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대규모 시위 사태…정국 급변

입력 2010.04.11 (10: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혹시 ‘튤립혁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지난 2005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대규모 부정선거가 자행되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정부를 세운 시민혁명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 ‘튤립혁명’을 통해 집권한 대통령이 며칠 전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지방 도시로 탈출했습니다. 야당 연합이 정권 장악을 선언하고 과도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현 키르기스스탄 정권은 사실상 붕괴됐습니다.

특파원현장보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키르기스스탄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대통령의 부정부패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 기지가 있는데요... 이번 소요 사태는 국내 문제를 넘어 국제 정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김명섭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키르기스스탄..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나라인데...이번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배경은 뭡니까 ?

<답변>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북부 내륙에 있는 나라로 지난 1991년 구소련 붕괴 전까지는 소련 영토에 속해있던 나랍니다.

인구 5백 만의 이 나라는 동쪽으로 중국, 서쪽으로는 우즈벡키스탄과 이웃하고 있으며 과거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가 있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한동안 독재정권이 유지되기도 했는데... 지난 2005년 총선부정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튤립혁명'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이 일어나 독재를 무너뜨린바 있습니다. 당시 야당 당수였던 바키예프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는데요.

지난 5년간 바키예프 대통령의 정치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정부패와 야당, 언론 탄압이 계속되자 이번에 다시 시위가 촉발된 겁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올해 초 야당 인사를 구금하고, 공공요금을 최고 5배까지 갑자기 인상하자 시민들이 이에 반발해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게 됐습니다.

<질문>
사상자가 6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희생이 생긴 거죠?

<답변>
반정부 시위는 지난 6일 북서부도시 탈라스 시청사 앞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어 지난 7일 수도 비슈케크에서 시위대들은 대통령 청사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시위대들은 정부청사와 의사당, 국영방송국을 공격했는데요. 무장경찰들은 처음엔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총탄 등을 쏘며 시위를 진압하려고 했는데.... 흥분한 시민들의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되자 무장경찰들이 실탄 발포 명령을 내린 겁니다.

일부 시위대들은 이미 총을 준비해 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쌍방이 무차별 총격전이 발생해 어제까지 사망자 75명과 부상자 6백여 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런 유혈 사태가 확산되자 바키예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일부 수행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수도 바키예프를 탈출했습니다.

<질문>
일단 야당연합을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가 구성됐죠?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답변>
예. 지난 7일 이미 야당연합과 시위대들은 의사당과 국영방송국들을 점거했습니다.

대통령이 떠난 뒤 시위대들을 이끄는 야당연합이 군과 경찰을 장악하면서 바키예프 정부는 전복됐습니다.

야당연합은 지난 8일 앞으로 6개월 안에 선거를 치르겠으며 그동안 과도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도정부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현재 몸을 숨기고 있는 바키예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사임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지도자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오툰바예바(과도정부 지도자):"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면 신변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은 협상 대상이 아닙니다."

과도정부는 현재 질서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툰바예바 수반은 러시아 푸틴 총리에 전화를 걸어 경제 지원을 요청했고 푸틴 총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대표단을 러시아 모스크바에 파견해 러시아 관리들과 협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편 과도정부는 어제를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어제 수도 비슈케크의 대통령 청사 앞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시위 때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거행했습니다.

<질문>
현지 우리 교민 피해가 우려됐는데...다행히 사상자는 없다고 하죠 ?

<답변>

예. 어제 과도정부에서 파악한 사상자 명단이 공개됐는데요 다행이 8백여 명의 한국 교민 가운데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위 도중 그 혼란을 틈타 수도 비슈케크에서 약탈 행위가 벌어졌는데 한 교민이 운영하는 상점이 폭도들에게 털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엄기영 영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엄기영(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영사):"한국 상점을 겨낭해서 그런 건 아니고 묶어서 전체가 다 약탈이 됐는데... 그 중에 한곳이 한국분이 하는 곳이에요... 거기 하나 털렸습니다."

현재 무력 충돌이 잦아들면서 수도 비슈케크를 중심으로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질문>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과 러시아 군사기지가 있잖습니까. 두 나라의 대응이 관심인데요.

<답변>
예.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의 아프간 작전 등을 지원하는 중동 전략 전초기지인 마나스 공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물러나 있는 바키예프 대통령이 미국이 마나스 기지를 계속 사용하도록 용인해 주었는데... 바키예프 정부가 전복되면서 기지의 계속 사용이 불투명한 상탭니다. 지난 7일 시위가 확산되면서 미국이 마나스 기지를 일시 폐쇄하기로 했는데
현재는 다시 정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키르기스스탄에 칸트 공군기지를 갖고 있는데 지난 8일 기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공수부대원 백50명을 파견했습니다.

중국과 중동과 이웃하고 있는 키르기스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 모두 키르기스 기지 운영 문제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향후 키르기스스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합니다. 탈출한 대통령은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죠?

<답변>
현재 키르기스의 남부 도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키예브 대통령의 행보가 관심거립니다.

바키예브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좌를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키르기스스탄에서 또 다른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대외적 변수는 그동안 키르기스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 인데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으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실권자 푸틴 총리의 말입니다.

<인터뷰>푸틴(러시아 총리):"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러시아나 어떤 러시아 관리도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 내에 미국 군사기지의 존속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역시 러시아에 상당히 의존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 수습에 크게 개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키르기스스탄, 대규모 시위 사태…정국 급변
    • 입력 2010-04-11 10:08:4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혹시 ‘튤립혁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지난 2005년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대규모 부정선거가 자행되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정부를 세운 시민혁명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시 ‘튤립혁명’을 통해 집권한 대통령이 며칠 전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지방 도시로 탈출했습니다. 야당 연합이 정권 장악을 선언하고 과도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현 키르기스스탄 정권은 사실상 붕괴됐습니다. 특파원현장보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키르기스스탄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대통령의 부정부패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 기지가 있는데요... 이번 소요 사태는 국내 문제를 넘어 국제 정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김명섭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키르기스스탄..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나라인데...이번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배경은 뭡니까 ? <답변>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북부 내륙에 있는 나라로 지난 1991년 구소련 붕괴 전까지는 소련 영토에 속해있던 나랍니다. 인구 5백 만의 이 나라는 동쪽으로 중국, 서쪽으로는 우즈벡키스탄과 이웃하고 있으며 과거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가 있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뒤 한동안 독재정권이 유지되기도 했는데... 지난 2005년 총선부정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튤립혁명'으로 불리는 시민혁명이 일어나 독재를 무너뜨린바 있습니다. 당시 야당 당수였던 바키예프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는데요. 지난 5년간 바키예프 대통령의 정치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정부패와 야당, 언론 탄압이 계속되자 이번에 다시 시위가 촉발된 겁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올해 초 야당 인사를 구금하고, 공공요금을 최고 5배까지 갑자기 인상하자 시민들이 이에 반발해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게 됐습니다. <질문> 사상자가 6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희생이 생긴 거죠? <답변> 반정부 시위는 지난 6일 북서부도시 탈라스 시청사 앞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어 지난 7일 수도 비슈케크에서 시위대들은 대통령 청사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시위대들은 정부청사와 의사당, 국영방송국을 공격했는데요. 무장경찰들은 처음엔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총탄 등을 쏘며 시위를 진압하려고 했는데.... 흥분한 시민들의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되자 무장경찰들이 실탄 발포 명령을 내린 겁니다. 일부 시위대들은 이미 총을 준비해 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쌍방이 무차별 총격전이 발생해 어제까지 사망자 75명과 부상자 6백여 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런 유혈 사태가 확산되자 바키예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일부 수행원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수도 바키예프를 탈출했습니다. <질문> 일단 야당연합을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가 구성됐죠?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답변> 예. 지난 7일 이미 야당연합과 시위대들은 의사당과 국영방송국들을 점거했습니다. 대통령이 떠난 뒤 시위대들을 이끄는 야당연합이 군과 경찰을 장악하면서 바키예프 정부는 전복됐습니다. 야당연합은 지난 8일 앞으로 6개월 안에 선거를 치르겠으며 그동안 과도정부를 구성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도정부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현재 몸을 숨기고 있는 바키예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사임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지도자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오툰바예바(과도정부 지도자):"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면 신변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망자들에 대한 책임은 협상 대상이 아닙니다." 과도정부는 현재 질서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오툰바예바 수반은 러시아 푸틴 총리에 전화를 걸어 경제 지원을 요청했고 푸틴 총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대표단을 러시아 모스크바에 파견해 러시아 관리들과 협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편 과도정부는 어제를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어제 수도 비슈케크의 대통령 청사 앞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시위 때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거행했습니다. <질문> 현지 우리 교민 피해가 우려됐는데...다행히 사상자는 없다고 하죠 ? <답변> 예. 어제 과도정부에서 파악한 사상자 명단이 공개됐는데요 다행이 8백여 명의 한국 교민 가운데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위 도중 그 혼란을 틈타 수도 비슈케크에서 약탈 행위가 벌어졌는데 한 교민이 운영하는 상점이 폭도들에게 털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엄기영 영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엄기영(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영사):"한국 상점을 겨낭해서 그런 건 아니고 묶어서 전체가 다 약탈이 됐는데... 그 중에 한곳이 한국분이 하는 곳이에요... 거기 하나 털렸습니다." 현재 무력 충돌이 잦아들면서 수도 비슈케크를 중심으로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질문>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과 러시아 군사기지가 있잖습니까. 두 나라의 대응이 관심인데요. <답변> 예. 키르기스스탄에는 미국의 아프간 작전 등을 지원하는 중동 전략 전초기지인 마나스 공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물러나 있는 바키예프 대통령이 미국이 마나스 기지를 계속 사용하도록 용인해 주었는데... 바키예프 정부가 전복되면서 기지의 계속 사용이 불투명한 상탭니다. 지난 7일 시위가 확산되면서 미국이 마나스 기지를 일시 폐쇄하기로 했는데 현재는 다시 정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키르기스스탄에 칸트 공군기지를 갖고 있는데 지난 8일 기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공수부대원 백50명을 파견했습니다. 중국과 중동과 이웃하고 있는 키르기스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 모두 키르기스 기지 운영 문제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향후 키르기스스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합니다. 탈출한 대통령은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죠? <답변> 현재 키르기스의 남부 도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키예브 대통령의 행보가 관심거립니다. 바키예브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좌를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키르기스스탄에서 또 다른 충돌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대외적 변수는 그동안 키르기스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 인데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으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실권자 푸틴 총리의 말입니다. <인터뷰>푸틴(러시아 총리):"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러시아나 어떤 러시아 관리도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 내에 미국 군사기지의 존속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역시 러시아에 상당히 의존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 수습에 크게 개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