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SAT 유출’ 나라 망신 안된다

입력 2010.01.26 (07:20) 수정 2010.01.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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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SAT 시험지를 빼돌린 학원 강사가 입건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서 일어났습니다. 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찢거나 계산기에 입력해 문제를 빼돌리는 수법을 썼습니다.



SAT 문제지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에 문제 유출이 의심돼 국내에서 시험을 치른 900여 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됐고, 2006년엔 한 외국어고등학교가 시험장소 자격을 박탈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학원 강사는 지난해에도 세 차례 문제지를 유출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시험 주관 기관이 한국을 ‘요주의 국가'로 지목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부정행위를 여러 번 저질렀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걸까요?



전 세계에서 매년 300만 명이 응시하는 SAT 시험은 기출문제 중에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시험지의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족집게 강사로 알려지면 고액 수강생이 몰리는 탓에 일부 학원 강사들이 문제를 빼내는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의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적발된 한 학원 강사는 “학부모들이 돈을 싸 들고 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수를 올려달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내 자식 점수만 높이고 보자는 학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부정행위를 부채질 한 것입니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 GRE도 2002년 문제가 유출돼 한국은 시험 횟수 축소라는 벌칙을 받았습니다. 이후 시험을 보기 위해 일본을 찾는 학생이 매달 500명 이상 되고 1명당 쓰는 돈만 150만 원에 이릅니다. 토플 시험 역시 비슷한 부정행위로 시험 방식이 2차례나 변경됐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학한 유학생까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당연히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들의 SAT 성적을 불신할 것입니다.



이제 세상은 나 혼자만의 부정한 방법으로 잘되는 때가 아닙니다. 더 나은 점수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의 시험제도까지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당사자의 이익은커녕 대한민국 전체의 망신입니다. 엄정한 경찰 수사에 앞서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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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SAT 유출’ 나라 망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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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0-01-26 18: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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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제 해설위원]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SAT 시험지를 빼돌린 학원 강사가 입건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서 일어났습니다. 학원 강사와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찢거나 계산기에 입력해 문제를 빼돌리는 수법을 썼습니다.

SAT 문제지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에 문제 유출이 의심돼 국내에서 시험을 치른 900여 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됐고, 2006년엔 한 외국어고등학교가 시험장소 자격을 박탈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학원 강사는 지난해에도 세 차례 문제지를 유출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시험 주관 기관이 한국을 ‘요주의 국가'로 지목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부정행위를 여러 번 저질렀다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걸까요?

전 세계에서 매년 300만 명이 응시하는 SAT 시험은 기출문제 중에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시험지의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족집게 강사로 알려지면 고액 수강생이 몰리는 탓에 일부 학원 강사들이 문제를 빼내는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의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적발된 한 학원 강사는 “학부모들이 돈을 싸 들고 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수를 올려달라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내 자식 점수만 높이고 보자는 학부모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부정행위를 부채질 한 것입니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 GRE도 2002년 문제가 유출돼 한국은 시험 횟수 축소라는 벌칙을 받았습니다. 이후 시험을 보기 위해 일본을 찾는 학생이 매달 500명 이상 되고 1명당 쓰는 돈만 150만 원에 이릅니다. 토플 시험 역시 비슷한 부정행위로 시험 방식이 2차례나 변경됐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학한 유학생까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당연히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들의 SAT 성적을 불신할 것입니다.

이제 세상은 나 혼자만의 부정한 방법으로 잘되는 때가 아닙니다. 더 나은 점수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의 시험제도까지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당사자의 이익은커녕 대한민국 전체의 망신입니다. 엄정한 경찰 수사에 앞서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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