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검찰 조사 뒤 유산…‘반인권적 수사’ 논란

입력 2010.03.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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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임신 여성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아기를 유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혹시 무리한 수사는 없었는지, 이중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달 초 서울 한 구청의 과장과 그의 딸인 기능직 공무원을 잇따라 소환했습니다.



인사비리 등 구청장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참고인 조사를 받은 아버지는 임신 9주차인 딸에 대한 조사가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임신 상태였던 딸을 불러 1시간 반 정도 참고인 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조사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는 조사가 끝날 때쯤 추궁하는 듯한 고성이 들렸고, 잠시 뒤 딸이 울면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조사를 마친 딸은 다음날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는 유산됐습니다.



검찰은 딸이 구청 기능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등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었고 임신부라는 사실을 고려해 최대한 짧게 조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조사와 유산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검찰 조사가 유산의 원인이라고 입증하기는 과학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취재진이 딸이 다니던 병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검찰 조사 전까지만 해도 유산 징후는 없었습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검찰의 수사 관행이 참고인 인권 보호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칠준(변호사/전 인권위 사무총장) : "검사는 위법하지 않았다고 항변할 일이 아닙니다. 검사가 인권을 고려했다면 이렇게 무리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고..."



해당 수사진은 지난해 10월에도 피의자의 아내와 딸을 상대로 개인 사생활을 캐묻는 등 반인권적인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을 받기도 했습니다.



구청장의 비리 혐의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광범위한 수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 9일 구청장 수행비서 한 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KBS 뉴스 이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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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부, 검찰 조사 뒤 유산…‘반인권적 수사’ 논란
    • 입력 2010-03-25 22:00:44
    뉴스 9
<앵커 멘트>

임신 여성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아기를 유산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혹시 무리한 수사는 없었는지, 이중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달 초 서울 한 구청의 과장과 그의 딸인 기능직 공무원을 잇따라 소환했습니다.

인사비리 등 구청장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미 참고인 조사를 받은 아버지는 임신 9주차인 딸에 대한 조사가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임신 상태였던 딸을 불러 1시간 반 정도 참고인 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조사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는 조사가 끝날 때쯤 추궁하는 듯한 고성이 들렸고, 잠시 뒤 딸이 울면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조사를 마친 딸은 다음날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는 유산됐습니다.

검찰은 딸이 구청 기능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등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었고 임신부라는 사실을 고려해 최대한 짧게 조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조사와 유산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검찰 조사가 유산의 원인이라고 입증하기는 과학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취재진이 딸이 다니던 병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검찰 조사 전까지만 해도 유산 징후는 없었습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검찰의 수사 관행이 참고인 인권 보호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칠준(변호사/전 인권위 사무총장) : "검사는 위법하지 않았다고 항변할 일이 아닙니다. 검사가 인권을 고려했다면 이렇게 무리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고..."

해당 수사진은 지난해 10월에도 피의자의 아내와 딸을 상대로 개인 사생활을 캐묻는 등 반인권적인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을 받기도 했습니다.

구청장의 비리 혐의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광범위한 수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 9일 구청장 수행비서 한 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KBS 뉴스 이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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