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김연아 금메달 놓고 ‘한일 사이버 전쟁’

입력 2010.03.03 (09:01) 수정 2010.03.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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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멘트>



엊그제 3.1 절에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일간의 사이버 전쟁입니다.



이 전쟁을 부른 것은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왜 이런 사이버 전쟁을 부른거지요?



<리포트>

 

네. 김연아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일본 선수를 이기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일본팬들이 비방 댓글을 집중적으로 올렸습니다.



돈으로 금메달을 매수했다, 얼굴로 금메달 땄다는 댓글이 퍼졌는데요. 이게 한일 간 사이버 전쟁으로 번져, 3.1절 인터넷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는데요. 한일 사이버 대전, 취재했습니다.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특히 일본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압도적으로 제압해, 한국팬들에게 큰 기쁨을 줬습니다.



<인터뷰> 김연아(피겨 국가대표) : "환영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경기 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기도해 주신 분들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이 일본팬들에겐 그 반대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아사다 마오가 은메달에 그치자 일본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비방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주고 심판을 매수했다’'연기에 비해 지나치게 점수가 높다’‘요염하다, 얼굴로 금메달 땄다’‘김연아가 빙판을 파내서 마오의 점프가 실패했다’갖은 비난 댓글 천여건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글들은 곧바로 국내에 퍼졌고, 반대로 한국 팬들의 공격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비하 발언이 포털 사이트에 돌아다니니까 사람을 모아서 '비하 발언을 하니까 공격을 하자’ 이런 식으로 (했어요.)"

 

지난 23일, 한국 누리꾼들은 한 포털 사이트에 비난글들이 쏟아진 일본의 사이트를 공격하기 위한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공격 대상이 된 사이트는 2ch(투채널), 니찬이라 불리는데요. 일본 내에서도 수준이 낮다고 평가받는 익명의 사이트라고 합니다.

 

<녹취> 송다혜(일본 유학생) : "바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연예계 뒷이야기를 하거나 스포츠 뒷이야기를 하는 사이트인데요. 신빙성 있는 내용들이 주가 되는 곳은 아니에요."

 

공격 시점은 3·1절, 한국 누리꾼 1만여 명이 이 사이트에 사이버 공격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지금 어디서 일본인들이 한국 공격에 반격을 하고 있다. 어느 주소로 해서 한국 공격하는 툴을 뿌리고 있다. 열린 포트로 과부하를 유도 해 (에러가 나게) 해야 하는 데 그 열린 포트를 말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휘를 하지요."

 

결국 사이버 공격 한 시간만에 일본의 사이트가 마비되면서 끝이 났습니다. 국가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고까지 말합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만약에 이번에 저희 쪽이 일본 공격 지휘관 쪽을 제대로 막지않았다면 (국내 사이트도) 2ch처럼 똑같이 마비가 되어 버렸을 거예요. 그럼 더 국가 망신이지요. 가만히 있으면.."

 

물론 공격할 때는 주의사항이 있었는데요. 사이트를 바로 마비시키는 프로그램 등은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저희는 Dos나 D-Dos(서비스 거부 공격)는 법적으로 심하게 문제가 되고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를 하고 새로 고침(F5) 키를 (계속해서) 하면 과부하가 생겨 여러 사람이 그렇게 하면 (그 사이트에) 에러를 유발시킬 수 있어요."

 

이렇게 되자 일본 누리꾼도 발끈했습니다.



3.1절 같은 시간, 일본 누리꾼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한국 사이트를 공격했습니다. 청와대와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가 그 대상이 되었는데요. 청와대는 속도가 5분간 느려졌을 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반크는 1시간 동안 접속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기태(단장 / 반크) : "5시간 동안 저희 사이트 내에서 회원이 활동하는 게시판에 아예 글을 못 올리게 되고 사이트 접속 안 돼서 도저히 저희가 막을 수 없어서 해외 네티즌이 아예 반크 사이트를 오지 못하도록 IP를 막아버렸어요."

 

또 이 사이트에는 지난 달 15일, 러시아에서 현지인에게 집단 폭행당해 숨진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하 발언 글도 올라왔었는데요.

 

<인터뷰> 신대규(팀장 / 한국인터넷진흥원 상황관제팀) : "러시아에 있던 한국 교환학생이 러시아 불량배들한테 인종 차별을 당하고 3명한테 구타`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2ch에 올라왔는데 (일본 누리꾼의) 댓글들이 (이런 기사가) 뉴스에 났느냐, (러시아인) 세 명은 훈장 줘야 한다. 잘된 일이다. 이런 악의적인 댓글들이 들어왔습니다."



일본의 일부 누리꾼이 한국인 유학생을 비하하고 김연아 선수를 조롱하자, 3·1절 사이버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인데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신대규(팀장 / 한국인터넷진흥원 상황관제팀) : "2008년에 김연아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은메달 땄을 때도 (있었고) 독도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 쪽으로 D-Dos(서비스 거부) 공격 간 게 2001년도고요. 그 다음에 구글 어스에서 일본 해라고 표기 되어 있던 거를 동해로 바꿨다고 해서 한국 쪽으로 D-Dos 들어온 적 있고요."

 

10년 동안 한·일 사이버 전쟁이 계속됐고 언제 다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광연(주임 / 한국 인터넷 진흥원) : "공격이 항상 있어서 대비는 하고 있어요. 이슈화 되는 건 사실이에요. 3·1절이나 광복절에는 특히 더 심하죠."



두 나라 누리꾼 사이에 이렇게 사이버 전쟁이 벌어지는 게 이유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결국 두 나라 모두의 피해로 돌아갑니다.



<인터뷰> 곽찬솔 : "우리나라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공격했다고 해서 저희도 마찬가지로 대응하는 것은 좀 너무 감정적이고..."

 

<인터뷰> 이주령 : "통쾌하다는 걸 느끼긴 하는데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서로 나라 망신시키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소리 없이 이뤄지고 있는 한·일간 사이버 전쟁, 자칫 법적,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질 우려도 있고, 해결도 되지 않은 채 서로 공격 심리만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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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김연아 금메달 놓고 ‘한일 사이버 전쟁’
    • 입력 2010-03-03 09:01:23
    • 수정2010-03-03 09: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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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멘트>

엊그제 3.1 절에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일간의 사이버 전쟁입니다.

이 전쟁을 부른 것은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왜 이런 사이버 전쟁을 부른거지요?

<리포트>
 
네. 김연아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일본 선수를 이기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일본팬들이 비방 댓글을 집중적으로 올렸습니다.

돈으로 금메달을 매수했다, 얼굴로 금메달 땄다는 댓글이 퍼졌는데요. 이게 한일 간 사이버 전쟁으로 번져, 3.1절 인터넷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는데요. 한일 사이버 대전, 취재했습니다.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특히 일본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압도적으로 제압해, 한국팬들에게 큰 기쁨을 줬습니다.

<인터뷰> 김연아(피겨 국가대표) : "환영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경기 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기도해 주신 분들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기쁨이 일본팬들에겐 그 반대였습니다.
 
지난 금요일, 아사다 마오가 은메달에 그치자 일본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비방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주고 심판을 매수했다’'연기에 비해 지나치게 점수가 높다’‘요염하다, 얼굴로 금메달 땄다’‘김연아가 빙판을 파내서 마오의 점프가 실패했다’갖은 비난 댓글 천여건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글들은 곧바로 국내에 퍼졌고, 반대로 한국 팬들의 공격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비하 발언이 포털 사이트에 돌아다니니까 사람을 모아서 '비하 발언을 하니까 공격을 하자’ 이런 식으로 (했어요.)"
 
지난 23일, 한국 누리꾼들은 한 포털 사이트에 비난글들이 쏟아진 일본의 사이트를 공격하기 위한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공격 대상이 된 사이트는 2ch(투채널), 니찬이라 불리는데요. 일본 내에서도 수준이 낮다고 평가받는 익명의 사이트라고 합니다.
 
<녹취> 송다혜(일본 유학생) : "바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연예계 뒷이야기를 하거나 스포츠 뒷이야기를 하는 사이트인데요. 신빙성 있는 내용들이 주가 되는 곳은 아니에요."
 
공격 시점은 3·1절, 한국 누리꾼 1만여 명이 이 사이트에 사이버 공격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지금 어디서 일본인들이 한국 공격에 반격을 하고 있다. 어느 주소로 해서 한국 공격하는 툴을 뿌리고 있다. 열린 포트로 과부하를 유도 해 (에러가 나게) 해야 하는 데 그 열린 포트를 말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휘를 하지요."
 
결국 사이버 공격 한 시간만에 일본의 사이트가 마비되면서 끝이 났습니다. 국가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고까지 말합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만약에 이번에 저희 쪽이 일본 공격 지휘관 쪽을 제대로 막지않았다면 (국내 사이트도) 2ch처럼 똑같이 마비가 되어 버렸을 거예요. 그럼 더 국가 망신이지요. 가만히 있으면.."
 
물론 공격할 때는 주의사항이 있었는데요. 사이트를 바로 마비시키는 프로그램 등은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녹취> 한국측 카페 운영자 : "저희는 Dos나 D-Dos(서비스 거부 공격)는 법적으로 심하게 문제가 되고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를 하고 새로 고침(F5) 키를 (계속해서) 하면 과부하가 생겨 여러 사람이 그렇게 하면 (그 사이트에) 에러를 유발시킬 수 있어요."
 
이렇게 되자 일본 누리꾼도 발끈했습니다.

3.1절 같은 시간, 일본 누리꾼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한국 사이트를 공격했습니다. 청와대와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가 그 대상이 되었는데요. 청와대는 속도가 5분간 느려졌을 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반크는 1시간 동안 접속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기태(단장 / 반크) : "5시간 동안 저희 사이트 내에서 회원이 활동하는 게시판에 아예 글을 못 올리게 되고 사이트 접속 안 돼서 도저히 저희가 막을 수 없어서 해외 네티즌이 아예 반크 사이트를 오지 못하도록 IP를 막아버렸어요."
 
또 이 사이트에는 지난 달 15일, 러시아에서 현지인에게 집단 폭행당해 숨진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하 발언 글도 올라왔었는데요.
 
<인터뷰> 신대규(팀장 / 한국인터넷진흥원 상황관제팀) : "러시아에 있던 한국 교환학생이 러시아 불량배들한테 인종 차별을 당하고 3명한테 구타`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2ch에 올라왔는데 (일본 누리꾼의) 댓글들이 (이런 기사가) 뉴스에 났느냐, (러시아인) 세 명은 훈장 줘야 한다. 잘된 일이다. 이런 악의적인 댓글들이 들어왔습니다."

일본의 일부 누리꾼이 한국인 유학생을 비하하고 김연아 선수를 조롱하자, 3·1절 사이버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인데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신대규(팀장 / 한국인터넷진흥원 상황관제팀) : "2008년에 김연아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은메달 땄을 때도 (있었고) 독도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 쪽으로 D-Dos(서비스 거부) 공격 간 게 2001년도고요. 그 다음에 구글 어스에서 일본 해라고 표기 되어 있던 거를 동해로 바꿨다고 해서 한국 쪽으로 D-Dos 들어온 적 있고요."
 
10년 동안 한·일 사이버 전쟁이 계속됐고 언제 다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김광연(주임 / 한국 인터넷 진흥원) : "공격이 항상 있어서 대비는 하고 있어요. 이슈화 되는 건 사실이에요. 3·1절이나 광복절에는 특히 더 심하죠."

두 나라 누리꾼 사이에 이렇게 사이버 전쟁이 벌어지는 게 이유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결국 두 나라 모두의 피해로 돌아갑니다.

<인터뷰> 곽찬솔 : "우리나라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공격했다고 해서 저희도 마찬가지로 대응하는 것은 좀 너무 감정적이고..."
 
<인터뷰> 이주령 : "통쾌하다는 걸 느끼긴 하는데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서로 나라 망신시키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소리 없이 이뤄지고 있는 한·일간 사이버 전쟁, 자칫 법적,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질 우려도 있고, 해결도 되지 않은 채 서로 공격 심리만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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