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트레스는 가라!’ 별난 취미에 빠진 주부들

입력 2010.03.25 (08:53) 수정 2010.03.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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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살림하랴 아이키우랴 정신없어서 자기 시간 갖기 어려운 주부들, 마음 놓고 취미 생활 하시기 만만치 않죠.



그런데 아주 독특한 취미 생활을 통해 활력을 찾은 주부들이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준다는 취미들, 어떤 건가요?



네, 다소 거친 취미에 빠져 있는 주부님들을 만나봤는데요.



전후반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주부 축구 선수, 러시아 격투기 삼보를 배워 당당히 링 위에 선 주부 파이터까지 주부라고 못 할 일은 없었습니다.



편견을 깨고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도전한 주부들의 이야기 함께 보시죠.



<리포트>



축구경기를 앞둔 한 운동장.



축구화와 유니폼을 갖춘 선수들이 경기 준비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선수들을 둘러보니 모두 40~50대 여성들 뿐인데요.



<현장음> “우리는 주부 축구단입니다!”



주부 선수들의 평균나이는 40대!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주부들이 뭉친 축구단입니다.



정확한 패스와 현란한 드리블까지... 프로선수 뺨치는 실력을 자랑합니다.



거친 몸싸움을 무릅쓰고 온몸으로 공을 사수하는 주부 마흔세 살 권남순 씨, 만성 피로에 콜레스테롤 수치 과다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3년 전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권남순(수원시 영통동) : “일단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자체가 정말 즐겁고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게임에 중독됐다고 해야 되나? 또 하고 싶어지고 그래요.”



65세의 최고령 회원인 주부 이주찬 씨는 목청 터져라 동료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인터뷰> 이주찬(경기도 수원시 망포동) : “몸이 많이 아프다가도 와서 운동 조금 하다보면 몸이 하나도 안 아프다니까. 그게 중독이야.”



결과는 2대 0!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승리를 얻어냈는데요. 바쁜 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세 번씩 훈련한 땀과 눈물이 결실을 거뒀습니다.



<인터뷰> 권남순(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 “이 우승 트로피를 타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요. 이 트로피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결혼 9년차 주부 서른아홉 살 한송희 씨,



<현장음> “얘들아 나와. 밥 먹자.”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고 설거지에, 빨래까지... 하루 종일 반복되는 집안일에 시달리는 평범한 주부인데요.



집을 나선 한 씨가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한 씨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체육관인데요, 도복을 갈아입고 늠름한 선수로 변신한 한 씨가 대련 상대방을 날렵하게 제압합니다.



한 씨가 수련하고 있는 무술은 바로 러시아 전통 격투기 삼보입니다.



<인터뷰> 한송희(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삶의 활력소가 많이 되죠.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정말 좋아요.”



씨름 선수로도 활동하는 한 씨는 코치 손에 이끌려 삼보에 입문했습니다.



<인터뷰> 한송희(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제가 원래 씨름을 처음에 시작했는데요. 저희 지도해주시는 분이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해보게 됐어요.”



이 체육관에서 활동 중인 주부 선수는 모두 3명, 삼보 주부 삼총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 삼보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금, 은, 동메달을 나란히 차지하며 세계무대에 실력을 과시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한명옥(서울시 개봉동) : “집안에 계시는 분들은 늦었다 할 때가 더 빠른 거거든요. 빨리 집안에서 벗어나서 나오셔서 운동들 하십시오.”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한 연습실. 쩌렁쩌렁한 샤우팅 창법과 기타를 튕기는 능숙한 손놀림. 현란한 건반 실력까지...



올해로 데뷔 5년차, 안산 주부 락밴드 연습 모습입니다.



<인터뷰> 박정미(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 “예전부터 노래를 좋아했으니까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늦게 시작했지만 재밌어요. 잘 시작한 거 같고.”



취미로 악기 하나 배워 보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락 밴드였지만 이제는 학교 축제 무대나 노인 요양원에서 공연을 펼치며 남다른 보람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소연(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 “엄마들이 늦게라도 밴드를 결성하고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바로 크는 것을 보고 싶어서 활동을 하는 겁니다.”



처음엔 악보도 볼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끈기 있게 연습에 매달려 프로 뮤지션 못지않은 솜씨를 가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조소연(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 “물집 잡히죠. 굳은 살 박히죠. 지금도 굳은살이 박혀 있어요. 안치다가 다시 치면...”



주부 락커들은 할머니밴드가 될 때까지 음악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인터뷰> 박정미(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 “용기를 내서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어머니들도 다 하실 수 있는 거기 때문에 행복을 찾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가정과 취미, 남다른 보람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세상의 편견을 깨는 주부들. 남다른 패기와 열정으로 자신을 되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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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스트레스는 가라!’ 별난 취미에 빠진 주부들
    • 입력 2010-03-25 08:53:12
    • 수정2010-03-25 09: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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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살림하랴 아이키우랴 정신없어서 자기 시간 갖기 어려운 주부들, 마음 놓고 취미 생활 하시기 만만치 않죠.

그런데 아주 독특한 취미 생활을 통해 활력을 찾은 주부들이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준다는 취미들, 어떤 건가요?

네, 다소 거친 취미에 빠져 있는 주부님들을 만나봤는데요.

전후반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주부 축구 선수, 러시아 격투기 삼보를 배워 당당히 링 위에 선 주부 파이터까지 주부라고 못 할 일은 없었습니다.

편견을 깨고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도전한 주부들의 이야기 함께 보시죠.

<리포트>

축구경기를 앞둔 한 운동장.

축구화와 유니폼을 갖춘 선수들이 경기 준비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선수들을 둘러보니 모두 40~50대 여성들 뿐인데요.

<현장음> “우리는 주부 축구단입니다!”

주부 선수들의 평균나이는 40대!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주부들이 뭉친 축구단입니다.

정확한 패스와 현란한 드리블까지... 프로선수 뺨치는 실력을 자랑합니다.

거친 몸싸움을 무릅쓰고 온몸으로 공을 사수하는 주부 마흔세 살 권남순 씨, 만성 피로에 콜레스테롤 수치 과다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3년 전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권남순(수원시 영통동) : “일단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자체가 정말 즐겁고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게임에 중독됐다고 해야 되나? 또 하고 싶어지고 그래요.”

65세의 최고령 회원인 주부 이주찬 씨는 목청 터져라 동료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인터뷰> 이주찬(경기도 수원시 망포동) : “몸이 많이 아프다가도 와서 운동 조금 하다보면 몸이 하나도 안 아프다니까. 그게 중독이야.”

결과는 2대 0!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승리를 얻어냈는데요. 바쁜 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세 번씩 훈련한 땀과 눈물이 결실을 거뒀습니다.

<인터뷰> 권남순(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 “이 우승 트로피를 타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요. 이 트로피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결혼 9년차 주부 서른아홉 살 한송희 씨,

<현장음> “얘들아 나와. 밥 먹자.”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고 설거지에, 빨래까지... 하루 종일 반복되는 집안일에 시달리는 평범한 주부인데요.

집을 나선 한 씨가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한 씨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체육관인데요, 도복을 갈아입고 늠름한 선수로 변신한 한 씨가 대련 상대방을 날렵하게 제압합니다.

한 씨가 수련하고 있는 무술은 바로 러시아 전통 격투기 삼보입니다.

<인터뷰> 한송희(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삶의 활력소가 많이 되죠.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정말 좋아요.”

씨름 선수로도 활동하는 한 씨는 코치 손에 이끌려 삼보에 입문했습니다.

<인터뷰> 한송희(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 “제가 원래 씨름을 처음에 시작했는데요. 저희 지도해주시는 분이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해보게 됐어요.”

이 체육관에서 활동 중인 주부 선수는 모두 3명, 삼보 주부 삼총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 삼보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금, 은, 동메달을 나란히 차지하며 세계무대에 실력을 과시할 정도입니다.

<인터뷰> 한명옥(서울시 개봉동) : “집안에 계시는 분들은 늦었다 할 때가 더 빠른 거거든요. 빨리 집안에서 벗어나서 나오셔서 운동들 하십시오.”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한 연습실. 쩌렁쩌렁한 샤우팅 창법과 기타를 튕기는 능숙한 손놀림. 현란한 건반 실력까지...

올해로 데뷔 5년차, 안산 주부 락밴드 연습 모습입니다.

<인터뷰> 박정미(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 “예전부터 노래를 좋아했으니까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늦게 시작했지만 재밌어요. 잘 시작한 거 같고.”

취미로 악기 하나 배워 보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락 밴드였지만 이제는 학교 축제 무대나 노인 요양원에서 공연을 펼치며 남다른 보람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소연(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 “엄마들이 늦게라도 밴드를 결성하고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아이들이 바로 크는 것을 보고 싶어서 활동을 하는 겁니다.”

처음엔 악보도 볼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끈기 있게 연습에 매달려 프로 뮤지션 못지않은 솜씨를 가지게 됐습니다.

<인터뷰> 조소연(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 “물집 잡히죠. 굳은 살 박히죠. 지금도 굳은살이 박혀 있어요. 안치다가 다시 치면...”

주부 락커들은 할머니밴드가 될 때까지 음악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인터뷰> 박정미(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 “용기를 내서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어머니들도 다 하실 수 있는 거기 때문에 행복을 찾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가정과 취미, 남다른 보람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세상의 편견을 깨는 주부들. 남다른 패기와 열정으로 자신을 되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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