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일본 자료로 만든 ‘임시 수립 기념일’

입력 2010.04.08 (22:08) 수정 2010.04.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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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닷새 후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죠.



4월 13일 그런데 이 날짜가 잘못됐다는, 근거 있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임재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00년 전 경술국치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부는 매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기념식을 거행했던 날은 4월 13일이 아니었습니다.



KBS가 언론사 최초로 촬영한 국내에 유일한 임시정부의 문서, 현재 국회의 속기록에 해당하는 이 문서에는 1945년 4월 11일, 임시 의정원과 임시정부 수립 26주년 기념식이 거행됐다는 내용과 임정 요인들의 축사가 기록돼 있습니다.



<인터뷰> 한시준(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 "임시정부에서 4월11일에 정부수립 기념식을 거행했다고 하는 자료죠."



1942년, 김구 선생이 중국 인사들에게 보낸 임시정부 23주년 기념식 초청장에도,



당시 중국에서 발행된 신문기사에도 대한민국 임정 수립 기념일은 13일이 아닌 11일로 나와 있습니다.



<인터뷰>손과지(중국 복단대 교수) : "중국에 있던 20여 년간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매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해 축하 행사를 했으며, 중국의 각계 인사들도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 행사를 11일 아닌 13일에 거행하고 있을까?



1945년 광복 이후 잊혀진 임시정부 수립일을 정부가 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지난 1990년, 1932년 상하이 일본영사관 경찰부가 발행한 ’조선민족운동연감’에 4월 13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인터뷰> 한시준(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 "철저하게 자료 검토를 거치지 않고 일부 대한민국 임시정부사를 연구한 분이 4월 13일이라고 하니까, 아마 그대로 의견을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정부는 특정 역사학자들을 거명하며 역사학계의 여론을 수렴했다는 국가 기록문서까지 만들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윤병석(前 국사편찬위원회 편찬실장) : "그렇지, 잘못된 거지. 누가 이런 거 써놨는 지 모르겠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3일이 아니라는 학계의 지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확한 고증을 통해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임시정부수립기념일은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를 기리는 날입니다. 20년 전인 1990년대 지정된 4월13일이 정확한 고증 없이 잘못 결정된 것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는 것이 당연합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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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일본 자료로 만든 ‘임시 수립 기념일’
    • 입력 2010-04-08 22:08:07
    • 수정2010-04-08 22:32:46
    뉴스 9
<앵커 멘트>

닷새 후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죠.

4월 13일 그런데 이 날짜가 잘못됐다는, 근거 있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임재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00년 전 경술국치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부는 매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기념식을 거행했던 날은 4월 13일이 아니었습니다.

KBS가 언론사 최초로 촬영한 국내에 유일한 임시정부의 문서, 현재 국회의 속기록에 해당하는 이 문서에는 1945년 4월 11일, 임시 의정원과 임시정부 수립 26주년 기념식이 거행됐다는 내용과 임정 요인들의 축사가 기록돼 있습니다.

<인터뷰> 한시준(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 "임시정부에서 4월11일에 정부수립 기념식을 거행했다고 하는 자료죠."

1942년, 김구 선생이 중국 인사들에게 보낸 임시정부 23주년 기념식 초청장에도,

당시 중국에서 발행된 신문기사에도 대한민국 임정 수립 기념일은 13일이 아닌 11일로 나와 있습니다.

<인터뷰>손과지(중국 복단대 교수) : "중국에 있던 20여 년간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매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해 축하 행사를 했으며, 중국의 각계 인사들도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 행사를 11일 아닌 13일에 거행하고 있을까?

1945년 광복 이후 잊혀진 임시정부 수립일을 정부가 기념일로 지정한 것은 지난 1990년, 1932년 상하이 일본영사관 경찰부가 발행한 ’조선민족운동연감’에 4월 13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인터뷰> 한시준(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 "철저하게 자료 검토를 거치지 않고 일부 대한민국 임시정부사를 연구한 분이 4월 13일이라고 하니까, 아마 그대로 의견을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정부는 특정 역사학자들을 거명하며 역사학계의 여론을 수렴했다는 국가 기록문서까지 만들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윤병석(前 국사편찬위원회 편찬실장) : "그렇지, 잘못된 거지. 누가 이런 거 써놨는 지 모르겠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3일이 아니라는 학계의 지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확한 고증을 통해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임시정부수립기념일은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를 기리는 날입니다. 20년 전인 1990년대 지정된 4월13일이 정확한 고증 없이 잘못 결정된 것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는 것이 당연합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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