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지진 공포 여전·재건 시동
입력 2010.03.14 (12:46)
수정 2010.12.23 (18: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칠레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남긴 데 이어 크고 작은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순간에도 강진이 발생해 각국 축하 사절을 놀라게 했습니다.
약 5백 명이 사망하고 2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지만 규모 8.8이라는 지진 강도에 비하면 그 피해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과거 잦은 지진 경험이 약이 됐습니다.
백진원 특파원이 칠레 현지에서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7일 토요일 새벽 3시 반!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진 칠레에 대지진이 몰아닥쳤습니다.
세상이 흔들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통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혼비백산 대피합니다.
맨 발에, 혹은 잠옷 바람에 사람들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인터뷰> 이재민 : "달랑 옷 한 벌만 챙겨서 남편과 빠져나왔어요. 언덕으로 급히 대피해서 밤새도록 있었습니다."
그 후 보름. (3월 13일 기준) 규모 8.8의 대지진 이후 수없이 이어지는 여진에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인터뷰>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화장실을 가야 할 때만 재빨리 들어갔다 나와요. 바깥이 더 안전하니까 밤도 밖에서 보내려고요."
칠레는 아직도 여진이 이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20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는 대통령 이 취임식 때는 지난달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대지진으로 칠레는 수도 산티아고는 물론 2대 도시 컨셉시온과 대부분의 해안 도시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약 5백 명, 실종자는 180여 명에 이르고, 적어도 50만 채의 주택과 건물이 파괴돼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붕괴되고 와인창고를 비롯한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등, 칠레의 경제적 피해는 약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도로가 끊기고 공항과 항구가 마비돼 정상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칠레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인 5번 고속도로도 종잇조각처럼 처참하게 무너져있습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고가도로의 파손 부분을 피해 차량을 우회시키느라 교통체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진당시 이 고속도로의 위와 아래를 달리던 자동차 10대가 깔리거나 떨어지면서 여러 명이 다쳤고 그 중에 1명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지고 말았습니다.
칠레의 건축 관련 대학 교수들이 무너진 고가도로에 대한 현장 조사를 나왔습니다.
인명피해까지 생긴 고가도로의 붕괴 원인을 밝히려는 것입니다.
<인터뷰> 펠리페(칠레대학 교수) : “건물보다 도로피해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무너진 게 아니라 오래된 다리가 무너졌어요. 이문제를 방지하기위해 조사를 나왔습니다."
7.0 대 8.8 !
아이티 지진에 비교한 칠레의 지진 규모는 숫자로는 1.8 밖에 안 나지만 위력은 천 배나 강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인명피해는 20여만 명이 발생한 아이티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 이유는 잦은 지진을 겪으며 훈련된 칠레 정부와 국민의 '준비된 대처'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갑니다.
1960년 칠레는 역사상 가장 강한 규모 9.5의 발디비아 지진을 겪은 뒤 지진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왔습니다.
<인터뷰> 카스티오(재난대응 전문가) : "칠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재난에 대비한 준비가 아주 잘 돼 있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엄격한 건축 법규와 내진 설계 등 지진에 강한 사회 인프라를 미리 구축한 것도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인터뷰> 가브리엘(건축가) : “가장 중요한 것은 땅입니다. 칠레에선 지질조사를 철저히 하죠. 건축가가 지질을 조사한 뒤 건축 가능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또 아이티와 달리, 지진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떨어진데다, 진원지가 지하 34km로 아이티보다 깊었고, 지질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도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지만 문제도 많았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거주 지역에는 내진설계를 따르지 않고 시공했다가 무너진 새 아파트도 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시공사와 설계 회사,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파 멜라(주민 대표) :"칠레의 모든 건물은 기초가 튼튼해야합니다. 이 아파트는 겉은 매우 멋있지만 기초는 약하고 좋지 않았어요."
건설비용을 줄이느라 내진 설계를 생략하거나 줄이는 편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르뚜로(가톨릭대 건축학 교수): "어떤 건물이든 움직이거나 무너지지 않아야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몇 개 건물이 무너졌는데 정부가 이 문제는 반드시 조사할 겁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내부는 금이 가거나 벽과 천장이 무너진 건물도 많습니다.
지은 지 200년 된 대통령 궁이나 100년 이상 된 예술의 전당과 살바도르 대성당 등도 지진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지진에 잘 훈련돼 있기는 했지만 정부의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진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습니다.
<녹취> 프란시스코 비달(칠레 국방장관) : "해군이 해일 경보를 내리지 않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임기를 며칠 남기지 않은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곧바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사태 수습을 지휘했지만, 군대파견이 늦어 초기 약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베르나르디따(CNN 칠레 기자): "솔직히 이번 지진을 보면 칠레가 준비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산티아고에는 500만 명의 국민이 있는데 모두 피해를 입었거든요."
칠레의 어린이들은 평소 대피훈련을 합니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안전하게 몸을 보호해줄 단단한 물건 아래로 달려갑니다.
<인터뷰> 벤 하(4살):"지진이 일어날 때는 빨리 가구 밑에 숨어야해요."
<인터뷰> 미겔(국가비상대책위 교육담당):"칠레에는 2001년부터 학교안전계획이 마련됐습니다. 이 계획을 통해 지진과 쓰나미를 방지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배웁니다."
방송사들은 24시간 재난방송에 들어가 피해상황을 알렸고, 지금은 구호품 모금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히메나(여성 앵커):"라디오는 지진 발생 2시간 이후부터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했어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사람들에게 지진보도를 했습니다."
산티아고의 한 시장 골목! 귀에 익은 살사 음악을 배경으로 성금과 구호품 모으기 행사가 한창입니다.
<인터뷰> 마리아 : "지금은 칠레 남쪽에 보낼 구호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곳의 어린이들은 배고픔으로 아사 직전이어서 빵을 달라고 합니다."
은행에는 성금을 내러온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리나 : "어려운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없도록 도우러 왔어요. 칠레도 도와주려고요."
<인터뷰> 파블리나(산탄데르 은행 ):"텔레톤이라는 협회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모금운동을 합니다. 협회는 은행과 연계해 모금 한 뒤 수만 명의 집을 짓게 합니다."
칠레에서는 현재 '스스로 칠레를 돕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24시간 생방송을 통해 6천만 달러를 모으는 등, 국민적 성원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아온 칠레는, 이번 지진을 회복하는 데 적어도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닥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는 영원히 계속돼야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순간에도 강진이 발생해 각국 축하 사절을 놀라게 했습니다.
약 5백 명이 사망하고 2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지만 규모 8.8이라는 지진 강도에 비하면 그 피해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과거 잦은 지진 경험이 약이 됐습니다.
백진원 특파원이 칠레 현지에서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7일 토요일 새벽 3시 반!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진 칠레에 대지진이 몰아닥쳤습니다.
세상이 흔들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통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혼비백산 대피합니다.
맨 발에, 혹은 잠옷 바람에 사람들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인터뷰> 이재민 : "달랑 옷 한 벌만 챙겨서 남편과 빠져나왔어요. 언덕으로 급히 대피해서 밤새도록 있었습니다."
그 후 보름. (3월 13일 기준) 규모 8.8의 대지진 이후 수없이 이어지는 여진에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인터뷰>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화장실을 가야 할 때만 재빨리 들어갔다 나와요. 바깥이 더 안전하니까 밤도 밖에서 보내려고요."
칠레는 아직도 여진이 이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20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는 대통령 이 취임식 때는 지난달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대지진으로 칠레는 수도 산티아고는 물론 2대 도시 컨셉시온과 대부분의 해안 도시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약 5백 명, 실종자는 180여 명에 이르고, 적어도 50만 채의 주택과 건물이 파괴돼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붕괴되고 와인창고를 비롯한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등, 칠레의 경제적 피해는 약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도로가 끊기고 공항과 항구가 마비돼 정상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칠레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인 5번 고속도로도 종잇조각처럼 처참하게 무너져있습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고가도로의 파손 부분을 피해 차량을 우회시키느라 교통체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진당시 이 고속도로의 위와 아래를 달리던 자동차 10대가 깔리거나 떨어지면서 여러 명이 다쳤고 그 중에 1명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지고 말았습니다.
칠레의 건축 관련 대학 교수들이 무너진 고가도로에 대한 현장 조사를 나왔습니다.
인명피해까지 생긴 고가도로의 붕괴 원인을 밝히려는 것입니다.
<인터뷰> 펠리페(칠레대학 교수) : “건물보다 도로피해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무너진 게 아니라 오래된 다리가 무너졌어요. 이문제를 방지하기위해 조사를 나왔습니다."
7.0 대 8.8 !
아이티 지진에 비교한 칠레의 지진 규모는 숫자로는 1.8 밖에 안 나지만 위력은 천 배나 강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인명피해는 20여만 명이 발생한 아이티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 이유는 잦은 지진을 겪으며 훈련된 칠레 정부와 국민의 '준비된 대처'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갑니다.
1960년 칠레는 역사상 가장 강한 규모 9.5의 발디비아 지진을 겪은 뒤 지진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왔습니다.
<인터뷰> 카스티오(재난대응 전문가) : "칠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재난에 대비한 준비가 아주 잘 돼 있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엄격한 건축 법규와 내진 설계 등 지진에 강한 사회 인프라를 미리 구축한 것도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인터뷰> 가브리엘(건축가) : “가장 중요한 것은 땅입니다. 칠레에선 지질조사를 철저히 하죠. 건축가가 지질을 조사한 뒤 건축 가능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또 아이티와 달리, 지진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떨어진데다, 진원지가 지하 34km로 아이티보다 깊었고, 지질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도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지만 문제도 많았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거주 지역에는 내진설계를 따르지 않고 시공했다가 무너진 새 아파트도 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시공사와 설계 회사,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파 멜라(주민 대표) :"칠레의 모든 건물은 기초가 튼튼해야합니다. 이 아파트는 겉은 매우 멋있지만 기초는 약하고 좋지 않았어요."
건설비용을 줄이느라 내진 설계를 생략하거나 줄이는 편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르뚜로(가톨릭대 건축학 교수): "어떤 건물이든 움직이거나 무너지지 않아야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몇 개 건물이 무너졌는데 정부가 이 문제는 반드시 조사할 겁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내부는 금이 가거나 벽과 천장이 무너진 건물도 많습니다.
지은 지 200년 된 대통령 궁이나 100년 이상 된 예술의 전당과 살바도르 대성당 등도 지진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지진에 잘 훈련돼 있기는 했지만 정부의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진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습니다.
<녹취> 프란시스코 비달(칠레 국방장관) : "해군이 해일 경보를 내리지 않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임기를 며칠 남기지 않은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곧바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사태 수습을 지휘했지만, 군대파견이 늦어 초기 약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베르나르디따(CNN 칠레 기자): "솔직히 이번 지진을 보면 칠레가 준비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산티아고에는 500만 명의 국민이 있는데 모두 피해를 입었거든요."
칠레의 어린이들은 평소 대피훈련을 합니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안전하게 몸을 보호해줄 단단한 물건 아래로 달려갑니다.
<인터뷰> 벤 하(4살):"지진이 일어날 때는 빨리 가구 밑에 숨어야해요."
<인터뷰> 미겔(국가비상대책위 교육담당):"칠레에는 2001년부터 학교안전계획이 마련됐습니다. 이 계획을 통해 지진과 쓰나미를 방지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배웁니다."
방송사들은 24시간 재난방송에 들어가 피해상황을 알렸고, 지금은 구호품 모금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히메나(여성 앵커):"라디오는 지진 발생 2시간 이후부터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했어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사람들에게 지진보도를 했습니다."
산티아고의 한 시장 골목! 귀에 익은 살사 음악을 배경으로 성금과 구호품 모으기 행사가 한창입니다.
<인터뷰> 마리아 : "지금은 칠레 남쪽에 보낼 구호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곳의 어린이들은 배고픔으로 아사 직전이어서 빵을 달라고 합니다."
은행에는 성금을 내러온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리나 : "어려운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없도록 도우러 왔어요. 칠레도 도와주려고요."
<인터뷰> 파블리나(산탄데르 은행 ):"텔레톤이라는 협회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모금운동을 합니다. 협회는 은행과 연계해 모금 한 뒤 수만 명의 집을 짓게 합니다."
칠레에서는 현재 '스스로 칠레를 돕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24시간 생방송을 통해 6천만 달러를 모으는 등, 국민적 성원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아온 칠레는, 이번 지진을 회복하는 데 적어도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닥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는 영원히 계속돼야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칠레 지진 공포 여전·재건 시동
-
- 입력 2010-03-14 12:46:07
- 수정2010-12-23 18:52:41
칠레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남긴 데 이어 크고 작은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순간에도 강진이 발생해 각국 축하 사절을 놀라게 했습니다.
약 5백 명이 사망하고 2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지만 규모 8.8이라는 지진 강도에 비하면 그 피해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과거 잦은 지진 경험이 약이 됐습니다.
백진원 특파원이 칠레 현지에서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7일 토요일 새벽 3시 반!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진 칠레에 대지진이 몰아닥쳤습니다.
세상이 흔들리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통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혼비백산 대피합니다.
맨 발에, 혹은 잠옷 바람에 사람들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인터뷰> 이재민 : "달랑 옷 한 벌만 챙겨서 남편과 빠져나왔어요. 언덕으로 급히 대피해서 밤새도록 있었습니다."
그 후 보름. (3월 13일 기준) 규모 8.8의 대지진 이후 수없이 이어지는 여진에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인터뷰>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화장실을 가야 할 때만 재빨리 들어갔다 나와요. 바깥이 더 안전하니까 밤도 밖에서 보내려고요."
칠레는 아직도 여진이 이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20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는 대통령 이 취임식 때는 지난달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대지진으로 칠레는 수도 산티아고는 물론 2대 도시 컨셉시온과 대부분의 해안 도시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약 5백 명, 실종자는 180여 명에 이르고, 적어도 50만 채의 주택과 건물이 파괴돼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붕괴되고 와인창고를 비롯한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등, 칠레의 경제적 피해는 약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도로가 끊기고 공항과 항구가 마비돼 정상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칠레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인 5번 고속도로도 종잇조각처럼 처참하게 무너져있습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고가도로의 파손 부분을 피해 차량을 우회시키느라 교통체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진당시 이 고속도로의 위와 아래를 달리던 자동차 10대가 깔리거나 떨어지면서 여러 명이 다쳤고 그 중에 1명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지고 말았습니다.
칠레의 건축 관련 대학 교수들이 무너진 고가도로에 대한 현장 조사를 나왔습니다.
인명피해까지 생긴 고가도로의 붕괴 원인을 밝히려는 것입니다.
<인터뷰> 펠리페(칠레대학 교수) : “건물보다 도로피해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무너진 게 아니라 오래된 다리가 무너졌어요. 이문제를 방지하기위해 조사를 나왔습니다."
7.0 대 8.8 !
아이티 지진에 비교한 칠레의 지진 규모는 숫자로는 1.8 밖에 안 나지만 위력은 천 배나 강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인명피해는 20여만 명이 발생한 아이티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 이유는 잦은 지진을 겪으며 훈련된 칠레 정부와 국민의 '준비된 대처'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갑니다.
1960년 칠레는 역사상 가장 강한 규모 9.5의 발디비아 지진을 겪은 뒤 지진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왔습니다.
<인터뷰> 카스티오(재난대응 전문가) : "칠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재난에 대비한 준비가 아주 잘 돼 있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엄격한 건축 법규와 내진 설계 등 지진에 강한 사회 인프라를 미리 구축한 것도
피해를 줄이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인터뷰> 가브리엘(건축가) : “가장 중요한 것은 땅입니다. 칠레에선 지질조사를 철저히 하죠. 건축가가 지질을 조사한 뒤 건축 가능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또 아이티와 달리, 지진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떨어진데다, 진원지가 지하 34km로 아이티보다 깊었고, 지질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도 피해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지만 문제도 많았습니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거주 지역에는 내진설계를 따르지 않고 시공했다가 무너진 새 아파트도 있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시공사와 설계 회사,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파 멜라(주민 대표) :"칠레의 모든 건물은 기초가 튼튼해야합니다. 이 아파트는 겉은 매우 멋있지만 기초는 약하고 좋지 않았어요."
건설비용을 줄이느라 내진 설계를 생략하거나 줄이는 편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아르뚜로(가톨릭대 건축학 교수): "어떤 건물이든 움직이거나 무너지지 않아야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몇 개 건물이 무너졌는데 정부가 이 문제는 반드시 조사할 겁니다."
겉은 멀쩡하지만 내부는 금이 가거나 벽과 천장이 무너진 건물도 많습니다.
지은 지 200년 된 대통령 궁이나 100년 이상 된 예술의 전당과 살바도르 대성당 등도 지진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지진에 잘 훈련돼 있기는 했지만 정부의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진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습니다.
<녹취> 프란시스코 비달(칠레 국방장관) : "해군이 해일 경보를 내리지 않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임기를 며칠 남기지 않은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곧바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사태 수습을 지휘했지만, 군대파견이 늦어 초기 약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베르나르디따(CNN 칠레 기자): "솔직히 이번 지진을 보면 칠레가 준비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산티아고에는 500만 명의 국민이 있는데 모두 피해를 입었거든요."
칠레의 어린이들은 평소 대피훈련을 합니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안전하게 몸을 보호해줄 단단한 물건 아래로 달려갑니다.
<인터뷰> 벤 하(4살):"지진이 일어날 때는 빨리 가구 밑에 숨어야해요."
<인터뷰> 미겔(국가비상대책위 교육담당):"칠레에는 2001년부터 학교안전계획이 마련됐습니다. 이 계획을 통해 지진과 쓰나미를 방지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고를 방지하는 것을 배웁니다."
방송사들은 24시간 재난방송에 들어가 피해상황을 알렸고, 지금은 구호품 모금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히메나(여성 앵커):"라디오는 지진 발생 2시간 이후부터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했어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사람들에게 지진보도를 했습니다."
산티아고의 한 시장 골목! 귀에 익은 살사 음악을 배경으로 성금과 구호품 모으기 행사가 한창입니다.
<인터뷰> 마리아 : "지금은 칠레 남쪽에 보낼 구호품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곳의 어린이들은 배고픔으로 아사 직전이어서 빵을 달라고 합니다."
은행에는 성금을 내러온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리나 : "어려운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없도록 도우러 왔어요. 칠레도 도와주려고요."
<인터뷰> 파블리나(산탄데르 은행 ):"텔레톤이라는 협회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모금운동을 합니다. 협회는 은행과 연계해 모금 한 뒤 수만 명의 집을 짓게 합니다."
칠레에서는 현재 '스스로 칠레를 돕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24시간 생방송을 통해 6천만 달러를 모으는 등, 국민적 성원을 결집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아온 칠레는, 이번 지진을 회복하는 데 적어도 3~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닥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는 영원히 계속돼야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
-
백진원 기자 jwhite@kbs.co.kr
백진원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