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부실 재개발 무효”

입력 2010.01.2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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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재개발 동의서에 하자가 있으면 조합설립이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결했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재개발에 이른바 '묻지마 재개발'이 적지 않아 상당수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박진영 기자! (네!)

<질문> 그동안 재개발을 할 때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면서 동의서에 도장을 찍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재개발을 처음 할 때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처럼 보이죠.

그래서 조합이나 시공사 측에서 빨리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동의서를 써주는 일이 허다합니다.

지난 2007년 재개발조합이 만들어진 부산의 이 재개발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합 추진위원회의 말을 듣고 비용과 설계 내용 등도 모른 채 백지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그래서 당시 법적 동의 요건 80%를 간신히 넘은 81%의 동의율로 조합이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이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나서 상당한 추가 분담금을 내야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에는 몰라서 그냥 도장을 찍어줬지만, 백지 동의서를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개발조합이 무효라는 얘깁니다.

조합원의 말입니다.


<인터뷰> 김상훈(소송을 낸 조합원) : "도장만 받아갔어요. 도장만.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신축되는 건물이나 공사비, 철거비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일대 일로 준다. 그런 식으로 인감하고 도장하고 인감증명서 받아갔죠."

<질문> 상식적으로 봐도 이렇게 만들어진 조합은 무효일 것 같은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보죠?

<답변> 1, 2심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인가 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오늘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동의서의 요건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동의서는 모두 무효여서 해당 조합의 동의율은 0%가 되는 만큼 재개발조합 설립 인가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 판결은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서의 하자 여부를 다툰 소송에서 처음 나온 대법원 판결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조합 무효판정이 나면 공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답변> 일단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중단해야 하구요, 사업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재개발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아니면 사업 자체를 아예 포기할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렇게 조합동의서가 하자투성이인 재개발 구역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서울의 한 뉴타운 지역에서 주민들이 썼던 조합설립동의선데요, 보시는 것처럼 사업비용 등 곳곳이 빈 칸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실련 조사 결과 서울지역 47개 재개발 구역 모두에서 조합 동의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6개 구역은 아주 기초적인 사업내용조차 없는 '백지 동의서'였습니다.

이런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주면 나중에 조합 측이 마음대로 추가 분담금을 요구해도 꼼짝없이 내야 합니다.

<인터뷰>이주원(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 : "사실은 재개발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특히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지역은 파장이 더 크겠어요?

<답변> 물론입니다. 서울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의 경우 부실한 동의서 때문에 최근 1심 판결에서 조합 설립이 무효가 됐습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철거가 거의 끝났고,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는 곳이라는데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묻지마 동의서와 관련된 소송만도 현재 수십 건이나 돼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곳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그동안 쓴 비용을 조합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조합 자체가 무효가 돼 버려서 돈을 받을 곳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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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부실 재개발 무효”
    • 입력 2010-01-29 23: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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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재개발 동의서에 하자가 있으면 조합설립이 무효라고 대법원이 판결했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재개발에 이른바 '묻지마 재개발'이 적지 않아 상당수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박진영 기자! (네!) <질문> 그동안 재개발을 할 때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면서 동의서에 도장을 찍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재개발을 처음 할 때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처럼 보이죠. 그래서 조합이나 시공사 측에서 빨리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동의서를 써주는 일이 허다합니다. 지난 2007년 재개발조합이 만들어진 부산의 이 재개발지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합 추진위원회의 말을 듣고 비용과 설계 내용 등도 모른 채 백지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그래서 당시 법적 동의 요건 80%를 간신히 넘은 81%의 동의율로 조합이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이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년이 지나서 상당한 추가 분담금을 내야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에는 몰라서 그냥 도장을 찍어줬지만, 백지 동의서를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재개발조합이 무효라는 얘깁니다. 조합원의 말입니다. <인터뷰> 김상훈(소송을 낸 조합원) : "도장만 받아갔어요. 도장만.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신축되는 건물이나 공사비, 철거비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일대 일로 준다. 그런 식으로 인감하고 도장하고 인감증명서 받아갔죠." <질문> 상식적으로 봐도 이렇게 만들어진 조합은 무효일 것 같은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보죠? <답변> 1, 2심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이 인가 구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오늘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동의서의 요건을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동의서는 모두 무효여서 해당 조합의 동의율은 0%가 되는 만큼 재개발조합 설립 인가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 판결은 재개발조합 설립 동의서의 하자 여부를 다툰 소송에서 처음 나온 대법원 판결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조합 무효판정이 나면 공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답변> 일단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중단해야 하구요, 사업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재개발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아니면 사업 자체를 아예 포기할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렇게 조합동의서가 하자투성이인 재개발 구역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서울의 한 뉴타운 지역에서 주민들이 썼던 조합설립동의선데요, 보시는 것처럼 사업비용 등 곳곳이 빈 칸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실련 조사 결과 서울지역 47개 재개발 구역 모두에서 조합 동의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6개 구역은 아주 기초적인 사업내용조차 없는 '백지 동의서'였습니다. 이런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주면 나중에 조합 측이 마음대로 추가 분담금을 요구해도 꼼짝없이 내야 합니다. <인터뷰>이주원(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 : "사실은 재개발 사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특히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지역은 파장이 더 크겠어요? <답변> 물론입니다. 서울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의 경우 부실한 동의서 때문에 최근 1심 판결에서 조합 설립이 무효가 됐습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철거가 거의 끝났고,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는 곳이라는데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묻지마 동의서와 관련된 소송만도 현재 수십 건이나 돼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곳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그동안 쓴 비용을 조합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조합 자체가 무효가 돼 버려서 돈을 받을 곳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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