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 원 세대’ 자퇴 선언, 왜?

입력 2010.03.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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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 학기가 시작된 한 대학에 3학년 여학생이 자퇴하면서 남긴 대자보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자격증에 목을 맨 대학 생활에 대한 문제점과 현실적 어려움 등을 정면 비판 했는데요, 자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해당 대학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주 서울 고려대 후문에 등장한 석 장짜리 대자보.

한 학생이 써 내려간 '자퇴 이유'였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했지만 또다시 취업 전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었습니다.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 해왔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경쟁에 짓눌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게 억울하다고 적었습니다.

<녹취>김예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인터뷰는) 어렵겠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거기(대자보)에 제가 할 말을 많이 써놓은 거 같습니다."

해당 학생은 실제, 대자보를 게시했던 지난 10일 자퇴원을 냈습니다.

<녹취> 고려대 관계자:"자퇴원을 제출한 상태로 아직 처리는 안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보관할테니 집에서 부모님 등과 대화를 좀 더 했으면 해서..."

이 학생의 행동은 학교 안팎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당장 대자보 바로 옆에는 지지하는 글이 빼곡히 나붙었습니다.

<인터뷰> 정일우 (고려대 영문과 3학년):"개인적으로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 많이 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도 용기있는 실천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반면, 자퇴 결정에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노기영(고려대 정외과 4학년):"학교에서도 만약 자기가 학문을 한다면 학문의 길을 갈 수도 있고 여러 가치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데 그런 면에서 그냥 떠난다는 게 아쉽습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터뷰>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시키는 대로 하면 서른 살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니까 중간에 한번쯤은 '대학을 다녀야하느냐'에 회의를 느끼게 돼 있죠. 안 느끼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한 학생의 대학 거부 선언은 찬성과 반대 입장을 떠나, 학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전에 자격증과 취업경쟁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의 현실, 그들의 고민을 가늠케합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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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만 원 세대’ 자퇴 선언, 왜?
    • 입력 2010-03-15 20: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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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 학기가 시작된 한 대학에 3학년 여학생이 자퇴하면서 남긴 대자보가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자격증에 목을 맨 대학 생활에 대한 문제점과 현실적 어려움 등을 정면 비판 했는데요, 자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해당 대학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주 서울 고려대 후문에 등장한 석 장짜리 대자보. 한 학생이 써 내려간 '자퇴 이유'였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했지만 또다시 취업 전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었습니다.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 해왔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경쟁에 짓눌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게 억울하다고 적었습니다. <녹취>김예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인터뷰는) 어렵겠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거기(대자보)에 제가 할 말을 많이 써놓은 거 같습니다." 해당 학생은 실제, 대자보를 게시했던 지난 10일 자퇴원을 냈습니다. <녹취> 고려대 관계자:"자퇴원을 제출한 상태로 아직 처리는 안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보관할테니 집에서 부모님 등과 대화를 좀 더 했으면 해서..." 이 학생의 행동은 학교 안팎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당장 대자보 바로 옆에는 지지하는 글이 빼곡히 나붙었습니다. <인터뷰> 정일우 (고려대 영문과 3학년):"개인적으로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 많이 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도 용기있는 실천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반면, 자퇴 결정에 공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노기영(고려대 정외과 4학년):"학교에서도 만약 자기가 학문을 한다면 학문의 길을 갈 수도 있고 여러 가치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데 그런 면에서 그냥 떠난다는 게 아쉽습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터뷰> 우석훈(성공회대 외래교수):"시키는 대로 하면 서른 살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니까 중간에 한번쯤은 '대학을 다녀야하느냐'에 회의를 느끼게 돼 있죠. 안 느끼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한 학생의 대학 거부 선언은 찬성과 반대 입장을 떠나, 학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전에 자격증과 취업경쟁에 내몰린 젊은 세대들의 현실, 그들의 고민을 가늠케합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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