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이 작전?’…쇼트트랙 원래 그래

입력 2010.04.20 (17:42) 수정 2010.04.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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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은 원래 그런 종목입니다. 승부 조작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국민들이 그렇게 본다면 선수와 지도자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대표팀 전재목(37) 코치의 기자회견은 ’팀플레이’를 우선해온 선수와 코치들이 얼마나 일반 국민과 완전히 동떨어진 관점에서 스포츠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드러냈다.



전재목 코치는 2010 세계선수권대회 ’이정수 외압’과 국가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과 관련해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표선발전에서 이정수가 먼저 도움을 요청해 곽윤기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정수(단국대)와 상반된 주장을 펼친 ’진실게임’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전 코치와 송재근 코치, 곽윤기(연세대)가 대표선발전에서 이뤄진 짬짜미에 거의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같은 팀 선수들끼리 돕는 것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대표팀이 늘 해오던 ’작전’의 일환"이라며 "승부 조작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코치가 말한 바로는 국내 쇼트트랙 선수들은 평소 개인 코치 아래 여러 명이 뭉쳐 팀을 이뤄 연습한다.



소속팀과 상관없이 이들은 함께 연습을 하는 장소에 따라 ’목동팀’, ’일산팀’ 등 7개 정도 팀으로 따로 분류되며, 실제 경기에서도 서로 도와주도록 작전을 짠다.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도 전 코치는 이정수와 성시백, 곽윤기, 김성일, 이승재 등을 지도했고, 짬짜미 의혹이 불거진 1,000m 준결승에서는 이승재가 처음에 선두로 달리며 다른 팀 선수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나서 뒤로 처지는 작전을 구사했다.



전 코치는 "국가대항전에서 하듯이 팀별로 작전을 세우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을 통해 한국의 작전이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또 이승재는 올라갈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았기에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것이며, 좋은 선수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탓에 다른 팀의 좋은 선수가 억울하게 탈락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원래 쇼트트랙이 그렇다. 그렇게 떨어진 선수들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곽윤기도 "짬짜미니 담합이니 하는 말은 조금 어색하다"며 경기에서 서로 도와주는 관행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팀플레이’를 앞세워 세계대회를 휩쓸어온 나머지 그에 앞서야 할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선수와 코치 모두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재목 코치는 "우리는 작전이라 보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말했다.



진실공방의 진흙탕 속에 헤메는 한국 쇼트트랙이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기 위해 가장 먼저 곱씹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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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합이 작전?’…쇼트트랙 원래 그래
    • 입력 2010-04-20 17:42:43
    • 수정2010-04-20 17:45:25
    연합뉴스
"쇼트트랙은 원래 그런 종목입니다. 승부 조작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국민들이 그렇게 본다면 선수와 지도자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대표팀 전재목(37) 코치의 기자회견은 ’팀플레이’를 우선해온 선수와 코치들이 얼마나 일반 국민과 완전히 동떨어진 관점에서 스포츠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드러냈다.

전재목 코치는 2010 세계선수권대회 ’이정수 외압’과 국가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과 관련해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표선발전에서 이정수가 먼저 도움을 요청해 곽윤기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정수(단국대)와 상반된 주장을 펼친 ’진실게임’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전 코치와 송재근 코치, 곽윤기(연세대)가 대표선발전에서 이뤄진 짬짜미에 거의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같은 팀 선수들끼리 돕는 것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대표팀이 늘 해오던 ’작전’의 일환"이라며 "승부 조작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코치가 말한 바로는 국내 쇼트트랙 선수들은 평소 개인 코치 아래 여러 명이 뭉쳐 팀을 이뤄 연습한다.

소속팀과 상관없이 이들은 함께 연습을 하는 장소에 따라 ’목동팀’, ’일산팀’ 등 7개 정도 팀으로 따로 분류되며, 실제 경기에서도 서로 도와주도록 작전을 짠다.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도 전 코치는 이정수와 성시백, 곽윤기, 김성일, 이승재 등을 지도했고, 짬짜미 의혹이 불거진 1,000m 준결승에서는 이승재가 처음에 선두로 달리며 다른 팀 선수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나서 뒤로 처지는 작전을 구사했다.

전 코치는 "국가대항전에서 하듯이 팀별로 작전을 세우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을 통해 한국의 작전이 계속 발전하는 것이다. 또 이승재는 올라갈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았기에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것이며, 좋은 선수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탓에 다른 팀의 좋은 선수가 억울하게 탈락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원래 쇼트트랙이 그렇다. 그렇게 떨어진 선수들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곽윤기도 "짬짜미니 담합이니 하는 말은 조금 어색하다"며 경기에서 서로 도와주는 관행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팀플레이’를 앞세워 세계대회를 휩쓸어온 나머지 그에 앞서야 할 페어플레이의 가치를 선수와 코치 모두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재목 코치는 "우리는 작전이라 보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다시 생각해 볼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말했다.

진실공방의 진흙탕 속에 헤메는 한국 쇼트트랙이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기 위해 가장 먼저 곱씹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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