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밥 한끼 1,000원 식당의 ‘따뜻한 비밀’

입력 2010.03.18 (08:51) 수정 2010.03.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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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예전엔 천 원짜리 한 장이면 할 수 있는 게 참 많았는데, 요즘은 아이들 군것질 거리 하나 사기 어려운 경우도 많더라구요.



그런데 아직 ’천 원의 행복’이 넉넉하게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천 원에 파는 식당이 있다는데요,



정수영 기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밥값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학교나 직장 구내식당도 아니고 시장 한가운데 있는 식당인데 밥값은 천 원입니다.



메뉴도 웬만한 식당 저리 가랍니다. 갓 지은 밥에 신선한 나물반찬,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까지 나오는데요.



어떻게 밥값 천 원으로 식당 운영이 가능한 지, 그 따뜻한 비밀을 공개합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광명시의 한 시장. 두 여성이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장을 보고 있습니다.



<현장음>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 냉잇국에 뭘 넣으면 좋을지...”



<현장음> “냉잇국? 이거 가져다가 끓여.”



가게 주인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조개를 거저 줍니다.



<현장음>  “이거 얼마?” (아니야.) 진짜요? 어머나 감사해요. 어떡하면 좋아. 저번에도 주고 이번에도 주시고.”



제 값 주고 사려고 해도 가게 주인들이 먼저 에누리를 해주겠다고 선심을 씁니다.



<현장음> “만 구천 원짜리 그냥 만원에 가져가.”



아무리 인심 좋은 재래시장이라지만 한참이나 밑지는 장사인데요.



<인터뷰> 박영남(상인) : “좋은 일 하는 데 쓰니까 많이 주는 거죠.”



<인터뷰> 최화식(상인) : “어려운 분들, 저렇게 봉사하는 분들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



장바구니를 든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상인들마다 조개며 나물이며 선뜻 내놓는 걸까요?



<인터뷰> 이정희(광명기운차림식당 실장) : “정말 행복하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고. 그리고 또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찬거리를 한아름 안은 여성들이 발길을 향한 곳은 시장 안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



형편이 넉넉지 못한 재래시장 사람들,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봉사 단체가 세운 식당입니다.



<인터뷰> 이정희(광명기운차림식당 실장) :  “어렵게 사시는 분들 경제적으로 도움도 많이 되고 정성어린 밥 한 끼 드시고 기운 차리시고 서로 나누는 그런 문화를,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운차림 이름을 짓게 됐어요.”



이 식당의 밥값은 단돈 1,000원! 다른 식당의 반의 반도 안되는 가격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구수한 밥 냄새에 이끌려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기운차림 식당의 메뉴는 한 가지. 밥에 비벼먹는 나물과 김치, 그리고 냉이 된장국이 전붑니다.



<현장음> “와, 맛있다. 여기 냉이 넣어서 정말 맛있네.”



소박한 밥상이지만 진수성찬 부럽지 않습니다.



<인터뷰> 장순하(손님) : “밥도 맛있고 여기 이렇게 오면 싸고 그런 데가 어디 있어요? 없어요. 아주 좋아 우리한테는.”



무료로 밥을 제공하지 않고 밥값 1,000원을 받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배진영(기운차림봉사단 간사) : “정말 열심히 살고자 하시는 분들은 공짜 심리가 없으세요. 그분들께서는 정확한 거래를 하시게 되고 본인이 취할 건 취하고 주실 건 주시고. 그분들에게 부담되지 않은 금액으로 결정을 해야겠다. 그래서 천원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손님들은 단 돈 천 원만 내기가 미안한 듯 기부금 모금에도 선뜻 참여하는데요.



천 원 식당의 하루 매상은 10만 원 남짓, 하지만 한 푼 두 푼 받는 기부금 덕분에 간신히 적자는 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진영(기운차림봉사단 간사) : “식당은 사실은 무조건 적자예요. 저희 식당은. 그래서 후원해주시는 회원님들이 되게 많으세요. 그런 분들의 후원금을 모아서 식당 운영이 되고 있어요.”



손님들은 한 끼 밥에 담긴 따뜻한 인정을 맛보는 행복까지 덤으로 가져갑니다.



기운차림 식당은 저녁이 되면 공부방으로 변신합니다.



베테랑 과외 경력을 자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중학생들에게 수학과 논술을 몇 시간이고 가르칩니다.



<인터뷰> 경경란(자원봉사자) : “시장에 계시는 상인분들 자제분들이나 주변의 자제분들이 오셔서 공부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한 거예요.”



한 명씩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개별지도를 해주다 보니 이제는 친구처럼 돈독한 정도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상욱(경기도 광명시 철산2동) : “선생님이랑 1대1로 할 수 있어서 좋고요. 친구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낮에는 천 원 식당, 밤에는 공부방으로 넉넉지 못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식당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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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밥 한끼 1,000원 식당의 ‘따뜻한 비밀’
    • 입력 2010-03-18 08:51:33
    • 수정2010-03-18 13: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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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천 원짜리 한 장이면 할 수 있는 게 참 많았는데, 요즘은 아이들 군것질 거리 하나 사기 어려운 경우도 많더라구요.

그런데 아직 ’천 원의 행복’이 넉넉하게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천 원에 파는 식당이 있다는데요,

정수영 기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밥값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학교나 직장 구내식당도 아니고 시장 한가운데 있는 식당인데 밥값은 천 원입니다.

메뉴도 웬만한 식당 저리 가랍니다. 갓 지은 밥에 신선한 나물반찬,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까지 나오는데요.

어떻게 밥값 천 원으로 식당 운영이 가능한 지, 그 따뜻한 비밀을 공개합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광명시의 한 시장. 두 여성이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장을 보고 있습니다.

<현장음>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 냉잇국에 뭘 넣으면 좋을지...”

<현장음> “냉잇국? 이거 가져다가 끓여.”

가게 주인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조개를 거저 줍니다.

<현장음>  “이거 얼마?” (아니야.) 진짜요? 어머나 감사해요. 어떡하면 좋아. 저번에도 주고 이번에도 주시고.”

제 값 주고 사려고 해도 가게 주인들이 먼저 에누리를 해주겠다고 선심을 씁니다.

<현장음> “만 구천 원짜리 그냥 만원에 가져가.”

아무리 인심 좋은 재래시장이라지만 한참이나 밑지는 장사인데요.

<인터뷰> 박영남(상인) : “좋은 일 하는 데 쓰니까 많이 주는 거죠.”

<인터뷰> 최화식(상인) : “어려운 분들, 저렇게 봉사하는 분들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

장바구니를 든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상인들마다 조개며 나물이며 선뜻 내놓는 걸까요?

<인터뷰> 이정희(광명기운차림식당 실장) : “정말 행복하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고. 그리고 또 제가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찬거리를 한아름 안은 여성들이 발길을 향한 곳은 시장 안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

형편이 넉넉지 못한 재래시장 사람들,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봉사 단체가 세운 식당입니다.

<인터뷰> 이정희(광명기운차림식당 실장) :  “어렵게 사시는 분들 경제적으로 도움도 많이 되고 정성어린 밥 한 끼 드시고 기운 차리시고 서로 나누는 그런 문화를,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운차림 이름을 짓게 됐어요.”

이 식당의 밥값은 단돈 1,000원! 다른 식당의 반의 반도 안되는 가격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구수한 밥 냄새에 이끌려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기운차림 식당의 메뉴는 한 가지. 밥에 비벼먹는 나물과 김치, 그리고 냉이 된장국이 전붑니다.

<현장음> “와, 맛있다. 여기 냉이 넣어서 정말 맛있네.”

소박한 밥상이지만 진수성찬 부럽지 않습니다.

<인터뷰> 장순하(손님) : “밥도 맛있고 여기 이렇게 오면 싸고 그런 데가 어디 있어요? 없어요. 아주 좋아 우리한테는.”

무료로 밥을 제공하지 않고 밥값 1,000원을 받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뷰> 배진영(기운차림봉사단 간사) : “정말 열심히 살고자 하시는 분들은 공짜 심리가 없으세요. 그분들께서는 정확한 거래를 하시게 되고 본인이 취할 건 취하고 주실 건 주시고. 그분들에게 부담되지 않은 금액으로 결정을 해야겠다. 그래서 천원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손님들은 단 돈 천 원만 내기가 미안한 듯 기부금 모금에도 선뜻 참여하는데요.

천 원 식당의 하루 매상은 10만 원 남짓, 하지만 한 푼 두 푼 받는 기부금 덕분에 간신히 적자는 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진영(기운차림봉사단 간사) : “식당은 사실은 무조건 적자예요. 저희 식당은. 그래서 후원해주시는 회원님들이 되게 많으세요. 그런 분들의 후원금을 모아서 식당 운영이 되고 있어요.”

손님들은 한 끼 밥에 담긴 따뜻한 인정을 맛보는 행복까지 덤으로 가져갑니다.

기운차림 식당은 저녁이 되면 공부방으로 변신합니다.

베테랑 과외 경력을 자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중학생들에게 수학과 논술을 몇 시간이고 가르칩니다.

<인터뷰> 경경란(자원봉사자) : “시장에 계시는 상인분들 자제분들이나 주변의 자제분들이 오셔서 공부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한 거예요.”

한 명씩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개별지도를 해주다 보니 이제는 친구처럼 돈독한 정도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상욱(경기도 광명시 철산2동) : “선생님이랑 1대1로 할 수 있어서 좋고요. 친구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낮에는 천 원 식당, 밤에는 공부방으로 넉넉지 못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식당 사람들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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