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지방선거 벌써 혼탁 우려

입력 2010.02.02 (06:59) 수정 2010.02.0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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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해설위원]



120일 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오늘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됩니다. 예비후보자들은 선거사무소도 개설할 수 있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한 선거운동도 가능합니다. 각 당은 이번 주부터 선거체제로 당 운영 체제를 바꿔 4월쯤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선거 넉 달을 앞두고 지방선거가 시작된 셈입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유례없는 혼탁 양상입니다. 지금까지 선관위에 적발된 위법건수는 959건, 지난 2006년 선거 전체 위법건수 2천여 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돈 선거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입니다. 돈 선거하면 지난해 선거 빚 때문에 자살한 오근섭 전 양산시장의 경우가 떠오릅니다.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 전 시장의 빚은 무려 60억 원, 그의 자살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빚 독촉이 가져온 비극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정한 선거비용제한액은 경기도가 40억여 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가 38억여 원, 그리고 제주도가 5억 원 정도로 가장 적습니다. 그런데 기초단체장이었던 오 전 시장이 지고 있던 선거 빚이 60억 원에 이른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선거를 치르려면 조직이 있어야 하고 조직을 움직이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일부 유권자들의 비뚤어진 요구도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정당의 공천을 따내기 위해 공에 공을 들이다보면 선거에 들어가는 돈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당선을 목적으로 다른 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수많은 유혹은 곧 불법 타락 선거로 이어집니다.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도 그렇습니다. 한번 줄서기로 자신의 미래를 4년,8년,12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줄을 잘못 섰을 경우 좌천 인생을 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생각보다 절박합니다.



선거에서의 혼탁 타락 양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것이 불러오는 정치 혐오 내지는 무관심으로까지 확산된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곧 선거 불참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연령이 만19세로 낮춰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벌써부터 불어 닥치고 있는 혼탁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의 감시감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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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지방선거 벌써 혼탁 우려
    • 입력 2010-02-02 06:59:51
    • 수정2010-02-02 07:02:36
    뉴스광장 1부
[김진수 해설위원]

120일 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오늘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됩니다. 예비후보자들은 선거사무소도 개설할 수 있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한 선거운동도 가능합니다. 각 당은 이번 주부터 선거체제로 당 운영 체제를 바꿔 4월쯤 공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선거 넉 달을 앞두고 지방선거가 시작된 셈입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유례없는 혼탁 양상입니다. 지금까지 선관위에 적발된 위법건수는 959건, 지난 2006년 선거 전체 위법건수 2천여 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돈 선거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입니다. 돈 선거하면 지난해 선거 빚 때문에 자살한 오근섭 전 양산시장의 경우가 떠오릅니다.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 전 시장의 빚은 무려 60억 원, 그의 자살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빚 독촉이 가져온 비극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정한 선거비용제한액은 경기도가 40억여 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가 38억여 원, 그리고 제주도가 5억 원 정도로 가장 적습니다. 그런데 기초단체장이었던 오 전 시장이 지고 있던 선거 빚이 60억 원에 이른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선거를 치르려면 조직이 있어야 하고 조직을 움직이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일부 유권자들의 비뚤어진 요구도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정당의 공천을 따내기 위해 공에 공을 들이다보면 선거에 들어가는 돈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당선을 목적으로 다른 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수많은 유혹은 곧 불법 타락 선거로 이어집니다.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도 그렇습니다. 한번 줄서기로 자신의 미래를 4년,8년,12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줄을 잘못 섰을 경우 좌천 인생을 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생각보다 절박합니다.

선거에서의 혼탁 타락 양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것이 불러오는 정치 혐오 내지는 무관심으로까지 확산된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곧 선거 불참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연령이 만19세로 낮춰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벌써부터 불어 닥치고 있는 혼탁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의 감시감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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