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 칠레 지진 나흘째…사망자 1,500명

입력 2010.03.0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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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칠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천5백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약탈이 계속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팀 박종훈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질문> 박기자. 지진 자체보다 지진해일로 숨진 사람이 더 많을 정도라면서요?

<답변> 사망자의 70% 이상이 지진 해일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일 경보가 내려지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강진 뒤에 몰려온 해일이 해안도시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높이 3미터 가까운 해일로 집들은 대부분 물에 잠기거나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부두 위로 올라온 배들은 한 데 뒤엉켰고 차들은 물구나무를 섰습니다.

아직 사망자 공식집계는 720여 명이지만 아직도 수백 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실제는 천오백 명에 육박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질문> 칠레 지진으로 굶주린 주민들의 약탈이 이어지자 칠레 정부는 급기야 슈퍼마켓을 개방하기로 했다면서요?

<답변> 수퍼마켓들이 우선 물건을 나눠주고 나중에 물품 대금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로 했는데요,

그런데도 약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내 한 복판에서 거센 화염과 함께 커다란 연기 구름이 피어오릅니다.

몇 시간 전 대규모 약탈이 일어난 곳인데요,

거칠어진 약탈자들의 불을 질렀습니다.

강진 발생 나흘째, 굶주린 주민들의 약탈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약탈 주민 : "먹을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신발 같은 걸 먹을 순 없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 가스를 퍼부으며 맞섰지만 역부족인데요, 하는 수 없이 일부 주민들은 스스로 무장하고 이른바 자경단을 만들어 재산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칠레에선 약탈과 방화로 지금까지 백60명이 체포됐고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질문> 칠레의 한국인들은 많은 재산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요?

<답변> 대지진이 발생한 칠레에는 한국인 교민과 상사 주재원 가족 등 2천 2백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이 직접 교민들이 모여 사는 곳에 찾아갔는데요,

칠레 교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산티아고의 한 아파트 단지가 건물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건물이 두동강 난 것처럼 금이 갔습니다.

못쓰게 된 가재도구를 아직도 치우지 못해 집안은 더 엉망입니다.

교민이 운영하는 한 공장은 이번 지진으로 기계가 부서지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원자재가 엉망이 된데다 건물 담장도 무너져 치안마저 걱정입니다.

공장 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박세일(칠레 한인회장) : "뭐 다 끝난거로 생각했죠. 바깥으로 나갌 있는 정신도 없고 거기서 그냥 동동동..."

한밤에 집안에서 죽음의 공포를 겪었던 한인들은 계속되는 여진에 여전히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질문> 지진 이후 칠레에서는 물가가 2배 이상 급등하는 초고속 인플레가 시작됐다면서요?

<답변> 칠레는 주요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요,

외부 교통이 두절되자 곧바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수도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길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좁은 고갯길로 대규모 구호 물품을 실어 나르기에는 비좁아 보입니다.

상점들은 약탈에 대비해 큰 문은 걸어 잠근채 작은 창으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불안감은 증폭돼 채소와 식료품 등은 초고속 인플레가 시작됐습니다.

주유소에는 어디나 차량과 사람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름통까지 들고 나와 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사려고 아우성입니다.

산티아고 시내 교통과 지하철은 어느 정도 재개됐지만 지진 피해가 컸던 지방행 교통요금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칠레 지진에서 유독 눈에 띠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바첼레트 대통령이죠?

<답변> 이번 지진은 바첼레트 대통령의 퇴임을 불과 열이틀 앞둔 상황에서 일어났는데요,

강력한 리더십으로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바첼레트 대통령(지난 27일 새벽) : "모든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침착하게 대응해 주십시요!"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처럼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국민 앞에 나서 놀란 민심을 가라앉혔습니다.

또 곧바로 헬기에 몸을 싣고 피해현장 6곳을 잇따라 방문하며 정부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피해 지역에 약탈 행위가 자행되자 즉각 계엄령을 선포했고 식량 무료배급에 나섭니다.

지진 발생 직후 행적이 묘연했던 아이티 대통령과 비견됩니다.

남미 최초 여성 국방장관 출신답게 경제위기도 과단성 있게 극복해 위기 극복 대통령으로 불려왔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지지율이 80%까지 치솟을 정도인 그의 리더쉽을 미국 주간지 타임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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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02 23: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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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칠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천5백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약탈이 계속되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팀 박종훈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질문> 박기자. 지진 자체보다 지진해일로 숨진 사람이 더 많을 정도라면서요? <답변> 사망자의 70% 이상이 지진 해일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일 경보가 내려지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강진 뒤에 몰려온 해일이 해안도시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높이 3미터 가까운 해일로 집들은 대부분 물에 잠기거나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부두 위로 올라온 배들은 한 데 뒤엉켰고 차들은 물구나무를 섰습니다. 아직 사망자 공식집계는 720여 명이지만 아직도 수백 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실제는 천오백 명에 육박할 것으로 현지 언론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질문> 칠레 지진으로 굶주린 주민들의 약탈이 이어지자 칠레 정부는 급기야 슈퍼마켓을 개방하기로 했다면서요? <답변> 수퍼마켓들이 우선 물건을 나눠주고 나중에 물품 대금은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로 했는데요, 그런데도 약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내 한 복판에서 거센 화염과 함께 커다란 연기 구름이 피어오릅니다. 몇 시간 전 대규모 약탈이 일어난 곳인데요, 거칠어진 약탈자들의 불을 질렀습니다. 강진 발생 나흘째, 굶주린 주민들의 약탈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약탈 주민 : "먹을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신발 같은 걸 먹을 순 없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 가스를 퍼부으며 맞섰지만 역부족인데요, 하는 수 없이 일부 주민들은 스스로 무장하고 이른바 자경단을 만들어 재산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칠레에선 약탈과 방화로 지금까지 백60명이 체포됐고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질문> 칠레의 한국인들은 많은 재산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요? <답변> 대지진이 발생한 칠레에는 한국인 교민과 상사 주재원 가족 등 2천 2백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이 직접 교민들이 모여 사는 곳에 찾아갔는데요, 칠레 교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산티아고의 한 아파트 단지가 건물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건물이 두동강 난 것처럼 금이 갔습니다. 못쓰게 된 가재도구를 아직도 치우지 못해 집안은 더 엉망입니다. 교민이 운영하는 한 공장은 이번 지진으로 기계가 부서지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원자재가 엉망이 된데다 건물 담장도 무너져 치안마저 걱정입니다. 공장 사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박세일(칠레 한인회장) : "뭐 다 끝난거로 생각했죠. 바깥으로 나갌 있는 정신도 없고 거기서 그냥 동동동..." 한밤에 집안에서 죽음의 공포를 겪었던 한인들은 계속되는 여진에 여전히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질문> 지진 이후 칠레에서는 물가가 2배 이상 급등하는 초고속 인플레가 시작됐다면서요? <답변> 칠레는 주요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요, 외부 교통이 두절되자 곧바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수도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길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좁은 고갯길로 대규모 구호 물품을 실어 나르기에는 비좁아 보입니다. 상점들은 약탈에 대비해 큰 문은 걸어 잠근채 작은 창으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불안감은 증폭돼 채소와 식료품 등은 초고속 인플레가 시작됐습니다. 주유소에는 어디나 차량과 사람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름통까지 들고 나와 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사려고 아우성입니다. 산티아고 시내 교통과 지하철은 어느 정도 재개됐지만 지진 피해가 컸던 지방행 교통요금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칠레 지진에서 유독 눈에 띠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바첼레트 대통령이죠? <답변> 이번 지진은 바첼레트 대통령의 퇴임을 불과 열이틀 앞둔 상황에서 일어났는데요, 강력한 리더십으로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바첼레트 대통령(지난 27일 새벽) : "모든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침착하게 대응해 주십시요!"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처럼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국민 앞에 나서 놀란 민심을 가라앉혔습니다. 또 곧바로 헬기에 몸을 싣고 피해현장 6곳을 잇따라 방문하며 정부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피해 지역에 약탈 행위가 자행되자 즉각 계엄령을 선포했고 식량 무료배급에 나섭니다. 지진 발생 직후 행적이 묘연했던 아이티 대통령과 비견됩니다. 남미 최초 여성 국방장관 출신답게 경제위기도 과단성 있게 극복해 위기 극복 대통령으로 불려왔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지지율이 80%까지 치솟을 정도인 그의 리더쉽을 미국 주간지 타임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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