도 잡은 시민) : “(범인하고) 옥신각신 하다가 이 문을 통해서 바로 나와서 여기서 좌측으로 나와서 좌측으로 갔어요.” 은행직원까지 합세하고 400여 미터를 추격해서 강도를 붙잡았습니다. <인터뷰> 조상현(새마을금고 남자 직원) : “도주하는 상황은 그냥 전력질주였고요. (강도 뒤에서) 발을 걸어서 넘어지는 것을 제가 몸으로 덮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정모씨는 6개월여 동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고 하는데요. <녹취> 담당형사(서울 마포경찰서) : “월세도 못 내고 일정한 직업이 없으니까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끼니도 굶고 하니까 돈이 필요해서 은행을 털려고 한 거예요.” 강도가 훔친 돈은, 김상일씨가 입금하려고 했던 현금 4백여만 원. 결혼한 딸의 축의금을 입금하려다, 때 아닌 강도를 만나게 된 겁니다. <인터뷰>김상일(강도 잡은 시민) : “우리 딸 축의금인데 그 돈을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됐고, 범인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범인을 놓치면 제2, 제3의 또 그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강도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상처까지 입었는데요. <인터뷰> 김상일(강도 잡은 시민) : “그 때는 몰랐고, 범인을 제압하고 나서 보니까 손에 피가 흘러서 그 때 다친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온 터라, 50대 나이지만 큰 사고 없이 강도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들 :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다치셨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이웃 주민들 : “우리라면 (무서워서) 못하죠. 꿈에도 못하지.”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도심에서도 위험천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후 3시쯤, 평소처럼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던 47살, 김진호씨. 밖에서 나는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깜짝 놀랐는데요.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는 여성의 목소리. 한달음에 달려 나간 사람은 김씨의 친구, 이경준씨였습니다. <인터뷰> 김진호 (경찰 신고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소리를 듣자마자) 갑작스럽게 친구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막 뛰어 나가는 거예요.” 사무실 건물 입구로 들어서려는 찰나, 눈앞에서 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가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이경준 (강도 잡은 시민) : “칼을 보고 강도라는 걸 직감했죠. 범인도 내가 눈치를 챘으니까 칼자루로 손이 이렇게 가더라고요.” 흉기를 발견한 이씨는 재빨리 남자의 팔을 꺾어, 위험한 상황을 막았습니다. 이씨가 남자를 제압하는 사이,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 했는데요. 경찰조사 결과, 붙잡힌 남자는 지난해 12월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 용의자인 정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경철 (대구 범어지구대 경사) : “2009년도 12월 달에 경남 양산에서 지명 수배됐죠. 저희들이 잡아야 하는 일을 시민이 잡아주니까 미안하고 그렇죠.” 용의자는 이날도 흉기로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뺏고 성폭행을 하려다, 이경준씨의 용감한 행동으로 미수에 그쳤는데요. <인터뷰> 이경준씨 (강도 잡은 시민) : “(피해 여성이) 연신 벌벌 떨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보고 더 실감이 나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범인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는 섬뜩했어요.”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배운 이씨는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벌써 4번이나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경준(강도 붙잡은 시민) : “당연히 남자라면 (어려움에 처한 상황) 그런 것을 보면 (행동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죠.” 위험한 상황에서 누구나 정의로운 생각은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민들의 행동은 특별해 보입니다. <인터뷰> 김혜숙(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용감한 행동을 하는 시민의 경우)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이나 가치, 이런 것에 기준을 두고 행동을 한다는 거예요.” 자기 몸 챙기기에 바쁜 세상에서 오히려 자기 몸을 던져 불의에 맞서는 용감한 시민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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