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밥상은 우리가 원조”

입력 2010.04.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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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는 28일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인데요, 요즘 지자체 사이에 이순신 장군이 즐겨먹었다는 식단을 놓고 때아닌 원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이순신 밥상' 3파전, 박원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이순신 장군이 한산 대첩을 거뒀던 통영 앞바다.

식당 한 곳이 최근 문을 열고 장군과 조선 수군이 즐겨 먹었다는 상차림을 선보였습니다.

1년의 연구 끝에 재현해냈다는 이른바 '이순신 밥상'입니다.

사골 국물에 나물과 쇠고기를 얹은 장국밥에 대합 구이, 연포탕까지 반찬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습니다.

<인터뷰> 김상영(경남 통영시청 문화예술과장) : "이순신을 매개로 해서 당시의 생활상을, 우리의 먹을거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그런데 이순신 밥상은 통영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거북선이 탄생한 전남 여수도 이달 말부터 이순신 밥상을 내놓습니다.

통영과는 다르게 잡곡밥과 서대회, 초절임, 장어구이 등이 상에 오릅니다.

<인터뷰>한인환(전남 여수시청 보건위생과 계장) : "음식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대표 향토음식으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충남 아산도 밥상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쪽 밥상에는 자라와 잉어를 넣고 끓인 귀류탕, 고기로 만든 설화멱봉과 생선을 이용한 저거총법 등 음식 8가지가 올라갑니다.

<인터뷰>이진영(충남농업기술원 생활개선과 계장) :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 이름이 현충사입니다. 거기 이름을 따서 현충밥상이라고 이름짓게 됐습니다."

세 도시의 경쟁은 급기야 상표 등록 경쟁으로 번졌습니다.

지난해 6월 통영과 여수가 나란히 이순신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했고, 아산도 곧 뒤따를 계획입니다.

심사 중인 특허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특허청 관계자 : "이순신이 우리나라 저명한 고인이잖아요. 등록해줘서는 안되는 요건 중에 하나가 있어요. 모욕하거나 비방하거나 훼손시키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지요."

고증을 거쳤다는 상차림이 지나치게 화려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선조가 이순신 장군의 소식을 걱정했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나올 정도로 장군의 밥상은 검소하고 소박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노승석(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교수) : "이걸 너무 상품화해서 극대화한다면 처음 의도와 조금 달라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됩니다."

음식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겠다는 '이순신 밥상' 나라를 위하는 장군의 마음은 간 데 없고 세 도시의 밥상 싸움이 볼썽사납습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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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신 밥상은 우리가 원조”
    • 입력 2010-04-12 20: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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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는 28일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인데요, 요즘 지자체 사이에 이순신 장군이 즐겨먹었다는 식단을 놓고 때아닌 원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이순신 밥상' 3파전, 박원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이순신 장군이 한산 대첩을 거뒀던 통영 앞바다. 식당 한 곳이 최근 문을 열고 장군과 조선 수군이 즐겨 먹었다는 상차림을 선보였습니다. 1년의 연구 끝에 재현해냈다는 이른바 '이순신 밥상'입니다. 사골 국물에 나물과 쇠고기를 얹은 장국밥에 대합 구이, 연포탕까지 반찬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습니다. <인터뷰> 김상영(경남 통영시청 문화예술과장) : "이순신을 매개로 해서 당시의 생활상을, 우리의 먹을거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그런데 이순신 밥상은 통영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거북선이 탄생한 전남 여수도 이달 말부터 이순신 밥상을 내놓습니다. 통영과는 다르게 잡곡밥과 서대회, 초절임, 장어구이 등이 상에 오릅니다. <인터뷰>한인환(전남 여수시청 보건위생과 계장) : "음식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대표 향토음식으로 개발하게 됐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충남 아산도 밥상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쪽 밥상에는 자라와 잉어를 넣고 끓인 귀류탕, 고기로 만든 설화멱봉과 생선을 이용한 저거총법 등 음식 8가지가 올라갑니다. <인터뷰>이진영(충남농업기술원 생활개선과 계장) : "이순신 장군을 모신 사당 이름이 현충사입니다. 거기 이름을 따서 현충밥상이라고 이름짓게 됐습니다." 세 도시의 경쟁은 급기야 상표 등록 경쟁으로 번졌습니다. 지난해 6월 통영과 여수가 나란히 이순신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했고, 아산도 곧 뒤따를 계획입니다. 심사 중인 특허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특허청 관계자 : "이순신이 우리나라 저명한 고인이잖아요. 등록해줘서는 안되는 요건 중에 하나가 있어요. 모욕하거나 비방하거나 훼손시키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지요." 고증을 거쳤다는 상차림이 지나치게 화려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선조가 이순신 장군의 소식을 걱정했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나올 정도로 장군의 밥상은 검소하고 소박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노승석(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교수) : "이걸 너무 상품화해서 극대화한다면 처음 의도와 조금 달라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됩니다." 음식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겠다는 '이순신 밥상' 나라를 위하는 장군의 마음은 간 데 없고 세 도시의 밥상 싸움이 볼썽사납습니다.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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