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행정 또 ‘삐걱’…시위 불참 확인서 갈등

입력 2010.02.17 (20:43) 수정 2010.02.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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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문화예술위원회에 이어 문화재청도 민간단체에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시위 불참 확인서를 요구해 정부와 문화단체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의 문화사업도 잇따라 좌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호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고은, 조정래, 황석영... 국내 대표 작가들이 속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 사무실.

이 단체가 펴내는 계간지 '내일을 여는 작가'의 막바지 편집이 한창입니다.

상업화된 문학시장에서 지령 57호를 넘기며 순수 문예지로 명맥을 이어온 국내 문학계의 산실이던 계간지가 최근 발행 중단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동안 발간 비용을 지원해 오던 정부가 갑작스레 기금 지원 조건을 통보해왔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작가회의에 요구한 확인서를 보면, 촛불시위가 집중됐던 2008년 불법 시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는 확인과 함께 불법 시위 사실이 확인되면 보조금을 반환하게 하고 책임도 묻겠다는 겁니다.

작가회의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확인서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인터뷰> 이명원(한국작가회의 대변인) : "확인서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작가들의 행동이나 사유, 내면적인 신념 자체에 대한 투항을 권유하는 항복 권유서랑 비슷한 겁니다."

작가회의는 앞으로 정부 비판 글쓰기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예술위원회는 요지부동입니다.

정부의 기금운용 지침에 따라 불법 시위 단체에는 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할 경우 (기금 지원을) 제한하라는데 애매하잖아요, 적극 참여가 뭔지. 그걸 확인할 길이 없으니까 (작가회의에) 밝혀달라는 요청을 했던 거죠."

문화재청도 학생들의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담당할 민간단체를 선정하는 공고에서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습니다.

이에 반발해 지원 신청을 포기하거나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단체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미선(원주시민연대 사무국장) : "정치적인 문제와 아무 관계 없는 사업조차도 비영리 단체들한테 이런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단체들조차 가만히 있어라는 길들이기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원금을 둘러싸고 민간의 문화 활동을 장려해야 할 문화 행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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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행정 또 ‘삐걱’…시위 불참 확인서 갈등
    • 입력 2010-02-17 20:43:33
    • 수정2010-02-17 20:49:56
    뉴스타임
<앵커 멘트> 문화예술위원회에 이어 문화재청도 민간단체에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시위 불참 확인서를 요구해 정부와 문화단체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간의 문화사업도 잇따라 좌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호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고은, 조정래, 황석영... 국내 대표 작가들이 속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 사무실. 이 단체가 펴내는 계간지 '내일을 여는 작가'의 막바지 편집이 한창입니다. 상업화된 문학시장에서 지령 57호를 넘기며 순수 문예지로 명맥을 이어온 국내 문학계의 산실이던 계간지가 최근 발행 중단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동안 발간 비용을 지원해 오던 정부가 갑작스레 기금 지원 조건을 통보해왔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작가회의에 요구한 확인서를 보면, 촛불시위가 집중됐던 2008년 불법 시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는 확인과 함께 불법 시위 사실이 확인되면 보조금을 반환하게 하고 책임도 묻겠다는 겁니다. 작가회의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확인서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인터뷰> 이명원(한국작가회의 대변인) : "확인서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작가들의 행동이나 사유, 내면적인 신념 자체에 대한 투항을 권유하는 항복 권유서랑 비슷한 겁니다." 작가회의는 앞으로 정부 비판 글쓰기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예술위원회는 요지부동입니다. 정부의 기금운용 지침에 따라 불법 시위 단체에는 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음성변조) :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할 경우 (기금 지원을) 제한하라는데 애매하잖아요, 적극 참여가 뭔지. 그걸 확인할 길이 없으니까 (작가회의에) 밝혀달라는 요청을 했던 거죠." 문화재청도 학생들의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담당할 민간단체를 선정하는 공고에서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습니다. 이에 반발해 지원 신청을 포기하거나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단체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미선(원주시민연대 사무국장) : "정치적인 문제와 아무 관계 없는 사업조차도 비영리 단체들한테 이런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시민단체들조차 가만히 있어라는 길들이기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원금을 둘러싸고 민간의 문화 활동을 장려해야 할 문화 행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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